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아이콘’ 이정희-심상정 맞붙다
‘진보의 아이콘’ 이정희-심상정 맞붙다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0-23 10:16
  • 승인 2012.10.23 10:16
  • 호수 9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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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당성 회복 vs 진보정당 재건…결과는?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좌)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우)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 각기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각 후보를 바라보는 양측의 표정과 국민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정치적 목적이 뻔한 이들의 대선 출마를 보면서 유권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뼈아픈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통합진보당 분열사태 이후 명을 다한 ‘참된 진보정치 구현’을 또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동지’에서 ‘적’으로

“남보다 못한 존재”

통합진보당 분열 이후 ‘적’이 된 통진당 잔류파와 탈당파(진보정의당)를 두고 하는 말이다. 4·11총선을 앞두고 ‘진보정치 구현’이라는 기치 아래 통합진보당이 출범했지만 비례대표 경선 파행 등으로 당은 급속도로 와해됐고,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태’로 결국 분당에 이르렀다.

대선을 앞두고 각자의 길로 들어선 두 진보정당은 이정희(통합진보당) 전 대표와 심상정(진보정의당)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한때 ‘동지’였던 이들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서로 다른 이름의 ‘진보’를 외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분당 사태를 겪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당을 정상화하고 당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이 큰 반면, 심 의원은 사형선고를 받은 진보정치의 재건과 야권연대의 회복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진보의 아이콘인 두 후보의 대선 경쟁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관심도 상당하다. 특히 한쪽은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놓여 있고, 또 다른 한쪽은 작게나마 민주통합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양측의 행보도 관전 포인트다.

이정희 대선출마, 그러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 속에서, 민중과 함께 진보의 길을 의연히 갈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18대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진보의 길이 우리가 살 길이다. 잔인한 사회,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 힘을 가질 것이며, 노동자와 민중의 손에 무기를 쥐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진보정치”라고 강조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분당사태로 대중적 신뢰를 잃은 통합진보당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 성격이 강하다. 지명도가 높은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이를 회복하고 아울러 정치권 내 ‘제3세력’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한 대선후보 등록 시 정당이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 28억 원에 대한 계산도 함께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대선출마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한 풀기 위한 대선출마는 곤란하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민주통합당도 “염치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연대한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과 서둘러 선긋기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통합진보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대선출마’라는 고집불통의 태도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사심 없는 복무”라고 지적했으며, 우상호 최고위원 역시 “자기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선 출마를 통해 당 문제를 돕는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악의 화신’으로 지목된 통진당은 고립됐고, 이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겨냥했다. 함께 갈 수 없음을 인지한 만큼 확실한 차별화 전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공방’과 관련, 문 후보를 향해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고인의 역사적 인식마저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으며, “진보로 나아가던 야권연대는 중도통합으로 왜곡되었다”며 야권연대를 부정하기도 했다.

심상정 대선출마, 셈법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지난 14일 서울 청계천6가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심 의원은 앞서 마감한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등록을 단독으로 마치기도 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지난 몇 달간 진보정치의 미숙함으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고 언급한 뒤 “그럼에도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재벌에 맞서 굽힘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과 의지를 갖춘 정당, 진보정의당이 기꺼이 재벌개혁의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대한민국에 군림해 온 1% 특권층에 맞서 99% 국민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재건을 노리고 있는 진보정의당은 야권연대의 회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원내 제3정당으로써 발 돋음하며, 진보정당의 정당성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도움이 절실하다.

지난달 19일 새진보정당추진회의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는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면담을 갖고 야권연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노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원내 제3당으로서 정권교체에 힘을 합칠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 드리겠다”고 다짐했고, 이 대표는 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권교체”라며 “진보진영과 합쳐져서 정권교체를 꼭 이루자”고 화답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심 의원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의 후보 연대는 중간층을 불러오는 연대가 돼서는 안 되고 정치의 폭을 넓히는 연대가 돼야 한다. 더 왼쪽, 더 아래쪽 국민을 참여시키는 연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을 완주하겠느냐’는 질문에 “진보적 정권교체를 지키겠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해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심 의원은 특히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연대·연합론’에 동조하며 안 후보 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후보 개인이나 당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 세력 간의 연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한쪽 편을 든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연대·연합이 저희가 원래부터 가졌던 입장”이라고 전했다.

진보진영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심 후보의 야권 연대 관련 발언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엇을 위한 대선 출마이며, 후보 단일화냐는 회의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결국 야권 연대를 이정희 전 대표와 원내 제3정당을 놓고 자리 선점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보정당의 정당성과 재건을 얻고자 한다는 지적이다.

진보정당은 4.11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출범했지만 결국 와해됐고, 대선을 앞둔 지금 분열된 진보정당은 또 다시 야권 연대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민주통합당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신뢰를 잃고, 국민적 배신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통합진보당이든 진보정의당이든)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일단 진보정의당을 대선정국에서 힘을 합쳐야할 진보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야권 후보가 한명 더 늘어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진보정치를 위해 고군분투해 온 심상정 후보의 어려운 결심을 높이 평가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와 정치혁신, 경제민주화를 위해 이에 합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미래 비전과 정책 중심의 단일화를 통해 그 염원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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