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 속에 숨결처럼 함께하는 민화(民畵)
우리네 삶 속에 숨결처럼 함께하는 민화(民畵)
  • 수도권취재본부 김원태 기자
  • 입력 2012-10-10 16:27
  • 승인 2012.10.10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양시민화협회 회원들의 모습
[일요서울 | 수도권 취재본부 김원태 기자] 우리네 삶 속에 숨결처럼 함께하는 자연과 순전한 일상을 그저 그림으로 노래하고 읊은 민화(民畵).

강렬한 색채 탓일까, 아니면 지극히 입체적이라서 그럴까, 가장 전통적인 한국적 회화양식인데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어쩌면 우리네 민화는 서구적 회화 기법에 비해 세련미나 격조는 뒤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익살스런 소박함과 대담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의 특징은 오히려 한국적 미(美)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역사 또한 선사시대에 그려진 암각화부터 최고의 전성기를 자랑한 조선시대 후기까지 민화는 그렇게나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민중들의 종교생활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그림을 그린 실용화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화폭에 담아내는 사물을 꼭 한 방향에서 보이는 대로 그려내야만 훌륭한 회화일까?’는 의구심을 던져 봄직하다.

입체적 화풍(cubism)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키며 강렬한 채색을 도구로 서구 화단의 파격적 상징성을 그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양식으로 만들어 낸 피카소의 작품을 바라보는 또 다른 우리네 시선들을 따라가면 그 의구심은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네 민화는 피카소가 주는 감동보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동은 채 전도되기도 전에 ‘색채가 너무 강렬하고 왠지 무속인들의 살내음이 전해져 거부감이 인다’는 등 여전히 고답적이고 무비판적인 허튼소리에 시달리며 포말 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민화 그리기에 정진하며 꾸준하게 정기 전시회 및 후학 양성까지 매진하며 ‘전통 민화 그리기, 알리기’를 이끌고 있는 주부들이 만든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고양민화협회(회장 김정호)가 바로 그 곳.

이 협회는 김 회장을 비롯한 고양시 일산동구에 살고 있는 주부들이 중심이 돼 전통 민화 그리기와 알리기에 나서자며 지난 2007년 가을 처음으로 모임을 결성한 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회원 수도 발족 당시 5~ 6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여 명으로 늘어났고 그 활동상도 매우 다양해졌다.

우선, 회원들은 매주 한 차례씩 모여 김 회장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민화의 역사를 공부하며 작품 그리기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회원들은 이듬해부터 해마다 자신들이 그린 작품 중 가장 자연스런 느낌을 전한다고 생각하는 서너 점을 선정해 석가탄신일인 사월초파일을 전후해 동국대학교 부속 일산병원 1층 로비병상에서 투병생활에 지친 환자들을 찾아 ‘위문 정기 전시회’를 여는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 올해 5월 열린 제5회 고양시민화협회 정기전 모습

‘행복을 담은 우리 민화’란 주제로 지난 5월 18일부터 30일까지 13일간 이 곳에서 열린 제5회 정기전에는 총 50점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무려 연인원 5000명이 넘는 갤러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당시 출품작 중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잘 표현한 오미정 주부의 ‘처용무’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영수 작가의 ‘초충도’는 갤러리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고 국내 화단에서조차 새로운 관심을 모았다.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며 점차 실력을 향상해 온 때문일까, 이들은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며 고양시 산하 고양문화재단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올 4월 중순부터 6개월 간 정성껏 작업한 덕양구 백석동 노인정 일대 담장벽화를 지난 22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더욱이 이들은 지역 내 교육계에도 민화의 저변확대와 후학 양성의 필요성을 일깨우며 그 첨병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고양시 주엽동에 있는 오마중과 성사동 소재 성사고, 파주 운정신도시 내 동패고 등 각 급 학교에서 특별활동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수업을 받으며 성장한 어린 제자들이 올해 처음으로 정기전에 합류해 작품 10점을 출품했었고 이 중 홍익대 조예학과 1학년 김승현(여·20)학생이 낸 ‘어해도’는 화려한 오색의 흔적을 고감도의 기법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 고양시민화협회 회원들이 고양문화재단의 후원 아래 완성한 일산동구 백석동 노인정 담장의 모습

이처럼 우리네 전통 민화 그리기와 알리기에 앞장서 온 고양시민화협회 김정호(여·53·일산동구 백석동) 회장을 10일 고양시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약간은 짧은 그래서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머리칼에 옅은 녹색 바탕의 남방에 검정색 바지를 단아하게 차려 입고 나 온 그녀는 “올 가을에는 우리회원들이 고양시내 각 도서관을 찾는 특별 순회전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네요”면서 반갑게 수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고양시에 살고 있는 주부들이 그저 일상의 취미로 시작한 민화 그리기가 이젠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반향을 모으며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해요”라면서 “앞으로 우리네 민화의 저변확대에 더욱 애쓰며 후학양성을 위한 재능기부도 아낌없이 쏟아내고 싶어요”라고 그동안의 소회를 대신했다.

아울러는 그는 자신이 쫓는 민화의 세계를 “그리다 지움을 반복하면서 캔버스에 남긴 오색의 흔적을 좇아 나머지 여백에 다시 그리고 또 지우며 자연이 전하는 말을 화폭에 꼭꼭 담아내려 애쓰죠”라고 설명한 후 마치 산바람 같은 청량감을 담은 아줌마의 수줍은 속삭임을 남겨놓고 회원들이 기다리는 작업실로 향했다.

kwt@ilyoseoul.co.kr

수도권취재본부 김원태 기자 kwt@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