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 유흥가의 한 모텔에서 40대 여성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씨가 발견된 곳은 모텔의 지하 보일러실. 시신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경기 광주시의 한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이씨는 지난 2일 오후 퇴근 후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성남 모란역 근처 유흥가로 향했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졌다가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실종 당일 밤 모란역 인근 한 모텔 앞에서 이씨의 모습이 찍힌 CCTV를 찾아냈다. CCTV에는 술에 취한 채 길가에 앉아 있던 이씨를 모텔에서 나온 한 남성이 다시 모텔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대체 이날 밤 이씨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씨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재구성해보았다.
이씨가 사라지던 날 밤. 이씨 주변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이씨는 저녁 10시가 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씨의 귀가가 늦어지자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주변인들은 갑자기 이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틀 사흘째 연락도 없고 모습도 보이지 않아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씨의 한 직장 동료는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무단으로 결근해서 몸이 많이 아픈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무슨 사건이 터진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보기도 했으나 본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안한 느낌은 현실이 돼 나타났다. 지난 10일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쯤 성남시 중원구 한 모텔 지하 보일러실 세탁함에서 이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이씨의 남편이 지난 5일 “아내가 귀가하지 않는다”고 신고해 수사를 벌여 왔다.
발견 당시 이씨의 사채는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현금 등 소지품 일부도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패 정도와 이씨의 사망 전 행적으로 미뤄 이씨가 2일 밤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용의자의 정체
이 소식을 들은 주변인들은 끔찍한 소식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피해자의 통화내역과 CCTV분석,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탐문수사를 통해서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씨가 발견된 모텔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용의자의 신원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소재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 이들은 도피자금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곧 공개수사로 전환에 이들을 검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경기지역 모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이씨는 지난 2일 오후 퇴근해 지인과 만난 뒤 오후 10시쯤 성남 모란역 근처에서 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역에서 가까운 모텔 주변 길가에 술에 취해 앉아 있는 이씨를 한 20대 남성이 부축해 모텔로 향하는 모습이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찍혔다. 하지만 이씨가 이 모텔에 투숙한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이씨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20대 남성을 쫓고 있으며 이씨 가족과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진짜 이씨를 죽였나
그러나 사체의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가려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용의자는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유력 용의자는 이 모텔에서 근무했던 A씨 등 2명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모텔 CCTV의 하드디스크 기록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지인의 “술을 많이 마셔 취한 상태였다”는 진술을 토대로 모란역 부근 모텔을 탐문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문제의 모텔을 찾아가 이씨가 사라진 당일의 CCTV기록을 보여 달라고 했으나 이 모텔 종업원은 CCTV가 고장 나 해당 일의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모란역 주변 모텔 CCTV를 통한 이씨의 행방추적에 실패한 경찰은 다시 거리에 설치된 각종 폐쇄회로 화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이씨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씨가 한 편의점 앞에서 술에 취해 앉아 있었고 한참 후 모텔직원이 이씨를 모텔로 부축해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텔 직원은 모텔에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왔다가 이씨를 발견했지만 그냥 다시 모텔로 들어간다. 얼마 후 이 직원은 다시 나와 이씨의 가방을 모텔로 가져갔다. 잠시 후 이 직원은 또 나와 이번에는 이씨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 CCTV화면을 지켜본 한 경찰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경찰이 CCTV화면을 요청했을 때 카메라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을 했던 바로 그 종업원이 이씨를 모텔로 데려간 장본인이었던 것.
경찰은 이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이들이 왜 이씨를 모텔로 데리고 갔는지와 이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모텔 금고를 털어 도주했다. 모텔의 모든 CCTV화면은 삭제돼 있어 경찰은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범행을 추적하고 있다.
윤동일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은 “실종자 수사를 펴오는 중 살해 사건으로 급변경해 수사 중으로 용의자 영상물이 비교적 선명히 찍혀 검거는 시간문제”라며 “조만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CCTV화면을 공개해 수배하는 방식 등으로 용의자들의 신병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하나 프리랜서 >
오하나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