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에 성과급·특혜까지…공기업 자구 노력 미흡 비난
공기업 경영계획안은 쇄신 안이라기보다 회피용이란 지적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공기업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지나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자체 성과급을 수년째 지급한 사실이 19대 첫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지적된 것.
더욱이 기획재정부 수장이자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박재완 장관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D등급, E등급을 받은 기관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직후에도 공기업이 자체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급된 성과급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성과급 상승에 대한 부채 부담을 서민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 8일 기준으로 국가부채 420조7000억 원보다 많은 463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사도 “한국의 28개 비금융분야 공기업 부채가 2007년 국내총생산의 16.2%에서 최근 26.6%까지 확대돼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도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인지 같은 날 증자·자산 매각·투자 축소·중장기 요금 인상 등 대대적인 부채 축소 작업 등에 초점을 맞춘 경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주요 신문 경제지면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가스공사는 자사주 매각과 유상증자,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투자자산 매각, 한국도로공사는 투자 축소,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은 보험료율 인상을 내년에 각각 추진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손해가 많은 선적전 수출신용보증 지원을 작년 3조3000억 원에서 내년 2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손해율이 높은 종목의 보험료율을 올린다.
신용보증기금은 장기·고액 보증 이용기업과 한계기업에 대한 가산 보증료 부과를 통해 평균 보증료율을 인상한다. 중소기업 등의 거래위험 덜어주는 매출채권보험사업의 실질손해율도 낮추고자 해당 보험료율도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임대주택 건설의 3.3㎡당 재정지원 단가를 올해 600만 원에서 내년에 640만 원으로 올려준다.
가스공사에는 내년에 에너지자원사업특별회계 자금 2500억 원 출자를 포함한 유상 증자를 검토한다. 광물자원공사에는 2700억 원, 석유공사에는 유전개발용으로 3500억 원, 비축사업용으로 736억 원을 각각 내년에 출자한다.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에 총 2000억 원, 무역보험기금에 2500억 원을 출연한다.
수자원공사는 다목적댐·4대강 보·아라뱃길 갑문 및 주운수로 등 국가시설에 대한 수탁관리비 국고 지원을 늘린다.
이처럼 공기업들이 마련한 경영계획안은 ‘요금인상’과 ‘정부보조인상’ 등이 주요내용이어서 쇄신 안이라기보다는 회피용이란 지적이 많다.
19대 국감장에서도 이 같은 질타를 하는 의원이 상당수다. 이를 접한 시민 또한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점포를 운영하는 A씨(45)는 “서민물가와 연결되는 것이 공공기관의 세금 인상이다. 그런 세금이 올라간다는 것은 전체적인 경기가 상승한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해당 기업 수장들은 세금을 올리는 것 말고는 자구책을 찾지 못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주부 B씨(36) 또한 “현 정권 들어 서민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하던 국회의원들이 이 대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며 “도대체 어느 정도 세금을 거둬야 공기업이 운영되는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안 준다던 경영성과평가 D등급 이하, 성과급 지급
공기업 중 일부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경영실적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직원들 성과급 챙겨주기만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국감에서 경영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 14곳과 부채 상위 10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성과급 및 임금 지급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 중 성과급 지급이 문제 될 만한 기관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 14곳 중 12곳이 경영부진에도 임직원에게 인당 1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들 중 9곳 역시 지난 추석을 맞아 성과급을 지급했다. 부채 상위 공기업 10곳 중 9곳도 임직원에게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1473만 원의 성과급을 나뉘었으며, 올해엔 이보다 많은 1564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공사 또한 올해 1인당 735만 원을 지급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역시 지난해 1인당 연평균 급여가 8500만 원임에도 직원 81명에게 3년 거치 6년 분할상환으로 10억 원이 넘는 돈을 무이자로 대출해줬다. 금융부채가 97 7687억 원으로 가장 부채가 많은 토지주택공사도 이자로 연간 4조3662억 원을 내면서 직원 1037명에게 97억 원이 넘는 돈을 무이자로 대출했다. 이는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이 ‘든든한 학자금’을 받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셈이다. ‘든든한 학자금’은 연 가구 소득 5500만 원 이하 가구의 대학생이 시중 은행 금리(연 6~7)보다 싼 연이율 3.9%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공기업이 가뜩이나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비판을 받는데, 이런 특혜까지 주는 게 국민의 상식에 맞느냐”며 이를 감독해야 할 기재위를 지탄하기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만하게 경영한 공기업이 있다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D등급, E등급을 받은 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후에도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공기업이 성과급을 자체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성과급 문제는 또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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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