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월9일 정당 대표연설을 통해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내세웠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 대표는 “무소속 대통령이 300명의 국회의원을 일일이 만나고 설득해서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안철수 불가론’을 펼쳤다.
문, ‘단일화’ 주장에 안, ‘시기상조’
문재인 후보도 거들었다. 문 후보는 10일 “민주당으로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며 “민주당 후보 문재인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문 캠프측에선 ‘안철수 총리론’을 주장하며 ‘다음에 도전해도 되지 않느냐’는 말도 흘리고 있다. 나이도 젊고 총리직을 수행한 이후 차차기에 대통령에 나서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 캠프는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 불거지자 안 후보는 즉각 “지금 상태에서 여당에서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야당에서 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가는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여야를 싸잡아 공격했다.
또한 안 후보는 “지금 와서 정당론을 꺼내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까지 당이 정치적으로 어떤 책임을 졌느냐”고 반문했다. 안 캠프 관계자 역시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되면 결국 박근혜 후보에게 대권을 갖다 주자는 것”이라며 “문 후보가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이 ‘단일화’를 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배경엔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가 한몫하고 있다. 추석 이후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안 후보나 문 후보 모두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한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선호도’ 조사에서도 문 후보가 안 후보에 크게 뒤지지 않거나 이기는 조사가 나오면서 ‘민주당 후보 자강론’이 힘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으로선 ‘단일화 요구’가 문 후보와 민주당에게 호재면 호재지 나쁠 게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단일화 관련 “조직도 없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최소한 책임총리로서 문 후보는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며 “다행히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는 민주당 조직이 있어 청와대와 총리실 모두 접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 요구는 양손의 떡을 쥔 셈”이라고 평했다.
이런 주장은 안 후보가 측근들에게 ‘전리품은 없다’, ‘청와대 인사권 1만 개인데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등 사실상 ‘측근 인사 배제론’을 펼치면서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반면 안 후보로선 ‘선 정치개혁 후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캠프 내 금기어로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입당 문제 안-문 시각차
나아가 조직 없이 선거를 치루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후보 양보’로 비쳐질 수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문 후보로 단일화해 봐야 최종 결과는 뻔한 게 아니겠느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야권 유력한 두 후보가 ‘단일화’를 두고 정면 충돌하자 새누리당은 내심 반기는 표정이다. ‘3자 구도 필승론’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단일화는 물 건너 갔다는 섣부른 평도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박 캠프에선 아직 수면아래에 잠복해 있는 민주당 입당 역시 ‘단일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 캠프에선 단일화 선결조건으로 ‘민주당 입당’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세력이 주된 지지층인 안 후보로선 ‘민주당 입당’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은 전제조건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남겨두고 있다. 오히려 ‘무소속’ 신분으로 대권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단일화 무산’이라는 위기 인식이 야권에 확산되자 ‘단일화는 절대적 명제’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해 안 캠프로 간 송호창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당만이 문 후보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며, 안 후보와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분이 힘을 합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없으면 양쪽이 다 죽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마저 제시했다. 조 교수는 11일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해 ‘정치혁신위 공동구성→공동 정강정책 확립→세력관계 조율’ 등 3단계 방안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당의 혁신을 내걸었는데, 추상적으로 혁신이 됐다, 안됐다 논쟁만 하면 감정싸움만 벌어진다”며 “양측이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 위원은 반반씩 추천하고 위원장은 합의추천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정치적 담판이냐 여론조사 경선이냐
이어 그는 “세력이 어떻게 합쳐질지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되는데, 책임총리제와 대통령 권한 부분 등을 놓고 양측이 합의를 봐야 한다”며 “‘단일화 나눠먹기’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공동정책을 합의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경선을 하지 않고 ‘정치적 담판’으로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미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위한 핫라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말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치적 담판이 안될 경우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일궈낸 ‘무소속 박원순-민주당 박영선’ 단일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여론조사+경선’방식으로 ▲ 여론조사 30% ▲ TV토론 후 배심단원 평가 30% ▲ 현장 투표 40% 안이다. 이에 대해선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문 후보로선 ‘부정적인’ 반면 안 후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시장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당 입당이라는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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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