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 당권주자 ‘용트림’ 시작

486 그룹 중심 ‘세대교체론’에 주목
박지원 박주선 발 ‘호남대표론’ 확산
전성무 기자 = 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진두지휘할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전대가 오는 11월로 예상된 가운데 8월 임시국회가 중간에 걸려 있어 벌써부터 물밑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 했고, 박주선 최고위원은 진작부터 출마선언을 하고 세 불리기에 나섰다. 여기에 ‘호남대표론’, ‘세대교체론’ 등이 전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민주당 전대 물밑경쟁이 정점을 향해 내달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차기 당권 예비주자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1월로 예상되는 전대에서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들이 물밑 선거운동에 착수했다. 당내 각 세력에서도 대표 주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등 전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대가 열리기 전에 8월 국회가 예정돼 있어 일정이 빠듯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에게 반값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서 선수를 빼앗기는 등 발목이 잡힌 만큼 차기 전대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새 대표 선출을 통해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체제에 맞서 내년 19대 총선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민주 전대 핵심 키포인트는?
전대 출마 예상자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486 세대교체론’과 ‘호남대표론’이 핵심 키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486 그룹은 전대에서 복수 후보를 통해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486 그룹은 지난 10·3 전대에서 독자노선을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나라당이 7·4 전대를 통해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 일으켰듯이 486 그룹 역시 민주당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먼저 민주당 486 인사들의 결사체인 ‘진보행동’은 지난 20일 백원우 의원과 우상호 임종석 전 의원 등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 익산에서 워크숍을 열어 “전대에서 2명 이상의 복수 후보를 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486 전·현직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들로 구성된 ‘진보행동’은 늦어도 내달 초까지 모임을 갖고 차기 전대 후보자 선정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이후 전대 출마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거론되는 인물은 이인영 최고위원, 우상호 전 의원 등이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지난 전대를 통해 486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이번 전대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일후보 방식으로 전대 출마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전대에서 486 후보 단일화로 세결집에 나섰던 것과 달리 복수의 후보 배출을 노린다는 것은 당 지도부에 전면 포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486 그룹이 이 같은 노선을 설정한 것은 지난 7·4 한나라당 전대에서 40대 주자들이 지도부에 대거 입성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40대 젊은 정치인들의 역할론은 비단 한나라당에 국한 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도 엿보인다.
또 10ㆍ3 전대 당시 일부 후보의 반발 등으로 486 단일화가 반쪽짜리로 전락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486 그룹은 2008년 7ㆍ4 전대에서 송영길 김민석 안희정 최고위원 당선,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광역단체장 배출에 이어 10ㆍ3 전대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을 당선시키며 기염을 토했다.
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인 이 최고위원은 당분간 통합 문제에 충실하겠다고는 하지만 당권 도전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에서 경쟁 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486 그룹인 백원우 최재성 의원 등도 전대 재도전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대표론은 박지원 의원과 박주선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확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손 대표가 수도권에 기반을 두면서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점을 들며 당 대표만큼은 호남 몫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전남 순천을 무공천 하면서 호남 출신 의원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있는 등 위축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호남지역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호남 출신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
여기에 김효석 의원이 최근 자신의 기반인 호남을 버리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자 19대 총선 공천에서 호남 출신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도 호남 대표론 확산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차기 전대에서 민주당 ‘빅3’인 손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의 구도 변화도 여전한 변수로 꼽히는 만큼, 수도권과 호남의 선택이 당권 주자들의 운명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인사는 김부겸 의원과 박주선 최고위원 정도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오후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지지자 모임인 ‘김부겸과 함께라면(김부라면)’ 결성식을 가졌다. 이 모임에는 참여정부 출신의 윤후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비롯해 김 의원과 과거 학생운동 및 사회운동을 함께 해온 지지자 1000여 명이 합류했다. 한 달 전 개설한 페이스북에도 540명가량의 지지자들이 모인 상태다.
김부겸 당권 공식선언 후
발 빠른 행보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대의원과 당원 접촉을 위해 시작한 전국 순회행사인 ‘김부겸의 프러포즈’도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친밀감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야권통합, 정책 등 구체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폭 넓은 활동을 할 생각이다.
김 의원은 앞선 지난 18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차기 당권에 도전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당권 도전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손 대표의 대선 외곽조직인 ‘통합연대’를 이끌고 있다. 따라서 그가 이번 전대를 통해 대표로 선출 될 경우 내년 대선에서 손 대표에 대한 대대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 대전시당 당사에서 핵심당원 간담회를 갖고 “손학규와 정동영, 유시민을 돕는 제도적인 큰 틀을 만들어 내년 대선과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꾸는데 일조하겠다”며 “이를 위해 당권 도전의 뜻 밝히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을 방법이 없지만 우리 손 대표와 정 전 의장, 유 대표의 지지율을 더하면 40%는 된다”면서 “생각이 틀려도 국민에게 큰 틀에서 손 잡고 가는 모습 보이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체제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 태생적으로 주류가 될 수 없는 홍 대표를 선택한 것은 내년 대선을 생각해 박 전 대표를 보호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한 대의원들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홍 대표가 내년 총선 전까지 이 대통령 쫓아내고 대통령 형에 대해서도 돌팔매를 날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당권 도전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상태다. 박 최고위원은 호남을 기반으로 세를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흩어진 지지 세력을 끌어 모을 생각이다.
박 최고위원 측은 지난 7일 광주에서 동북아평화번영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여기에 대한 지지모임을 정기국회가 열리는 오는 9월 출범식을 열고 1만 명 규모의 전국조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지모임 구성원은 대략 3000명이다.
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전대 출마와 관련 “아직 최종 결정은 안했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 “동북아회의를 개최한 것은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에서 실종된 동북아 평화 번영을 화두로 먼저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공식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힌다. 박 의원은 사석에서 “정권교체, 정권재창출, 원내대표로서 경험과 지금까지 열정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다시 한 번 정권 교체하는데 벽돌 하나라도 놓겠다”고 말하며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은 현재 지역의 당원교육 강연 요청에 응하는 형태로 대의원과 당원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조만간 본격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5월 16일 광주를 방문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주최로 광주 서구 치평동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한 방청객 질문에 “난 대통령감은 아니지만 대표는 한번 더 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희망2012’
전대 준비팀 신설
당내 비주류연합체인 ‘민주희망2012’는 최근 전대 준비팀을 신설해 당권 후보 선정 및 지원을 위한 준비 체제를 구축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전대 때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박주선 의원을 후보로 내세워 모두 최고위원에 당선시킨 전례가 있어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모임이다. 현재까진 이강래 이종걸 조배숙 문학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486, 친노그룹, 재야파 모임인 ‘진보개혁모임’은 내부적으로 전대에 임하는 전략이나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특정후보를 배출하거나 지지하는 방식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밖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태랑 전 의원과 원혜영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친노그룹의 백원우 의원, 정대철ㆍ정균환 전 의원 등이 당 안팎에서 전대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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