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18대 대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할 당시만 하더라도 양측 모두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후보 단일화 문제는 되레 서로 간의 기 싸움으로 번지면서 꼬여가고 있고, 일각에선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캠프 간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 개시 시점은 당초 이달 중순이나 말쯤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현재는 11월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도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당초 10월부터 단일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현재로선 11월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이달 말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안 후보 측이 정책과 인물 대결에 치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단일화 논의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선거캠프의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역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중시하며 “지금은 단일화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각자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이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창구나 협상 대표도 관심사다. 일단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박영선, 이인영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협상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 측에서는 박선숙, 송호창 공동본부장이 유력하다.
박영선 의원과 박선숙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박(朴) 자매’로 불리며 돈독한 친분을 과시했다.
현재 박영선 의원은 문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을, 박 전 의원은 안 후보 캠프의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을 각각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단일화 논의의 주요 위치에 놓여있는 만큼 후보 연대의 핵심 창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T계(김근태계) 좌장이자 민평련 소속 이인영 의원의 역할도 기대된다. 이 의원은 현재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협상단 대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김 전 고문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4.11총선 당시 김 전 고문의 부인인 민주통합당 인재근 의원의 출마를 공개 지지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이 제안한 후보연대 및 연합론에 대해 “단일화가 아닌 연대·연합을 하는 입장도 좋다”고 밝혔다. 그는 “안 후보 측에서 어떻게 하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는지 입장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안 후보 캠프 쪽에 공격적으로 비치지 않고 압박이 되지 않는 선상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논의들이 자유롭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부겸 최고위원은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불린 인물이다. 문 캠프 합류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 후보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계별 단일화 방법론’을 제안했으며, 이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3단계 단일화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9일 현역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송 의원은 탈당 전부터 안 후보 쪽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과 관련, 금태섭 변호사와 동반 기자회견에 나섰을 때도 그랬다.
송 의원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 ‘단일화를 위해 떠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안 캠프로 떠난 송 의원에 대해 맹목적인 비판이 쏟아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송 의원 탈당 소식에 “아프다”는 말로 애정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 후보 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그는 문-안 단일화가 본격화될 경우 협상단 대표로서 막중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