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스타트’
민주당 VS 한나라당 공천 물갈이 ‘스타트’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7-19 09:19
  • 승인 2011.07.19 09:19
  • 호수 89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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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전략 ‘새로운 피’수혈 초점… “이대론 총선 승리 불투명”
지난 13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신임당직자 임선강행 이후 처음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이 홍준표 대표를 바라보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photo@dailypot.co.kr

한나라당, 17대 총선정국 재현될까 ‘노심초사’
민주당, 호남 물갈이 바람에 격한 반발 예고


전성무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잇따라 ‘탈 지역’ 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 취임 이후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지역구 탈피 움직임은 ‘호남 물갈이론’에 탄력을 실어주며 향후 호남 지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예고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홍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던진 ‘계파 탈피’ 의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곧 ‘내 맘대로 식’ 공천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단행된 당직자 인선 과정에서 계파 간 마찰을 빚은 것도 이런 한나라당의 불안한 기류를 엿보게 해준다.

여야가 각각 19대 총선 공천 문제로 내부 잡음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최근 사무총장 인선 이후 계파 갈등이 재점화 됐다. 홍 대표가 7·4 전당대회 이후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홍준표, 사무총장 인선
‘낙천 공포증’ 확산


그런데 당내 지도부 일부에서 이번 사무총장 인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내년에 있을 총선 공천 작업을 담당할 사무총장이 홍 대표의 당 대표 경선 캠프출신 측근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 사무총장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기초자료를 만드는데 관여한다. 이런 사무총장 자리를 측근으로 배치한 것은 사실상 홍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에게 입김을 행사해 공천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안이 최고위 만장일치로 의결, 통과되자 지도부간 갈등이 빚어졌다. 김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에 반대했던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렇듯 김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갈등은 점점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당직 인선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양상도 있지만 실상은 19대 총선 공천권에 있다. 각 계파 대리인들이 자신들의 생명과도 같은 공천권을 쥐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다시피 한 현재 친이계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천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구체적인 ‘살생부’까지 나돌 정도로 공천 물갈이에 대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이계의 위기는 곧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와 궤를 함께 한다. 박 전 대표로서는 대권을 쥐기 위해 반드시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국 지역구 의석의 절반 가량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수도권의 친박계를 결집해 ‘박풍’을 일으킬 것을 우려, 수도권 공천을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지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공천을 받았지만 자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는 점을 들며 대대적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분당을 선거와 강원지사 선거를 통해 민심 이반을 뼈저리게 경험했고, 급기야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사태까지 겪어야 했다. 같은 일이 내년 총선에서 벌어질 경우 대선정국 주도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어 총선 공천을 기대했던 지역 기득권자들은 노심초사하며 나름의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역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민심을 전환시킬 만한 ‘새로운 피’ 수혈에 초점을 둔 공천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기존 기득권들과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김효석 수도권 출마
‘호남 물갈이’ 탄력


민주당의 공천 물갈이 바람도 거세다. 전남 담양·곡성·구례가 지역구인 3선의 김효석 의원이 지난 10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 이후 민주당 재집권 전략인 ‘뉴민주당 플랜’을 이끈바 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계층적으로는 중산층, 이념적으로는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지역구에 안주한 채 수도권에서 전개될 치열한 싸움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다”며 “중산층과 서민을 향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국민 속에 각인시키는 선봉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영남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장영달 의원에 이어 중진으로서는 네 번째로 ‘탈지역구’를 선언했다. 앞서 서울 광진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영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부산진갑 출마를 선언했고, 정세균 최고위원도 ‘탈호남’을 선언하고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김부겸 의원도 경기 군포를 떠나 대구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진들의 ‘탈기득권’ 움직임이 잇따르자 민주당 내에서 불고 있는 ‘호남 물갈이’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는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공천 물갈이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손 대표는 4·27 재보선에서 ‘순천무공천’이라는 ‘희생타구’를 날리는 전략으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고 야권 연대에 탄력을 준만큼 내년 총선도 이와 연계한 전략을 구상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손학규의 ‘희생정신’ 강조,
호남은 ‘반발’


손 대표는 그동안 야권 통합과 관련해 민주당의 희생정신을 강조해 왔다. 자발적인 기득권 포기를 통해 공천 개혁을 이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다.

손 대표는 전날 밤 김 의원의 결심을 전해듣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물꼬를 터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호남 중진들로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들릴 수 있다. 당장 광주가 지역구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호남 출신이 영남에서 출마하는 인위적인 방법은 쇄신·변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인위적인 호남 물갈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순천을 무공천 할 당시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등 진통을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당내에선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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