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당에도 김문수는 웃는다
기자수첩 박근혜당에도 김문수는 웃는다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1-07-11 17:20
  • 승인 2011.07.11 17:20
  • 호수 89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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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전대 다 나오자→친박 반대로 당헌당규 개정 무산→박근혜당 탈바꿈→총선 참패→박근혜 책임론→김문수 역할론

조기성 기자 = 김문수 경기지사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된다. 꿰맞추기 식 논리일지 몰라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이에 부합한다. 애초 김 지사는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당권-대권 분리조항’이 담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이 모두 전대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신주류인 친박+쇄신파의 힘에 눌려 전대룰 개정은 물 건너갔다. 개정 무산 이후 김 지사는 “박근혜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센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7·4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대권 예비주자들이 나서지 않고 ‘마이너리그’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표에 책임을 돌렸다.

김 지사는 “(대권 주자) 다 나와서 같이 뛰어 보자, 일대 신풍(新風)을 일으키자고 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 박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아 저 혼자 메아리 없는 이야기를 한 거다”라고 토로했다.
또 “전당대회에서는 눈에 띄는 신풍은 없고 미풍(美風)만 있을 것”이라며 “지도부 정비를 해서 총력으로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나라당 전대는 ‘친이의 몰락, 친박의 부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박근혜당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견고해지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대항마’를 꿈꾸는 친이계 잠룡들은 긴장하고 있지만, 유독 김 지사는 싫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김 지사의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당을 운영하면서 내년 총선까지 진두지휘, 참패라는 결과물이 나올 때 박근혜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 대해 “비관적인 상황이고, 지금 형태로 가면 분명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총선이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고 대선후보 경선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주자들 역시 당내에서 함께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참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 지사가 현 정부 초기,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펼쳤던 대권전략과 비슷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 상황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박근혜 역할론’처럼 ‘김문수 역할론’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초기 광우병 사태 등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하락했을 당시,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의 참패를 전망하고, 지방선거가 끝난 뒤 선거패배 책임을 친이계에 물어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는 구상이 나온 바 있다.

결국 지난 4.27 재보궐 선거 패배 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와 전대에서 사실상 친박계가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았다.

김 지사는 차기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책임론’에 이어 ‘김문수 역할론’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음을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김 지사 한 측근은 “상상이야 가능하겠지만 그런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여운을 남겼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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