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언제까지 이어지나
‘박근혜 대세론’ 언제까지 이어지나
  • 김규리 기자
  • 입력 2011-07-26 10:55
  • 승인 2011.07.26 10:55
  • 호수 89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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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박 대세론 무너뜨리는데 힘 보태겠다”
이동관 “박 대세론은 독약”


김규리 기자 =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MB의 입’으로 통하는 이동관 언론특보가 ‘박근혜 대세론’을 ‘독약’으로 비유해 파장을 일으켰다. 앞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을 주장해 당 지도부로서의 공정성 논란이 거세다. ‘박근혜 대세론’을 두고 공감과 견제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향후 대선에 어떤 영향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권 후보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대표 이형수)와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대표 신상석)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대비 3.0%p 상승한 37.9%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전대 이후 연일 ‘박근혜 대세론’을 거론하며 ‘이명박 대세론’과 같은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홍 대표는 14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복지나 서민에 대한 정책만 강화하면 이번 대세론은 그 형태가 이명박 대세론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지난 6일 “방해 공작만 없다면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YS, DJ 때와 같은 그런 (일방적인) 경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더불어 또 한 번 ‘박근혜 대세론’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 위협 기류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19일 서울신문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에 의뢰해 12~1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남 493명, 여 507명)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박 전 대표가 2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민주당 손학규 대표 13.0%, 김문수 경기지사 12.7%,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11.5%, 오세훈 서울시장이 9.4%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중후반을 달리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 초반에 그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박근혜 대세론’을 거품으로 바라보는 기류도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세론에 의문을 가지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4%는 ‘다른 후보들의 지지도가 너무 낮아 대세론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45.0%는 ‘지지도는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현재의 대세론은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대세론이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자의 비율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선을 결정짓는 40대 중도, 수도권 거주자 층 은 낙관론 응답보다는 거품론 응답이 우세했으며 화이트칼라층에서는 유지론(51.2%)이 거품론(45.5%) 보다 많았다”며 “대항마 출현이나 야권후보 단일화 등의 돌출변수를 감안하면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거품론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대세는 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영남을 기반으로 충청·호남권에서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지만 유력한 야권 단일 후보가 부상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갈 호남 표가 야권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단일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20~40대 젊은층, 수도권, 호남·충청권 표는 수도권과 호남권을 중심으로 이탈하게 되고 거품론의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는 18일 발간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는 전문가도 동의하듯 박빙 선거가 될 것이므로 특단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말했다. 대세론을 전제로 흘러가는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가 압도적이고 소중한 자산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과연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실패한 이회창 전 후보보다 강력한 후보인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특보의 발언은 결국 ‘박근혜 대세론’의 결과가 이전 ‘이회창 대세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아도 거품으로 전락해 대선에 낙선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가시화된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의 3자 연대 역시 관심을 모은다.

오 시장은 ‘박근혜 대항마’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따라 여권의 대권 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대세는 대세 아닌가. 지금 대세가 앞으로 대세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이회창 전 총재를 두 번이나 도와주다 졌는데 그때는 될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리 예측력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주에 견제해 결합하게 된다면 파괴력 있는 대항마가 나오게 되고 향후 이들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야권 대선 후보 1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문 이사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하고, 대선에서 통합 또는 그에 맞먹는 연합이 이뤄진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며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문 이사장의 말대로 야권 연합이 이루어진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대 대세론과
같은 절차 밟게 되나


역대 대세론은 성공과 실패로 엇갈렸다.

김영삼 전 대선 후보는 1992년 대선 당시 3당 합당으로 조기에 대세론을 인정받았다.
역대 대선에서의 야권 단일화는 큰 영향을 발휘하듯 ‘YS 대세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모든 여론조사에서 ‘YS 대세론’이 입증됐으며 김종필 후보와의 영남·충청 연대도 대세론에 한몫을 했다.

또한 정주영과 박찬종 등 여권 후보의 출마에도 김 전 대통령은 2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대세론에 성공했다.
반면, 이회창 전 대선 후보는 1997년, 2002년 대선 당시 지지율 40%를 유지하며 ‘이회창 대세론’으로 평가됐지만 결과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차례로 패배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대통령과 여당 후보가 대립했고 이인제 전 대선 후보는 경선에 패배하고도 다른 당으로 출마해 500만 표를 가져갔다.

여기에 DJP 호남·충청 연대와 병역문제가 더해져 결국 낙선하게 됐다.

2002년 대선에서는 결정적으로 노무현, 정몽준 전 대선 후보의 연합이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렸다. 결국 보수의 분열로 좌절된 것이다.

역대 대세론의 운명은 분열과 연대에서 갈렸듯 ‘박근혜 대세론’이 과연 ‘YS 대세론’처럼 될지, 아니면 ‘이회창 대세론’과 같은 절차를 밝게 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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