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대학교수나 저명인사보다 현장 경험 풍부한 교사출신 적합
새누리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야권 후보로 조국(48)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등판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가 실제로 출마할 경우 여권은 이에 맞설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곽 교육감의 낙마를 전제로 그간 여권은 콧노래를 불러왔다. 대선과 함께 재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교육감 후보는 사실상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참신한 인물이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다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는 오랜 가뭄 끝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도 지난 15, 16대 때와 마찬가지로 50만 표 안팎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야권은 전전긍긍했다. 곽 교육감이 극적으로 회생하기만을 바랐다. 진보 성향의 곽 교육감이 후보 매수죄로 낙마한 것도 불명예스러울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내세울 만한 후보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곽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한 정치권 소식통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여권에 호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야권에서 조 교수가 나온다면 여권에서는 과연 어떤 카드로 맞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野, “조국만 나오면 대선도 OK”
민주통합당에서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구원 등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은 조 교수는 진보 성향의 학자로 야권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 교수만 나와만 준다면 재선거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고 대선 승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조 교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은 했지만 수락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조 교수의 출마는 단순히 교육감 한 명을 배출하는 차원이 아니다. 조 교수가 출마한다면 대선주자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띠는 만큼, 사실상 정권 교체의 쌍두마차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 교수는 그러나 출마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강력한 출마 권유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조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도 멘토 역할을 희망한다.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조 교수는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하고, 민주당에 묶이지 않는 안철수 지지세력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면서 “두 가지를 위해 내가 할 역할을 하겠다”며 민주당 입당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었다.
재선거 승리를 낙관하던 새누리당은 조 교수 등판설에 초비상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20명에 이르지만, 야권의 ‘조국급’을 상대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등판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직 장관이 갑자기 자리를 내놓고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 교수와 이 장관이 끝내 고사할 경우 여야는 대선후보가 직접 후보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 등이, 야권에서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文은 “무조건”, 安은 “글쎄요”
조 교수는 “국민들께 문(文) 안(安) 드리자”고 제안한다. 조 교수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정권 교체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문안 드림’은 조 교수의 현재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조 교수의 출마가 더 간절한 쪽은 문 후보 측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안철수 후보에 이어 3위에 처져 있는 문 후보 측은 조 교수가 출마한다면 일찌감치 민주당 간판 아래에서 ‘정권 교체의 쌍두마차’ 이미지를 굳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시너지효과는 예상외로 클 것이고, 안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문 후보 측은 낙관하고 있다. 조 교수의 잇단 고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과는 다소 시각차가 있다. 교육감이란 자리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안 후보 측 생각이다. 또 안 후보 측은 교육감은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보다는 교사 출신이 맡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안철수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서울시뿐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지는 어른”이라며 “그런 자리인 만큼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보다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 출신이 후보로 적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양재형 프리랜서>
양재형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