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애플의 다음 혁신도 갤럭시S3 안에 있다’는 미국의 삼성전자 비교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애플의 다음 혁신도 갤럭시S3 안에 있다’는 미국의 삼성전자 비교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입력 2012-10-15 14:08
  • 승인 2012.10.15 14:08
  • 호수 961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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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파고 넘어 시장 역전 계기 삼는 기대 커

10월의 빨간 사과가 탐스럽다. Apple(사과)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과하면 누구나 동그란 모양을 떠올리지만 이 회사를 나타내는 사과 그림은 한 잎 베어 먹은 모습이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는 이 회사의 슬로건으로 과일 모양 하나라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떠올리는 동그란 것이 아닌 혁신적인 생각이 담겨있다.

이 회사의 혁신은 ‘애플 신화'를 창조한 잡스로부터 출발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CEO 자리에서 물러나자 홍콩의 한 학생은 애플사 로고의 사과 한 입의 빈자리에 ‘애플은 한 입을 잃었다’는 뜻에서 스티브 잡스의 얼굴을 그려 넣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잡스가 떠난 지 1년 밖에 안 되지만 이처럼 애플엔 혁신이 사라지고 경쟁 회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 등만 난무하고 있는 느낌이다. 석학 이어령 교수도 이 같은 현상을 잡스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하기도 한다. 창의성과 지식이 고갈될수록 특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애플이 제기한 미국 법원의 삼성전자에 대한 불리한 특허 판결을 두고 이런 기업에겐 미래가 없다고도 진단했다.

실제 지난 달 12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의 달라진 점도 화면 크기가 커지고 두께가 조금 얇아졌을 뿐 ‘특별한 하나(One more thing)’가 보이지 않는, 잡스 시절의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예약 판매가 2백만 대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폭발적 인기도 현실이기에 이에 대응하는 삼성의 전략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허 소송이야 당연한 맞대응을 하고 있지만 또 하나 주목을 끄는 점은 삼성의 광고전(戰)이다.  

▲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인쇄광고>
삼성은 최근 자사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5’를 적나라하게 비교한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It doesn't take a genius(천재는 필요 없다)"라는 카피와 함께 제품의 화면 크기, 통신방식, 해상도 등의 정보가 나열돼 있다. 특히 ‘갤럭시S3’가 ‘아이폰5’를 기능적으로 압도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enius(천재)’라는 단어는 애플 제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애플 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또는 애플 아이튠스·앱 스토어의 추천 기능을 뜻하는 것으로 ‘아이폰5’를 우회적으로 비하하고 있다. 이어서 광고 하단에는 ‘The Next Big Thing is Already Here GALAXY S3(다음 번 혁신은 이미 갤럭시S3 안에 있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아이폰5’가 혁신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의 이러한 광고에 대해 포브스 인터넷 판 등 일부 해외 매체들은 “애플 팬들을 조롱했다”거나 “애플에 대해 빈정대는 느낌이 강하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두 제품과의 비교 요소를 정확하게 꼬집어 낸 면도 있어 흥미로웠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비교 광고는 기본적으로 자사 브랜드의 특징이나 편익을 타사 브랜드와 명시적으로 비교하여 그것이 목표고객에게 유익하다고 평가받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포브스의 “광고 속 카피는 그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는 분석은 삼성의 광고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은 올해 초에도 미국의 슈퍼볼 광고에 애플 스토어 앞에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성의 제품을 보고 줄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담은 바 있다.

삼성에 바라고 싶은 점은 강력한 브랜드는 한, 두 번의 비교 광고에 흔들리지 않기에 기왕에 비교 광고를 할 바엔 애플을 보다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장기적 전략을 펼쳤으면 하는 기대인 것이다. 이 같은 사례로는 96년 9월부터 시작된 Visa 카드 캠페인은 ‘다른 카드는 못하는 서비스, 커피 한잔도 카드로 된다’는 뜻의 “It′s everywhere you want to(비자는 어디서든지 통용됩니다)”를 들 수 있다. 거의 5년 반 동안을 동일한 메시지로 당시 1위 브랜드였던 아멕스(Amex)를 공략하여 대승을 이끌어냈다. 비자는 아멕스가 전 타겟을 상대로 무리한 브랜드 확장을 하는 동안 Visa만 통하는 가맹점 확대 전략 등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또 하나는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펩시의 코크에 대한 집요한 도전 과정에서 자사의 브랜드 위상을 확고하게 굳힌 사례를 들 수 있다. 어차피 삼성과 애플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허 소송 전을 비롯해 기술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향후 상당기간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광고 마케팅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 <애플 팬들이 삼성 광고를 반격한 광고>
미국은 비교 광고의 각축장이기도 하지만 삼성의 광고가 나가자 애플의 팬이 삼성의 광고를 빗대 만든 광고도 등장했다. 애플 팬의 광고는 ‘싸구려 플라스틱에 만족하지 말라(Don’t settle for cheap plastic)’는 메인 카피를 중심으로 ‘아이폰5’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광고의 갤럭시S Ⅲ의 제품 사양 및 기능을 지우고 빨간색으로 비난하는 글을 가득 채웠다. 국수주의(國粹主義)마저 엿보이는 애플에 대한 이와 같은 맹목적인 지지 움직임과 더불어 IT 전문 매체 씨넷(CNET)이 “삼성은 애플 매니아들이 우수한 기능 때문에만 아이폰5를 사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특히 이번 법정 싸움에서 삼성이 고배를 마신 이유 중 하나로 상품의 외관 또는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낯설어 하지만 이 같은 특허에 대한 개념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기술의 삼성과 디자인의 애플’이라는 차별화의 우위를 판가름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애플의 창의력 고갈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사과도 조만간 낙과(落果)하게 될 자명한 이치는 삼성의 앞날을 밝게 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한 가지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는 현대 광고의 아버지 오길비의 말처럼 삼성의 미국시장에서의 광고 또한 제품의 기술과 디자인 향상 노력 못 지 않게 시장을 읽는 눈을 더욱 크게 키워 애플을 압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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