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또다시 부는 ‘북풍’
대선 앞두고 또다시 부는 ‘북풍’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2-10-16 09:29
  • 승인 2012.10.16 09:29
  • 호수 963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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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비밀대화록-잦아지는 NLL 침범 보도

▲ 북한 청년의 날 하루 전인 27일 북한 전역에서 올라와 평양 실내체육관에 모인 젊은 대표들이 지도자 김정은의 축하 메시지를 들으면서 박수치고 있다. 청년의 날은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 연맹이 창설된 날을 축하하기 위해 제정됐다. <평양=AP/뉴시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북풍(北風)’이 이번 대선에서도 등장했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빌미로 한 북풍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영토주권 포기’ 발언을 했다며 국정조사를 제안했고,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가 ‘북풍 공작의 일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해 “당시 회담 준비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알 텐데 왜 ‘꿀 먹은 벙어리’냐”면서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국조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각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반박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대로 녹취록 또는 비밀대화록이 국정원과 통일부에 있다면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은 즉시 그 존재 여부를 밝혀주고, 저에게 보여주실 것을 요구한다. 제가 보고 확인해 사실이라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문헌 의원은 지난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 회담내용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했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 그 대화록은 폐기 지시에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북풍의 징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한 어선의 최근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해 북한에 제18대 대통령 선거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정략적인 기획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도발시에는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풍, 이번 대선에서는 어떨까

북풍은 실제 선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남북관계는 국민의 안정심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2000년 이후에 북풍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북한을 무시하지 못할 선거의 변수로 보고 있다.

대선에서는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에 걸쳐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동 바레인 상공에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소행으로 드러났고, 이 사건으로 당시 야당 후보인 김대중 평화민주당,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가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여당 후보인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의 당선에 북풍이 기여했다. 1992년 대선에서도 간첩 이선실 사건이 발생해 선거 여건이 김대중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 이후 대선에선 북풍의 약발이 크게 떨어졌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소속 정당인 국민회의 고문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 사건, 판문점 총격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그러나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고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2차 북핵 위기가 조성됐으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같은 현상은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시위 사건이 발생했고 그에 힘입은 여당인 신한국당이 당시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총선 직전에 제1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 사실이 발표됐으나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오히려 ‘총선용 신북풍’이란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에 패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인 2008년 총선에서도 북풍이 불었다.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남측 당국자 11명 철수, 서해안 미사일 발사, 북 외무성의 강경 발언 등 북한의 강경책이 잇따라 나왔다. 북풍은 뉴타운 공약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한나라당 압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3월 26일 해군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정부가 구성한 민군합동조사단은 6·2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5월 24일 “북한 중어뢰가 공격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을 내세운 야당에 밀려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과 경기, 그리고 경남을 제외한 영남권 4곳 등 단 6곳에서만 승리하며 패배했다.

이렇듯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북풍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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