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전설의 재림 … 얻을 것과 잃을 것
김응용, 전설의 재림 … 얻을 것과 잃을 것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2-10-16 10:13
  • 승인 2012.10.16 10:13
  • 호수 963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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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용 한화 감독 <사진=뉴시스>

한화 새 감독에 김응용 선임 … 2년 총 9억 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프로야구의 전설’ 김응용(71) 감독(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최하위 구단’ 한화 이글스의 수장이 됐다.

한화는 지난 8일 “김응용 감독과 2년간, 연봉과 계약금 각각 3억 원으로 계약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김응용 감독의 현역 복귀는 8년 만에 이루어졌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 2004년 삼성 라이온즈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응용 감독은 삼성 사장을 거쳤으며 재야에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김응용이 한화 감독으로 선임되기 얼마 전 “현역 복귀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프로구단으로 복귀 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로 이어져왔다.

그리고 한화가 그 ‘전설’을 모신 것이다. 한화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10회 우승’을 이룬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는 것으로 구단을 재정비할 계획을 드러냈다. 김응용 감독의 권위가 무너진 한화를 일으켜 세울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 최근 프로야구는 ‘젊은 감독’, ‘프런트야구’ 체제로 형세가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이번 시즌 수많은 논란 속에 한대화 감독을 경질하고 ‘야구원로’ 김응용 감독 체제를 선택했다. 이는 최근 4년간 세 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 15일 대전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후 ‘한화 김응용 호’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8년 만에 프로야구 일선으로 복귀하게 된 김응용 감독이 한화를 어떻게 변화시켜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김응용이 남긴 성적

부산상고와 우석대를 졸업한 김응용 감독은 한일은행 시절 국가대표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이후 1983년 KIA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사령탑에 올라 명감독 인생의 서막을 알렸다.

김응용 감독은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왕조’를 이끌었던 인물로 유명하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18년간 해태를 지휘했던 김응용 감독은 9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 기간 동안 김응용 감독의 해태는 그야말로 폭군이었다. 김응용 감독의 지휘 아래에 있는 해태를 압도할 수 있는 구단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김응용 감독은 김성한 감독에게 해태를 맡기고 삼성 라이온즈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번 시험했다. 이후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페넌트레이스 7회 우승) 감독 이라는 명예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응용 감독은 지난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 유니콘스에게 패한 후 그라운드를 떠났다.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패배를 경험한 직후였다.

김응용 감독은 총 22시즌을 치르면서 2679경기 출장 1476승1138패 65무 승률 0.565, 한국시리즈 우승 10회라는 성적을 남겼다.

김응용 감독 사단 … 초호화 전력 구축?

▲ 이종범 한화 코치 <사진=뉴시스>

김응용 감독의 주변엔 항상 그가 직접 인선한 코치진이 있었다.

자신이 구성한 최고의 코치진을 곁에 둔다는 것이 김응용 감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김응용 감독은 선수들과의 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김응용 감독이 남긴 말은 고작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정도다. 자신이 직접 인선한 코치진에 지시를 남기는 방식을 선호한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에도 기존 코치 6명을 해임 하고 대대적인 팀 정비에 착수 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장효조(타격), 김봉근(투수)를 비롯해 김성근(2군 감독), 박정환(배터리), 장호연(투수)등 모두 6명에게 무더기로 해임을 통보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해태 시절 김응용 감독을 보좌했던 유남호, 김종모 등을 앉혔다. 더불어 김응용 감독의 애제자인 선동렬(현 KIA 감독)도 불러왔었다. 

이번 한화 감독으로 선임 된 김응용 감독의 코치진 구성에 대해서도 1980년 초반부터 30여 년간 감독직과 프런트를 오가면서 쌓인 인맥이 하나 둘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화 구단도 코치 인선을 모두 그에게 맡겼다.

김응용 감독은 가장 먼저 ‘애제자’ 이종범(42)을 코치로 영입했다. 김응용 감독이 일선 감독과 구단 경영자로서 성공한 ‘전설’이라면 이종범은 작년까지 현역에서 ‘종범신(神)’으로 불리며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더불어 김응용 감독이 과거 해태에서 이른바 ‘왕조 2기’의 전성기를 지휘할 때 팀의 주축선수가 이종범이었다. 또 둘은 야인생활을 할 당시 함께 방송출연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이다.

김응용 감독 선임 이후 줄곧 거론됐던 이종범의 코치영입이 사실화되자 그의 인맥을 중심으로 더 많은 예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가 합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신빙성을 더하고 있으며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의 합류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현역 코치들의 계약기간은 보통 11월까지기 때문에 오는 11월까지는 공식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양준혁은 해설위원과 야구재단활동 등으로 바빠도 너무 바쁜 활동을 하고 있어 확실한 가늠은 되지 않고 있다.

김응용 감독도 현재 복수의 매체를 통해 “미리 떠들어 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준혁 영입 설에 대해서도 김응용 감독과 양준혁 모두 “너무 바쁘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이종범은 현재 자유의 몸이기 때문에 빠른 영입이 가능했을 뿐 당분간 추가 코치 인선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 부흥을 위해 김응용 감독은 이름 높은 ‘거물’들의 인사 단행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은 끊이지 않고 있다.

8년만의 복귀, 위험요소는 없나?

김응용 감독은 명장 중 명장이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란 전무후무한 대기록은 그 평생의 업적이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한국시리즈 29차례 가운데 그가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비율은 35%다. 나머지 65%를 ‘김응용이 아닌’ 감독들이 나눠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은퇴한 지도 벌써 8년 전이다. 나이도 1941년생으로 이미 내년이면 72세다.

그의 재림을 환영하는 목소리 일색이지만 ‘환영’일 뿐, 현실은 냉엄하다. 그가 떠나 있던 8년간 야구계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응용 감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와 요즘 야구는 환경, 감독, 선수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젊은 감독들이 판을 치는 현장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김응용 감독의 수족이 될 코치진 또한 이제 ‘동료’가 아닌 ‘제자’들의 선에서만 구축해야 한다는 변수도 있다. 이종범만 보더라도 코치 경험이 ‘전무’한 새내기 코치다.

무엇보다 한화라는 구단 자체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팀이다. 기본적인 전력이 강하지 않고, 선수층도 얇다.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당장 구단 고위층이 원하는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물론 구단과 김응용 감독 또한 이점을 전제로 2년이라는 짧은 계약기간과 함께 ‘팀 체질 개선’을 목표로 두고 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프로의 세계는 항상 우승이 목표다. 우승을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것이 모든 스포츠의 특성이자 속성이다.

프로 스포츠의 기본적인 특성과 지금까지 김응용 감독의 야구 스타일, 그리고 팀 체질 개선을 위한 현장 복귀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불어 김응용 감독의 지휘를 받게 될 한화는 유승안-김인식-한대화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감독들 체제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김응용 감독과 같은 권위적 카리스마를 겪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과연 김응용 감독의 방식에 확실한 적응력을 보일지 미지수다. 반대로 김응용 감독 또한 강팀을 더 강하게 조련시키는 점은 이미 입증된 반면 약팀을 강팀으로 변모시키는 능력은 확인 된 바가 없다. 

이 모든 것을 딛고 김응용 감독이 복귀하는 2년 중 한화가 4강, 또는 우승에 근접한다면 그는 ‘역시 김응용’ 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화려한 업적은 결국 선수들 덕분”이라는 조롱을 들을 수도 있다.

이것이 ‘김응용 감독의 현장 복귀는 축하할 일이지만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계없이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김응용 감독의 한화가 모든 이들의 초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김응용 감독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는 간단하다. 못하면 죽는다”고 외치며 현장에 복귀하는 만큼 그가 한화의 부흥을 가져 올지, 아니면 위험요소를 그대로 드러낼지 벌써부터 수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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