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단일화 놓고 ‘동상이몽’
文-安, 단일화 놓고 ‘동상이몽’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0-23 09:15
  • 승인 2012.10.23 09:15
  • 호수 9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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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통령, 당신은 총리’… 치열해진 ‘단일화 셈법’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좌)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되느냐의 문제지만 현재까지 한 치 양보 없는 눈치싸움만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일화를 논의하기도 전에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민주통합당은 책임총리제와 정당후보론을 꺼내들며 ‘안철수 총리론’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얘기”라며 맞받아치는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간 두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견제하며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선이 임박해오면서 이제는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경쟁자가 됐다. 그런 만큼 두 후보의 기 싸움도 팽팽하다.

특히 ‘공동정부론’ 구성에 있어서는 각 진영의 셈법이 판이하게 다르고, 서로 ‘네가 총리하라’는 속내를 품고 있어 실제 후보 단일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의 권력 분점’도 주요 쟁점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일화 결과에 따른 정치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총리’

문 후보는 지난 5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 전 안 후보 측에 ‘공동정부론’을 제안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실질적 권력분담의 구성안인 ‘책임총리제’를 제시하며 다시 한 번 몸을 낮췄다. 그의 제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총리 중심의 국정 운영을 예고하는 것으로 사실상 안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에 대한 ‘양보’를 구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안철수 외사랑’을 보여주던 문 후보의 최근 입장은 달라졌다. 추석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다자구도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따라잡거나 양자구도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이 한층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주장한 ‘정당후보론’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일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그는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후보도 최근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금 우리는 민주당으로, 또 민주당 후보 문재인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염원한다. 그러나 정당과 정치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지,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내세우며 ‘文대통령-安총리론’을 굳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론’을 거론하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단일화를 못할 이유가 없고 국민이 볼 때 따로 가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가 들어오면 우리가 기득권을 버리면 된다. 나도 민주당에 들어 온지 얼마 안됐는데 별 기득권이 있겠느냐”고 안 후보를 설득했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를 전제로 책임총리제를 제안했지만 권력 분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칫 후보 단일화가 ‘정치공학적’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은 안 후보를 압박하며 자연스레 흡수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 문재인 ‘총리’

안 후보 진영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 분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안 캠프 측은 발칵 뒤집혔다. 내용인 즉, 대통령은 미래기획·통일·외교·국방을 담당하고, 국무총리가 국정(내치)을 맡는 구상안으로 이에 따르면 무소속 후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결국 ‘安대통령-文총리’가 되는 것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안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과정이지 결정된 것은 전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안으로 내놓을 만한 내용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임명권이 있고 총리는 추천권이 있는데,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총리가 헌법상 정해진 추천 권한을 갖고 대통령은 그중에서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총리의 권한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 외에도 청와대 임명직을 10분의 1수준으로 축소하고 감사원장의 국회 추천과 사면권 행사의 국회 동의 등을 제시하며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안 후보 측은 ‘공동정부론’이나 ‘책임총리제’에 대해 일단 외견상 거리를 두고 있다. 단일화에 대해서도 ‘정치혁신이 먼저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문 후보가 제안한 공동정부론에 이미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총리’라는 구도가 짜여있기 때문이다. 자칫 민주통합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 측 공동선대본부장인 송호창 의원은 지난달 [일요서울]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 후보가 제안한 공동정부론과 관련, “일단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공동정부다 뭐다 이런 용어로 얘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인바 있다.

한편, 문재인 후보 측이 ‘정당 후보론’을 근거로 ‘단일화’를 압박하자 안 후보 측은 ‘국민 후보론’을 바탕으로 한 ‘연대론’으로 맞서고 있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입당론은 목적도, 전략도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일화라고 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연대나 연합”이라며 “각자의 정치적 비전과 민생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연대나 연합을 하는 것이지, 단일화라는 용어는 그런 의미에서도 분명한 개념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민주당의 쇄신과 국민적 동의를 입당의 조건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언급한 뒤 “민주당을 싫어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를 흡수대상으로 바라보며 이를 압박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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