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송호창 의원이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안 후보가 현역의원 영입에 나서는 한편 정치 세력화의 첫 신호탄을 올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안 캠프 행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안철수 발 정계개편은 한낱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는 좀 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탈정치 연합군’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계파와 이념 그리고 정파 모두를 뛰어넘는 인선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안 후보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위해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주 송호창, 安 캠프 합류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지난 9일 탈당과 함께 안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송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세력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탈당 소감을 밝힌 뒤 “안 후보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며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연일 악의적인 공격과 흠집 내기를 하는 가운데 단 한명의 현역의원 없이 안 후보는 홀로 벌판에 서 있다”며 “그의 진심을 공감하고 정권교체와 새 정치개혁의 뜻을 함께 나눈 저로서는 깊은 책임감으로 가슴 아파 견딜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현역 의원의 첫 안 후보 캠프 합류는 향후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판 전체의 지각변동을 예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더욱이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안 캠프 행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 맞잡은 박선숙-김성식-송호창
안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은 박선숙, 김성숙 전 의원과 송호창 의원 공동체제로 구성됐으며, 정치권에선 여-야-시민사회단체 모두를 아우르는 인적 구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DJ계 인사로 민주당 내 손꼽히는 전략가로 지목된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새누리당 쇄신파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과 당내 쇄신을 요구하며 무소속의 길을 택한 인물이다.
여기에 송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시민사회 인사 격으로 민주통합당 후보로 전략 공천돼 19대 국회에 입성한 젊은 정치인이다.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전면 배치된 것은 아니지만 대선 캠프로써 중도와 혁신세력 그리고 젊은 층을 흡수할 수 있는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다.
안철수 캠프 측은 한발 나아가 기성 정치인을 향해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영입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송 의원 합류 등으로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많다’는 사회자의 물음에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정치를 이뤄보자는 분들이 정치권 안팎에 많다고 본다”며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바 있는데, 그 기준에 부합해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김성식 전 의원의 합류로 새누리당 쇄신파로 분류되는 정태근, 홍정욱 전 의원 등의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송호창 의원 탈당으로 민주통합당은 추가 이탈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안 후보 진영에서 민주통합당의 전·현직 의원들을 접촉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며, 특히 그의 멘토로 잘 알려진 호남출신 김효석 의원과 수도권의 정장선 전 의원 등의 합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文-安 단일화 경쟁 본격화
안철수 후보는 현역인 송 의원의 합류로 향후 이어질 국정감사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의 일전을 앞두고 본격적인 채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송 의원 추가 영입 이후 자신의 대권 의지를 분명히 하며 거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문 후보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던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민주통합당의 ‘정당후부론’ 주장에 “지금 와서 정당후보론을 얘기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쓴 소리는 내뱉는 등 과감한 발언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문 후보는 이에 “어휴,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이해찬 대표는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한 뒤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상태에서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야당이 당선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 같다”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낫다”고 맞받아쳤다.
‘안철수 현상’ 대선이후까지 이어갈까?
안 후보의 경우 정당의 지지기반이 없고, 조직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녔다. 추석 이후 그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최대 강점인 구태정치와 차별되는 ‘새 정치’, 즉 정치 혁신에 대한 수위를 높여가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 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대선을 통해 확실한 비전과 리더십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안철수 현상’은 그야말로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또는 단일화) 과정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대선 때마다 의원들의 이합집산은 늘 있어왔고, 이는 새로운 현상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문을 연 뒤 “추석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치인 영입 및 문 후보와의 신경전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안철수 발 정계개편에 대해 “단일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안 후보가 계속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 만큼 그의 득표율(또는 지지율)에 따라서 정치권의 새판짜기도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