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DJ와 손잡자 文, 뒤늦게 ‘포용정책’
朴, DJ와 손잡자 文, 뒤늦게 ‘포용정책’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0-16 09:41
  • 승인 2012.10.16 09:41
  • 호수 9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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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은 박 캠프行… 권노갑은 문 캠프行… 한화갑은 ‘정중동’

▲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임명된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고문이 지난 11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박근혜號에 공식 합류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이하 국민대통합위)’의 수석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앞서 5일 박 후보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영입을 둘러싸고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민주통합당은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이다. 호남민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 전 고문 이외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의 ‘박근혜 캠프’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뒤늦게 동교동계를 포용하고 나섰다. 동교동계 맏형이자 DJ계 핵심인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의원을 대선 캠프의 고문단에 위촉했으며, 김상현 박상천 이용희 전 의원과 장상 전 국무총리 등 구민주계 인사들도 함께 영입했다.

한광옥, 朴 캠프에 둥지 틀다


18대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한국정치의 상징 중 하나인 동교동계가 분열하는 모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가신(家臣)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캠프에 각각 둥지를 틀면서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 합류한 동교동계 인사를 두고 민주통합당 내에선 ‘주군(DJ)을 배신한 행위’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으며, 또 다른 측에서는 ‘친노(친노무현)의 패권주의가 이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11일 중앙선대위 인선결과를 발표, 한 전 고문을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에서 제가 맡기로 했으며,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은 수석부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기(새누리당) 오기도 힘들었는데 자리에 앉기도 힘들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 40여 년의 정치역정 동안 ‘통합과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며 “국민대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이루는 과업에 저의 모든 역량을 바치고자 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애초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이 ‘비리 인사’라며 반발하자 박근혜 후보가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자리가 바뀌었다.

한광옥 전 고문의 영입을 둘러싸고 안대희 위원장은 ‘사퇴 카드’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반대했고, 캠프 내에선 찬반논란이 일면서 적잖은 갈등과 내홍이 불거졌다. 한 수석부위원장 스스로 “오기도 힘들었지만 자리에 앉기도 힘들다”고 했을 정도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체면도 상당히 구겨졌다.

박근혜, DJ계와 손잡다


박 후보는 추석연휴 기간 동안 동교동계 인사들의 영입을 위해 적잖이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만나 합류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동교동계 인사 20여명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의 선대위 합류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동교동계 인사 25명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이미 사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광옥 수석부위원장 역시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우리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 입당 가능 인사가 더 있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동교동계 핵심인사의 한 측근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박 후보 캠프 합류 얘기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현재까지 거론된 인사를 보면 김경재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동선, 이윤수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진념 전 장관은 박근혜 캠프 영입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본인 스스로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문재인, 동교동계 ‘포용’

박근혜 후보의 동교동계 영입소식에 문재인 후보는 지난 8일 선대위 추가 인선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대거 고문단으로 위촉했다. 동교동계의 상징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김상현 김옥두 이용희 전 의원 그리고 박상천 전 의원과 장상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 DJ측근 인사들이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고문단에 참여하신 분들은 민주당의 상임고문과 정치원로들을 모셨다”면서 “높은 경륜을 갖고 계신 분들을 고문으로 모심으로써 문 후보의 정치행보와 선거운동, 정책은 한층 안정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의 동교동계 ‘포용’은 한광옥 전 고문을 비롯해 일부 동교동계 인사가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아울러 문 후보가 DJ계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특히 자신을 향한 ‘호남 표심’을 굳건히 하고 이를 확장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 4·11총선 당시 친노 지도부로부터 호남 구민주계가 홀대 받았다는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문 후보는 DJ계를 끌어안음으로써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 달래기를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동교동계의 반응은?

한광옥 수석부위원장이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지만 캠프 일각에선 여전히 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배신자’ ‘비리인사’ ‘구시대인물’ 등의 낙인이 찍히면서 대선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동교동계 인사에 대한 박 캠프 영입 움직임은 잦아든 상태다. 더욱이 긍정적으로 합류를 검토했던 일부 DJ계 인사들은 체면이 구겨진 한 수석부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이를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핵심 측근은 지난 11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한 고문이 인선되기까지 그 분의 체면이 적잖이 구겨지지 않았느냐”며 “모양새가 나지 않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동교동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라며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가봤자...’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 “그 분은 결코 박근혜 캠프로 가실 분이 아니다”면서 “그렇다고 민주통합당 복당도 그렇고, 당분간은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동교동계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 입당하거나 하는 것은 개별적인 행보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동교동계의 분열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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