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의무휴업일 위반으로 시작된 지자체와의 갈등에서 국민적인 반감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가 국내 규정을 무시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다. 또한 서울시가 각종 행정적인 절차를 통해 코스트코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국가 분쟁으로 번질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압박이 거세지자 코스트코가 뒤늦게 행정소송에 나섰는데 이는 향후 ISD(투자자-국가 소송) 제소를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사태를 되돌아봤다.
국내 규정 무시한 오만한 행보에 소비자 등돌려
뒤늦게 나선 행정소송…ISD 제소 사전작업 꼼수
코스트코는 1998년 코스트코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진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10년 9월~2011년 8월) 전국 7개점의 매출은 2조863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1308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 양재점의 경우 연매출 5000억 원으로 하루 평균 13억 원에 달한다. 연회비 3만 원의 회원제 방식으로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코스트코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전용상품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이 같은 인기를 등에 업은 코스트코의 오만한 행보는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정면충돌
코스트코 논란은 지난달 9일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일 규정에 따라 영업을 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전까지 의무휴업일 규정을 지켜오던 코스트코는 이날 서울 상봉점과 양재점, 부산점 등 전국 7곳의 매장에서 영업에 나섰다. 이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법원에 낸 영업제한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해 영업을 재개한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영업 재개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코스트코는 지난 8월에도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울산점 개점을 강행해 국내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스트코의 영업 강행에 서울시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에서 영업을 강행한 3개 지점에 대해 각 자치구 별로 최고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휴업일을 위반할 경우 1차 1000만 원, 2차 2000만 원, 3차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는 의무휴업일에 해당하는 지난달 23일 또다시 영업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코스트코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자체가 적법하지 않은 조례를 집행해 코스트코 회원·직원·공급자들이 불공정하게 손해를 봤다”면서 “대형마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최근 규제를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우리도 같은 판단을 하고 일요일에도 영업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코스트코에 1일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영업강행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1개 지점에서만 하루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코스트코가 불법 영업으로 얻는 이득에 비해 과태료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일 코스트코의 서울시내 매장 3곳을 집중 단속해 41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의무휴업일을 앞두고 진행된 집중 단속은 코스트코의 의무휴업일 영업강행을 차단하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서울시의 집중단속에도 아랑곳 않고 의무휴업일인 지난 14일 다시 한번 영업을 강행했다. 이날 서울시는 코스트코에 대한 2차 집중 조사를 실시하고 양평점 1건·상봉점 2건·양재점 11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특히 상봉점과 양재점은 식육보존 기관과 영업자준수사항 위반 등으로 축산물 해당 매장에 대해 각각 영업정지 7일과 과태료 50만 원,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코스트코 이용 않겠다”
서울시의 강력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가 의무휴업일 규정을 위반한 불법영업을 이어가자 온라인 상에서는 “앞으로 코스트코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줄을 잇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코스트코를 집중 감시하는 언론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도 코스트코 비판에 가세했다. 전국의 상인과 시민단체 등으로 결성된 ‘경제민주화국민본부’·‘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는 지난 14일 코스트코 양평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가 경제 민주화와 상생을 거부하며 휴일 불법영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대형유통기업의 불법행위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과태료 부과·영업정지·등록취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코스트코가 계속해서 의무휴업일 규정을 위반할 경우 대규모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코스트코는 뒤늦게 소송에 나섰다. 코스트코는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중량구청장·서초구청장·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처분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코스트코 측은 소장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대형마트 등이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한 처분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반해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여지를 소멸시킨 위법한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트코의 소송 제기는 또다시 ‘꼼수’ 논란을 몰고 왔다. 코스트코의 행정소송은 한미FTA의 독소조항인 ISD 제소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의혹이다.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가 서울시와의 갈등을 국가 간 분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가 의무휴업일 규정을 무시한 영업강행을 이어갈 경우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코스트코 측은 ISD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뜻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열린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프레스톤 드래퍼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행정심판위원회에 유사한 심판을 청구한 상태지만 현재 ISD를 포함한 국제 중재절차를 이용해 소송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의무휴업일 규정과 관련해 “이런 규정을 두는 게 한국 정부의 권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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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