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스타마케팅으로 국내시장 공략하는 도요타 자동차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스타마케팅으로 국내시장 공략하는 도요타 자동차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입력 2012-10-15 14:16
  • 승인 2012.10.15 14:16
  • 호수 962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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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에 찬 도발적 메시지보다 더 큰 갈등 빌미 경계해야

자동차는 이제 우리들 일상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반자가 된 지 오래다. 광고 또한 기능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자동차가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며 감성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요즘은 비록 연비가 화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광고들은 모델이 취하고 있는 포즈처럼 나도 그렇게 될 것 같거나 연인과의 멋진 사랑 하나를 꿈꾸게 하거나 아니면 우리 가족의 행복한 모습 등을 담는 등 나의 삶과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판타지를 연출한다.

▲ <토요타 캠리 안에서 포즈를 취한 김태희>
한국 도요타는 올해 초 ‘뉴 캠리’의 광고모델로 김태희를 내세운데 이어 지난 달 13일 출시 된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에는 장동건을 캐스팅했다. 국내시장 해외수입차 판매 경쟁에서 독일 차종에 밀려 아직은 2위에 머물고 있는 시장 포지션에서 톱모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해 이 차이를 극복해 보려는 스타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모델 김태희는 블랙 핫팬츠의 섹시한 차림으로 럭셔리하면서도 성숙한 여성미를 뽐내고 있다. 장동건 또한 믿음직스러운 신뢰감과 함께 품격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모델의 은근한 미소에서 삶의 운치가 엿보인다. 소비자 설득 이론상으로 동성(同性)고객에 대해서는 ‘나도 모델처럼’이라는 동일시(Identification)기제로 그리고 이성(異性)고객에 대해서는 성적 본능을 자극하여 대상만족을 취하도록 하려는 억압(Repression)기제를 활용하는 듯하다.

이 광고는 빅 모델들의 이미지를 반복 노출시키는 무조건적 자극에 의한 ‘연비의 실속도 챙기면서 품격은 품격대로 갖추는 자동차’라는 무조건적 반응을 유도하는 고전적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이론도 병행해 자사 자동차의 구매 욕구를 유발하고 있다. 빅 모델을 활용하는 광고 유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련의 광고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비교 광고 형태를 취한 ‘뉴 캠리’ 광고 시리즈 중 ‘연비’ 편의 스토리라인이다. 경쟁 제품인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겨냥한 듯 ‘고급세단인가, 기름 먹는 기계인가’로 비유하며 ‘연비와 파워 모두 놓치지 않았다’는 도발적 메시지의 이 광고는 우수한 연비를 최대 장점으로 어필하는 콘셉트다. 물론 직접적으로 그랜저 외관을 보여주거나 차명을 노출시키지는 않지만 실루엣으로 처리된 차량의 그림이 그랜저를 연상 할 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광고를 통해 미묘한 심리전을 벌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YF쏘나타’ 출시 때 ‘캠리’가 ‘YF쏘나타’를 보자 도망가다시피 사라지는 장면의 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업계에선 캠리를 겨냥한 광고라는 평가들이 많았다. 때문에 토요타의 이번 비교 광고가 과거 현대차에 당한 것에 대한 일종의 설욕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비교 광고는 언뜻 보기에 재미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운 비교 광고는 소비자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경쟁사를 자극해 상호 과열된 광고전(戰)으로 치닫게 되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헐뜯고 비방하는 것으로 발전해 종국에는 법적공방을 유발하는 사례도 많아 국내에서는 웬만하면 잘 시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도요타의 이러한 광고 전략이 하필이면 최근 독도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상 문제 등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로 일본에서 한류는 이미 예전만 못 할뿐 아니라 현재 중·일 갈등 상황에서는 양국 간 무역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도요타는 얼마 전 ‘일본을 넘어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메시지로 임진왜란 전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부활을 상징하는 ‘리본(ReBORN)’ 시리즈 광고를 한 바 있다. 비록 일본 내에서의 광고이자 자사의 과거 영광을 부활시키려는 의도였지만 이 광고로 인해 한국 등 아시아의 적잖은 네티즌들의 심기를 건드린 적도 있다. 글로벌 경제 여건마저 좋지 못해 국수주의적 경쟁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에서의 제품 출시와 광고 전략의 시야가 넓어져야 할 이유다.

▲ <렉서스 모델 장동건>
또 하나는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 광고에서의 모델 캐스팅에 대한 혼란스러움이다. 이 광고의 모델 장동건은 얼마 전까지 꽤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인 ‘신사의 품격’에서 ‘베티’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유난히 강조되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차종을 타고 나왔다. 드라마가 끝나고 불과 한 달도 안 돼 이번엔 도요타의 렉서스 모델로 나섰으니 소비자들은 혼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이것이 판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지도 걱정스러운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 확대 및 공격적 마케팅 활동 전개, 고객 제일주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활동의 극대화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에서의 최근의 마케팅은 지나친 자신감에만 넘쳐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도요타는 지난 2007년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우뚝 서며 동종업계는 물론 산업 전 분야를 ‘도요타 웨이(Toyota way)'로 이끌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전 세계로 확산된 리콜사태는 ‘도요타 성공 신화'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냈다. 기술 결함과 자동화 오류 등이 드러난 것은 지나친 생산효율성만을 강조한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다. 오만에 의한 방심의 산물로 도요타는 이런 평가들을 새겨들어야 한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뉴 롤스로이스 안에서의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입니다”라는 카피는 고급차로서의 뛰어난 품질을 제시하면서도 결코 노골적이지 않다. 한 줄의 메시지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구축한 사례다. 도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이미지 창출은 모델 기용은 물론 한 낱의 광고 카피라도 보다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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