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부(富)’ 쌓은 성공스토리로 자사 인지도 높이려는 KB투자증권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부(富)’ 쌓은 성공스토리로 자사 인지도 높이려는 KB투자증권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입력 2012-10-15 14:02
  • 승인 2012.10.15 14:02
  • 호수 960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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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주역, 모델로 등장시켰지만 표적 고객 시선 끌지 의문스러워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1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음악 한 곡의 경제적 가치가 1조 원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 24일 종가 기준의 주식 평가 결과 SM의 이수만 대표가 2420억 원, YG의 양현석 대표가 2231억 원으로 2천억 원대 주식 자산을 보유한 연예계 부자가 두 명이나 탄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손안의 눈뭉치가 굴릴수록 커져 어느 순간 큰 덩어리가 되는 ‘스노우 볼(Snow Ball)' 묘미 때문이다. 1994년 영화 <주라기 공원>의 1년 동안 수익이 현대자동차를 150만 대 팔아야 얻는 수익이란 보고서가 나온 이래 문화 콘텐츠 사업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투자증권의 광고에 SM 이수만 대표가 모델로 등장해 또 하나의 화제를 낳고 있다. 유럽 등 전 세계에 부는 K팝 열풍과 이를 이끄는 주역을 광고에 등장시켜 그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자사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광고는 ‘30년 전, 이수만 [행복] 발표’라는 자막과 함께 ‘그 때 나는 가수였다. 지금은 K-POP을 만든다. 변화를 두려워해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가수 이수만은 있을지 몰라도 지금의 K-POP은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새로운 내일이 시작 됩니다. 지금의 내가 아닌 내일의 나에게 투자하세요. 이것이 제가 KB투자증권과 함께 가는 이유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광고는 ‘한류’라는 이슈를 활용한 적절한 시의성과 10여년 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뜻밖의 모델이 등장하는 의외성으로 눈길을 끌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이 광고는 수익률 등을 소재로 하는 그동안의 증권회사 광고 방식을 벗고 ‘모델의 성공 스토리’를 통한 투자 철학으로 차별화를 기하고 있어 호평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 광고의 아쉬운 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겐 늘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에 이 광고는 ‘I can do, Why not you? (나는 하는데, 그런데 당신은?)’을 말한다. 근본 의도야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지만 한편으론 1:99로 대비되는 부의 양극화가 뚜렷한 요즘 1% 범주에 속한 2000억 원이 넘는 자산가가 99%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양 커다란 부를 이룩한 모델에 대한 시샘과 거부 정서를 유발할 여지도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지위와 많은 부를 얻는 것을 반드시 성공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성공한 인물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할 금융광고에서 ‘성공한 인물’에 대한 스토리 설정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일 것이다. 이 광고의 모델은 부를 쌓은 인물일지 몰라도 존경받는 인물인지에 대한 대중의 검증은 아쉽게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광고에서는 고객들에게 광고가 의도하는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높다거나 안전성이 보장된다든가, 미래의 길을 찾아주겠다거나 하는 등 진부한 이유라도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표방하는 이야기가 현실적인 무언가를 대변하기 때문에 고객은 그 이야기를 믿고 그것의 일부라도 되고 싶어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광고의 모델 적합도가 의문스러운 것이다. 유명인 모델은 고객들을 ‘추종’하게끔 하는 욕구를 일으켜야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연예 분야의 유명 모델이 표적 집단에서의 상징적인 존재라면 추종 욕구를 유발하는 힘은 배가되며 동시에 브랜드 지식이 아직은 조금 미흡하여 중립적인 태도를 가진 10~20대의 고객일수록 더 효과적으로 먹힌다. 일상생활의 ‘저 관여(Low Involvement)' 소비제품 광고에 아이돌 스타를 등장시켜 ‘나는 이걸 쓰고 있는데, 너는 안 쓰니?’하며 이들의 추종을 유혹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증권영업의 표적 집단은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 등이 비교적 높거나 이미 강한 자신만의 투자태도가 형성된 40대 중반쯤의 중장년층이다.

‘2010년도 증권투자인구’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연예계 모델 기용으로 광고효과를 얻으려는 목적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KB투자증권의 광고는 10~30대의 미래의 잠재 고객들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증권회사는 4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후광과 더불어 소형 증권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목표를 뚜렷하게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투자의 현실적인 표적 집단에게 모델의 메시지로 이를 추종하게끔 하려는 요소인 모델과 고객과의 연결고리가 약하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 <‘내일의 나에게 투자 하세요’를 강조하는 KB투자증권의 광고>

마지막 하나는 이 광고는 모델의 실제 삶의 30년 전과 오늘의 대비로 미래를 위한 오늘의 투자라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장기투자의 함정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소박한 현실적 소망의 30년은 너무 길고 아득한 시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중학생이 된 딸과 아빠의 식사에서 아빠는 ‘우리 딸 많이 먹어라’ 라며 등을 두들겨 주지만 딸은 흠칫 놀란다. 처음 착용한 브래지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아빠는 딸이 곧 맞이하게 될 여자의 일생을 떠올린다. 삼성생명의 광고는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 대한 리얼리티(Reality) 표현을 통해 이 회사가 사람들의 평생의 후원자로서의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한 바 있다. 금융광고란 이렇듯 따스함이 묻어나야 성공하는 것이지만 KB투자증권의 광고는 고객들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아득한 관념의 이야기를 통해 마치 이것이 증권투자의 바로미터인 양 강조하고 있는 점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유럽 경제위기는 외생 변수에 민감한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금융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연 어느 브랜드가 고객들이 현실적으로 기댈 언덕으로 각인될 것인지 그 판도 변화도 궁금해진다. 이런 때일수록 신기루를 보여주는 듯한 광고는 금물이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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