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당 탈바꿈 홍준표 제동 내막
박근혜당 탈바꿈 홍준표 제동 내막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7-11 18:08
  • 승인 2011.07.11 18:08
  • 호수 89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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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전대 이후 친박계 주류로 등극
지난 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투표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홍준표 대표는 지난 6일 YS를 예방한 자리에서 '아버지, 어머니 빼고 16년 간 큰절을 한사람은 각하밖에 없다'며 큰절을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무릎꿇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근혜당으로 탈바꿈 튀는 홍준표, 친박도 경계
비주류 된 친이계의 선택지는


조기성 기자 = 한나라당 내 비주류였던 친박(박근혜)계가 7·4 전당대회 이후 주류로 등극했다. 한나라당의 이번 전대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보호자를 자처한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되고 친박계 대표주자로 출전한 유승민 의원이 2위를 차지, 박근혜당으로 변모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홍 대표 체제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여당 내 야당’ 이미지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통해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 전 대표가 이제는 실질적인 책임자로서 당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마디 정치’로도 충분히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내달렸던 박근혜가 홍 대표의 한나라당을 지도하면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10면)

박근혜당 한나라당,
박근혜에 득만 될까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친박+쇄신파’들은 전대룰 결정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힘을 과시해 이번 전대에서 친이계를 비주류로 몰아내고 ‘박근혜당’으로 만드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 결과, 새로 꾸려진 지도부 7인 중 원희룡, 나경원 최고위원만이 친이계로 분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는 친박계 단일후보인 유승민 후보에게 연대를 제의했고, 나경원 후보마저도 “여성 당대표가 나오는 것은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면서 朴心에 꾸준한 러브콜을 보냈었다.

이런 이유로 전대 결과에 상관없이 한나라당은 앞으로 2004년 ‘박근혜 대표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박근혜당으로의 변화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이득만이 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꾸준히 30%대의 지지율로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했다. 이는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등 국책사업 문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여당 내 야당’의 특수한 위치를 차지해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이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 교체’라고 생각한다는 최근 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여당 내 야당’의 특수한 위치에 따른 반사이득을 받은 결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주류의 비주류에서 주류중의 주류로 등극한 지금 상황에서는 박근혜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국정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됐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기득권에 대해서는 안 좋아하는 현상이 있다. 예전에는 박 전 대표가 피해자라는 인상이 있었다”면서 “(이번 전대 결과로 인해) 이제는 피해자라는 이미지와 동떨어져버려 긍정적인 영향만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친박계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박이 내게 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 체제’가 됐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에게 ‘내가 친박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들어간 것은 아니고,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일을 원칙과 명분에 맞춰 하겠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도 ‘꼭 그렇게 해 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이계 역시 우려를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영우 의원은 “친박이 강세고, 주류로 등장하는 것 같지만 쇄신은 온 데 간 데 없다”며 “당에는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도 있는데 너무 ‘박근혜당화’되는 것 같은 모습은 대선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의 홍준표 선택,
옳았나


친박계의 물밑 지원으로 출범한 ‘홍준표 대표 체제’에 대해서도 친박계 의원들은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다.

특히 차차기 대권욕심을 가지고 있는 홍 대표가 이제는 친박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계파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홍 대표 측이 독주할 조짐을 보이면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게 됐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신임 최고위원들과의 첫 간담회에서부터 홍 대표와 친박계는 이견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각 계파를 공정하게 취급하면 되지 (공천 배제 등으로) 불이익을 주는 건 옳지 않다.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돼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 최고위원은 “계파 해체는 (강제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탕평인사와 소통으로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친박계 서병수 전 최고위원은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닌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고, 구상찬 의원 역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취임일성이 ‘공천 안 주겠다’는 것이어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공식적인 공천 언급으로 현역의원들의 ‘물갈이 공포’가 확산되면서 우려를 표하는 건 친이계도 마찬가지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홍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들이 ‘홍위대’를 형성하는 것은 아닌 지 의구심이 든다”며 “홍 대표가 계파 화합을 외치면서 정작 당직 인사는 경선캠프에서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홍 대표가 주요 당직에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측근들을 임명시키려는 조짐이 보이자 친박계는 반공개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박계 한 중진은 “앞으로 홍 대표와 자주 부딪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고,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홍 대표가 말로만 계파종식을 외쳐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그러는 한편, 홍 대표는 “(대선에서) 상대후보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은 공정한 경선관리에 맞지 않다”,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고 방해공작만 없다면 현재로선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하는 등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박근혜 전 대표를 더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당대표로서 대세론을 말하는 데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며 “괜히 다른 대선 후보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한 대선 경선을 관리해야 할 대표가 벌써부터 한쪽 편을 드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정몽준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가능성이 제일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대로 가면 본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작아진다”며 “YS나 DJ식 대세론이 될 수도 있지만, 요즘 보면 이회창 후보의 사례가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상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게 객관적 수치이므로 경쟁 후보들이 분발해서 지지율을 올려 놓을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 대표는 중립이지 누구를 편들지 않는다. (반발은) 알레르기 반응 같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친이계는 살아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당’으로 전환되면서 친이계는 몰락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친이계는 최소한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에 맞서는,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여당 내 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여지가 생겼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구주류도 아닌 비주류가 됐다면, 그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면서 “새 지도부에게도 비주류로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홍 대표가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주도할 공산이 크고 이 과정에서 당청 갈등이 전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는 “당의 요구를 정부가 응하지 않을 땐 당에서 치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고, 유승민 최고위원은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이명박 정부와 확실하게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좌클릭’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이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여권의 지형은 복잡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도 관건이다. 이 장관이 힘이 많이 빠져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현재권력의 ‘2인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친이계 내 강력한 대선주자가 가시화될 경우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이계의 몰락으로 표현될 만큼 급속도로 분화되는 상황이지만, 당내 최대 계파임은 이번 전대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는 막판 세력을 총결집해 홍준표 대표 흔들기에 나서 내년 총선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의 변환을 통해 공천권을 행사하기를 바랄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친이계 성향이 강하게 노출돼 월박을 할 수 없거나 지역이 탄탄해 공천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의원들 중심으로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결집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당내에서 세력싸움으로 역부족이고 대중성을 갖춘 세력과 연계되어야 파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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