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내산 닭고기는 거짓말”
“100% 국내산 닭고기는 거짓말”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10-16 09:59
  • 승인 2012.10.16 09:59
  • 호수 963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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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부도덕기업 대명사 되나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국내 최대 닭고기 제조업체 하림(회장 김홍국)이 수입산 닭고기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고 있다. 평소 하림이 ‘100% 국내산 닭고기’를 판매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하림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양계농장주들에게 가축재해보험을 강제로 가입시킨 뒤 수익자를 하림으로 지정해 매년 수억 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던 하림이 오히려 부도덕한 기업의 대명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위장계열사 통해 닭고기 수입한 사실 드러나
계열양계농장에 가축재해보험 강제 가입 강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하림은 국내 닭고기 시장의 35.4%를 차지하면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하림’하면 ‘100% 국내산’을 떠올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림은 그동안 ‘(주)하림의 모든 제품은 국내산 닭고기’라고 광고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하림이 수입산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하림이 수입산을 판매하더라도 국내산으로 인식할 가능성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하림은 상품에 국내산이라고 광고했지만, 하림에서 나온 닭 가슴살 통조림의 성분표시를 봤을 때 수입산 닭 가슴살의 함유량이 80%로 나와 있다”며 “결국 하림에서 생산되는 통조림의 경우 실제 국내산 닭은 20%밖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김홍국 하림 회장도 “하림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98%가 국내산이고, 나머지 2%는 수입산”이라고 말하면서 하림의 모든 제품이 100% 국내산이 아님을 인정했다.

김 의원은 또 하림이 위장계열사인 HK상사를 통해 닭고기를 수입하면서 닭고기 가격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HK상사의 대표이사는 하림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계열사가 수입했으니까 하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해명이라기 보다는 변명에 가깝다”고 꼬집으며 “하림이 양계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축재해보험 강제가입 논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계열양계농가에 가축재해보험을 강제가입 시킨 뒤 수익자를 하림으로 지정해 매년 수억 원의 보험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계약 해지 압력을 행사해 계열화 570농가 가운데 560농가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해야 했다”고 밝혔다.

▲ 대한양계협회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광장에서 '하림그룹 계열사 닭고기 수입 규탄집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가입자는 개별농가, 수익자는 하림”

가축재해보험은 재해를 당한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보험료의 50%는 국비, 25%는 지방비로 지원하고 있다. 축산 관련 조합이 보험료의 10∼15%를 추가 지원하게 되면 농가가 직접 부담하는 보험료는 전체 보험료의 10∼15% 정도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은 재해에 대비해 부담 없이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지난 5일 ‘세계일보’는 하림이 2010년 8월부터 자사의 닭을 키우는 계열화농가들에게 강제로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하림은 보험금 수익자가 육가공업체라는 이유로 지자체와 관련 조합이 보험료 지원을 거부하자 자사가 국고 지원분 50%를 제외한 나머지 40%를 직접 내고 나머지 10%는 출하한 닭을 정산할 때 농가 몫에서 공제하는 방법으로 충당했다. 또한 계열화농가가 이 보험을 거부할 경우 재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하림은 자연재해 발생 시 농가에게 지급돼야 할 보험금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하림이 받은 보험금은 2010년 18건 4억4000만 원, 2011년 60건 6억 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7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보험금을 받은 하림은 병아리값과 사료값을 일괄 공제하고 나머지 잔액만 농가에게 지급했다.

농가들은 ‘자연재해로 닭이 폐사해도 변상책임이 없다’는 사육계약 내용을 근거로 내세우며 하림이 보험금에서 사료값과 병아리값을 공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특히 자체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경우 10∼15%의 보험료만 내면 보험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데 하림이 개입해 농민들의 몫을 가로채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림은 “농가를 위해 가축재해보험을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박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하림은 “가축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기는 했지만 강제로 가입시키지는 않았다”며 “보험의 장점을 설명하고 회사지원 가입을 유도해도 농가가 원치 않으면 개별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2012년 7월말 현재 하림 사육농가의 재해 발생건수는 92건으로 총 보험금의 수령액은 14억4771만 원으로 이중 65%인 9억4528만 원은 농가에 지급됐고 회사는 35%인 5억243만 원을 수령했다”며 “이 기간 농가의 보험금 납부액은 2억1296만 원으로 납부액 대비 수령액이 444%였으며, 하림은 8억5274만 원을 납부해 납부액 대비 수령액은 59%였다”고 주장했다.

보험 수익자를 회사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보험 가입의 당사자 및 보상금 수령자는 농가이지만 하림은 사육계약에 의해 농가에 제공된 원재료(사료·병아리)에 대한 질권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대상의 대부분이 원자재(약 80%)이며 하림에 질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보험사 측에서 하림을 보험 수령자로 지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고 가로채기식 보험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론이 만든 조어일 뿐, 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가입자는 개별농가, 수익자는 하림으로 한 것은 명백한 명의도용”이라며 “지원받은 국비 50%는 ‘횡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때문에 보조금이 바닥나 축산농가가 가축재해보험을 자부담으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진상규명하고 필요할 경우 사법처리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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