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레임덕, ‘평창효과’도 못 막는다
MB 레임덕, ‘평창효과’도 못 막는다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7-19 09:11
  • 승인 2011.07.19 09:11
  • 호수 89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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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3일천하? 법무장관·검찰총장 최측근 돌려막기 인사

“이재오 복귀해도 답 없다”
평창 쾌거 이후 지지율 반등 ‘일시적 효과’
해병대 총기난사에 여론 휘청 정부도 부담


전성무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일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효과로 잠잠했던 레임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MB정부는 올림픽 유치에 따른 레임덕 차단을 기대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도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압박을 느낀 이 대통령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는 ‘무리수’ 까지 뒀다. 정치권에선 임기 후반기 최측근 인사 배치는 이 대통령 본인도 레임덕을 자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벽 만세를 불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언론들은 앞 다퉈 이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유치를 이끌어 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평창의 승리 직전까지 불어 닥치던 레임덕에 대한 우려는 잠잠해졌다.

저축은행 부실운영 사태와 더불어 치솟는 물가에 서민경제가 휘청이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진 상황에 터진 반전이었다.

앞서 이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유치를 위해 순방길에 오르는 동안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혀 레임덕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이 때문에 평창의 쾌거는 이 대통령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평창의 승리는 이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고 후반기 국정운영에 동력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레임덕 극복을 위한 ‘조커’로 까지 받아들여졌다.

특히 IOC 위원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 때문에 성공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평창효과’ 3일천하
속 타는 청와대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평창의 효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려 했던 청와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평창과 관련된 광고효과 기대가 예상보다 크게 밑돌고 있다. 청와대는 평창 유치가 결정된 이후 홍보전략을 ‘로우키(low-key 낮은 목소리)’로 설정했다. 성과를 과시하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G20유치나 UAE원전 수주 이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유치위원회와 유치활동에 나섰던 기업인, 스포츠 스타를 부각시켰다. 유치 축하 행사도 유치위에 넘기고 청와대는 후방 지원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내심 평창의 효과를 기대했다. 집권 4년차 레임덕 위기에 빠진 정국 돌파의 열쇠를 쥐려는 속내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당장 광고시장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청와대는 유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축하광고 게재를 기업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축하광고에 뛰어든 기업은 삼성 두산 등 평창 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원한 일부 기업에 그쳤다. 청와대의 ‘입김’이 기업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것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런 청와대의 영향력 하락으로 인해 “사실상 시장에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여기에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과 이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 자리에 측근 인사를 배치한 것도 평창 효과를 덮어버리고 레임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부적응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이런 발언은 금새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뒤이은 법무장관 및 검찰총장 인사도 ‘올림픽이 열리는 세계적 겨울도시’를 외치며 들떴던 분위기를 변방의 시골마을 잔치로 전락시켰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기대만큼 평창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올해 초 신공항·과학벨트 논란으로 영남권 민심을 잃은데 이어 4·27 재보선패배, 비주류 여당지도부 구성 등으로 궁지에 몰린바 있다. 몰아붙이기식으로 추진한 4대강 건설현장의 잇단 사고를 비롯해 연일 치솟는 기름값과 전세가격 상승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특히 기름값과 전세비용은 서민들의 생활고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지역 평균 기름값은 이미 2000원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연말에는 전국 기름값이 2000원대로 굳어질 태세다. 정부가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추진한 ‘기름값 100원’ 인하정책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오일러시’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7주째 상승하고 있다.

청와대는 집권 4년차 피로감이 극에 달하자 이를 타개할 해법 모색에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방향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인사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당청 관계에선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당과 청와대가 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법률 개정에 대한 책임을 당이 지고 있고 정부는 당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친박계와 소장그룹이 당 쇄신 움직임의 선두에 서면서 주류였던 친이계는 사실상 몰락했다.

7·4 전대 이후 비주류 였던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로, 친박계 주자로 나섰던 유승민 의원이 2위로 지도부에 입성, ‘신주류’ 그룹이 형성되면서 당내 최대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힘을 잃었다. 임 실장의 이 같은 입장은 이런 당 내부의 권력지형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권재진 한상대
소폭 개각 역풍 맞나


지난 15일 단행된 이 대통령의 소폭 개각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장관에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소장그룹인 ‘민본21’ 마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이런 기류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강행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불만감이 팽배해져 있는 검찰 조직을 새롭게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수석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 북부 및 남부지청장, 대검 공안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09년 6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거론됐지만 사법시험 2년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자 바로 사의를 밝히고 검찰을 떠났고, 그해 8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한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서울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인권과장 법무실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개각 때 마다 측근을 요직에 두루 재배치 하는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휩싸여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여야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 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측근 인사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친이계 직계 외에는 모두 반대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정치권 일부에선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우에 불가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직후인 지난 8~9일 이틀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41.3%로 연구원의 지난 달 조사(33.9%)에 비해 7.4%p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것은 2월(46.6%) 이후 5개월 만이다. 또한 한나라당 지지율 역시 지난달(25.2%)보다 6.5%p 상승한 31.7%를 기록했다. 내년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 역시 지난달(29.5%)보다 11.3%p 상승한 40.8%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 즉 ‘컨벤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문한다.

김미현 동서리서치 소장은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에 대해 “일시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산적된 현안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평창 효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창이라는 약발은 오래 못갈 것으로 본다”면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있을 장관 및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이후 원위치 할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포함한 소폭 개각이 단행되면서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설도 가시화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레임덕 우려와 함께 국정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가고 당청 간 엇박자를 내고 있어 이 장관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이재오 복귀설 ‘솔솔’
역할은 ‘글쎄’


이 때문에 ‘왕의 남자’로 불리면서 친이계 핵심인 이 장관이 당에 복귀할 경우 흩어졌던 친이계를 결집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내가 마치 정권 2인자로서 권력을 향유한 것처럼 비쳤는데 다 털어내겠다. 장관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친이계는 급조된 계파 아니었느냐. 남은 사람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 국민의 마음을 얻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청의 위기에 대한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장관의 역할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신주류’로 부상한 홍 대표가 취임 일성부터 “총선 전까지 계파를 해체할 것이다. 계파활동은 총선 끝나고 하라”며 계파 해체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 버려 이 장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이 장관이 여의도 정치에 복귀해 당청간 중재역할에 나선다하더라도 당 지도부 상황이 많이 바뀌는 바람에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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