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냐, 민생이냐…미래권력 경제정책은

박 … 복지를 포함한 국가 경영 중요 이슈 선점하나
손 … 민생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대안…보편적 복지
이진우 기자, 조기성 기자 = 대권경쟁이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이 부상함에 따라 내년 예산안 및 세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서 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당권을 장악한 친 박근혜계가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이 “복지 확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복지를 내세운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편 야권에서 차기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유력시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방중 3일째인 지난 6일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와 10년 우정을 과시하면서 “모든 정치의 목표는 민생”이라고 강조하며, 한·중 관계 발전과 상호간 긴밀한 경제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민생의 향상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요서울]은 차기 대선에서 정면충돌이 예상되는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물론, 그 외의 대선 잠룡들이 내세우는 경제정책을 짚어봤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지난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기재위)에 참석해 경제정책 경쟁을 시작했다.
이 날 박 전 대표는 비정규직 등이 4대 보험 등 사회보험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도 이러한 기초적인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국가가 저소득 근로자에 대해 사회보험 부담률을 최고 절반까지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영세기업에 대해서도 고용증대세액 공제제도는 이익을 내는 기업만 해당되므로 정책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기업이 노동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용 중 4대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99%가 넘기 때문에 이 보험료를 대폭 탕감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고용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 대표는 “지금 우리 경제는 사방이 지뢰밭”이라며 8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400조 원에 달하는 국가부채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고, 파이낸싱 프로젝트(PF) 대출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에 대해서도, 실효성 없는 감면은 전면 재검토해서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조세공평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법인세·소득세 등도 국민이 공감하는 적정 수준으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청년실업, 전세대란, 물가급등, 고용감소, 경기침체,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몰락 등 전체적인 민생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러한 원인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가 야기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이제 수출 대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과거 방식은 부적절하며, 토목 건설로 경기부양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은 이미 실효성이 끝났다고 거듭 MB노믹스를 성토했다.
박은 ‘복지’…,손은 ‘민생’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 11일 자신의 복지 철학을 담은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말부터 여야와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 전 대표가 복지 구상을 공식적으로 입법화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법안은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형 복지’ 구상을 담은 것으로, 소득과 사회서비스가 균형적으로 보장되는 선진형 미래 복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국가가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또한 사회보장 관리체계의 통합·선진화를 위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 장기발전계획에 기초해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기존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하여 복지 정책의 부처간 중복 등을 방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의 근간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차라리 발의 과정에서 정부 입법 과정으로 추진하는 게 더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복지를 포함하여 성장동력, 사회안전, 문화, 지방자치 등으로 국가 경영과 관련한 중요 분야들을 망라해 입법 발의했고, 과학기술과 교육과 관련한 입법 등을 추진하면서 거침없는 대선 행보를 실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손 대표는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민생을 목표로 향후 대선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민주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7일 영등포 당사에서 토론회를 열고 당의 사회·경제정책 등을 논의했다.
김용익 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은 ‘진보적 사회·경제정책의 종합적 기본구상’을 발표하면서 교육, 보건,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정책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고교까지의 의무교육을 통해 교육의 질을 강화하고 계층간 격차 없이 출발할 수 있도록 생애 초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문제가 담보돼야 교육과 복지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입원진료비 보험부담 90%, 연간 본인부담 상한선 100만 원, 비보험 진료 전면 급여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기초 자치단체당 1개소 이상의 노인종합건강관리센터를 설치하고 기존의 농촌보건지소에 방문 진료 기능을 추가하여 농촌지역의 의료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중소기업의 업종분리 및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고유업종 보호 등을 포함했고, 근무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등 고용대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정책에서 재벌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노동시간 단축에는 찬성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데 어디서 그런 힘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반문도 있었다.
빅2 외 잠룡들의 경제정책은
박 전 대표의 경우 입법 발의에 자유로운 신분이기도 하지만 향후 국가경영의 토대를 마련해 가는 행보를 보임에 반해, 손 대표는 구호만 있을 뿐 아직까지는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 만한 정책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른다.
차기 대선 잠룡군 중 여권 부동의 1위 박 전 대표와 야권 1위 손 대표를 제외한 잠룡들의 경제정책 역시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대권플랜을 발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정과 시정을 해나감에 있어 자신들의 경제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국가와 가계 번영의 핵심을 각각 기업과 일자리로 보는 등 국부 증진에 대해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또한, ‘현장 맞춤형’ 복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위기가정을 지원하는 ‘무한돌봄사업’ 등 대표적 복지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무상급식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주민투표의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은 당장의 먹을거리보다 자립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중시한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든 국가든 항상 미래 경쟁력을 높이려면 창의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게 오 시장 지론이다.
‘박근혜 대항마’를 꿈꾸는 정몽준 전 대표 역시 ‘복지 포퓰리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반값 등록금’과 ‘복지 확대’를 주창하며 보수에서 중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정 전 대표의 정책지향점은 보수의 중심부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정 전 대표는 일회성이나 선심성 복지가 아닌 지속가능한 균형복지 정책이 필요해 현행 공급자 위주의 사회복지전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부유세’로 대변되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잠룡으로 분류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려면 부유세를 도입해야하고 부유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는 투명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운영 원리의 대전환이 필요하고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행복의 질을 높여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 된다는 입장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자유주의 정치제도의 기본 틀을 지지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의 무제한의 자유라는 것은 결국 경제적 강자의 약자에 대한 수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부자 감세를 이 정부 출범 이전으로 돌려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생후 72개월까지의 모든 아동에 보육수당을 매월 30만-50만 원씩 바우처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조기성 기자]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조기성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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