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상급식에 정치생명 ‘올인’
오세훈 무상급식에 정치생명 ‘올인’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7-11 17:38
  • 승인 2011.07.11 17:38
  • 호수 89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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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시 대선주자 ‘자격’ 획득 vs 실패시 이미지 회복 ‘불능’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 지도부 첫 시험대
무상급식, 한나라당 계파 힘 겨루기로 확대


전성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전선 저지에 ‘올인’했다. 최근 여권은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좌클릭’ 하는 상황. 한나라당과 오 시장의 방향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총대를 메고 당 대신 보수 기치를 세움과 동시에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차별화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이 상당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 시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오 시장의 외로운 싸움을 따라가 봤다.

오 시장이 기로에 섰다.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저지하겠다며 이를 ‘낙동강 전선’이라고까지 비유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현재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을 위한 서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란이 상당하다. 주민투표 서명부에 대한 열람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짜 서명’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민투표에 대한 ‘가짜 서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급기야 열람 기간 연장 및 전수조사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순 의원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히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어제 하루만 (명부에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약 4000건의 이의신청을 냈다”며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40% 안팎이 무효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반대 청구 자체도 정체불명의 괴 단체가 하더니 접수된 무상급식 반대 청구 서명 중 상당수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특히 동작구, 성동구, 구로구, 영등포구 등에는 대리서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주자로서 자신을 인식시키기 위해 무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불법이 일었다”며 “더 이상 무상급식이 오세훈 시장의 대권 놀음이 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구의원 본인을 포함해 부인과 자녀들의 이름을 전부 올리 가 하면, 상당한 경우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서명부를 다 작성한 것으로 나온다”며 “약 20% 정도가 무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민주당, 오 시장에
‘가짜서명’ 맹공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한 구의원과 가족들이 명의를 도용당해 서명에 참여한 것으로 나왔다는 등 직접적인 사례를 들이대며 오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해외 이민을 가 서명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직접 서명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서명부에서 연달아 수십 명의 서명이 같은 필적을 보이는 등 대리서명 정황도 있었고, 서명이나 이름 등 필수 기재 사항이 공란으로 돼 있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민주당이 직접 서명 여부가 미심쩍은 영등포구 주민 105명에게 일일이 확인한 결과 직접 서명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시 측은 대규모 투표인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80만 명이 서명했기 때문에 일부 실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의 마찰도 부를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희룡 최고위원은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 5일 “오 시장이 ‘단계적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인 만큼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오 시장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전개할 ‘복지 포퓰리즘’ 공세를 이번에 확실히 차단해야 한다는 당내 친이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대표 선출 이후 첫 시험대에 오른 만큼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오 시장측은 무상급식을 막기 위한 주민투표는 ‘낙동강전선’이라고 비유하며 홍 대표의 지원을 반기는 태세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지금 (주민투표 문제를 놓고) 당내 의견이 양쪽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며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당내의 복잡한 사정을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오 시장과 친박계, 소장파의 이념 노선 및 정치적 이해가 달라 조율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대표의 입장과 달리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쪽이다. 홍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계파정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유 최고위원을 향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점을 감안하면 향후 무상급식 문제는 계파 간 힘 겨루기에 불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 적법성 문제 제기

현재 주민투표 추진을 위해 확보된 서명자 수(80만1263명)는 발의를 위해 필요한 유권자 수(41만8005명)의 2배 규모라는 점에서 오 시장은 주민투표 발의에 정식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주민투표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럿 나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급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에 관한 사항이므로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주민투표법 7조2항이 대표적 근거다.

해당 지역 교육감과 영역이 겹쳐 이에 대한 논란도 있다. 민주당이 이에 근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 투표 진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투표까지 가더라도 주민투표 성립에 필요한 33.3% 이상의 투표율도 변수다. 무상급식 실시를 찬성하는 쪽에서 대대적인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보수의 기치를 세워 여권의 ‘박근혜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면 대선주자로 나설 ‘자격’이 주어지는 반면, 실패할 경우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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