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너를 넘어야 대권이 보인다”
숙명의 라이벌 “너를 넘어야 대권이 보인다”
  • 이인철 
  • 입력 2005-06-21 09:00
  • 승인 2005.06.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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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운명!’

한나라당 차기 ‘빅2’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은 지금까진 집권 여당에 대한 공격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일단 각자의 대권플랜을 진행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당의 지지기반인 TK 지역 출신으로 정치적 기반까지 겹쳐 한판 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외견상 충돌로 보이지 않을 뿐 서로에 대한 견제와 물밑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내 한 당직자는 “당 주도권 싸움에 밀릴 경우 대권의 꿈도 좌절될 가능성이 커 자기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박 대표와 이 시장 캠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박 대표 진영이 다소 앞서나가는 상황이지만, 이 시장 진영도 외연확대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장악 통해 고건과 연합카드 물색

그러나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는 박 대표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다. 행정중심도시안 처리에 대한 잡음, 박세일 전의원의 사퇴 등 당이 커다란 내홍을 겪으며 박 대표가 코너에 몰렸지만 4·30재보선 승리로 모든 위기를 잠재웠다. 오히려 대세론을 다시 확산시키며 원내 의원들이 박 대표 진영에 줄서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일부에선 대세론을 경계하는 그룹의 목소리도 있지만, 박 대표를 괴롭혔던 반박그룹의 입지가 좁아진 건 사실이다. 당내 무게중심이 박 대표에게 기울면서 당 혁신위가 준비중인 당권 대권 조기분리, 대권후보선출방식 등 당 혁신 안에서도 박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또 확실한 친정체제를 갖추기 위해 오는 7월 당직개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진영은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한편 외부그룹과의 연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핵심당직자는 “친박 그룹인 김형오 의원이 맡고 있는 외부인사영입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겉으로 보기엔 당 차원에서 인재영입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박 대표 진영이 연대할 대상과의 보다 원활한 협상을 위한 매개체로 삼는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박 대표 진영은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박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대권연대설이 거론돼 관심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최근엔 고건 전총리와의 연대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일선에서 뛰고 있지 않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전총리와 연합할 경우 박 대표가 역설해온 정권교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서도 다른 차기 후보들에 비해 확실히 앞서게 돼 확실한 당 차기 후보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그 동안 공을 들여왔던 호남 짝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전북이 고향인 고 전총리는 이미 호남권에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박 대표는 지역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호남발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고 전총리가 대권에 대한 뜻을 세울 경우 독자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커 연대는 쉽지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대설이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을 ‘박근혜 불가론’으로

이 시장도 박 대표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측근들에게 대권전략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이 시장은 최근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두고 ‘강남아줌마보다 못하다’고 혹평하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방의원과 의원보좌관, 정치 지망생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선 노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혹평했다. 그 배경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대립각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공방때처럼 노무현 VS 이명박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이 시장은 다분히 의도된 공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대권욕을 위해 공격의 대상을 현 대통령과 정부에 두면서 자신의 차별성과 정치적 중량감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술수”라고 꼬집었다. 당내 핵심당직자도 “이 시장은 노 대통령과 대결구도를 통해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당내 우군확보 차원에서도 득이 돼 앞으로도 현 정부에 대한 직접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당내 전략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이다. 현 구도에선 박 대표와 경선을 치렀을 때 승산이 크지 않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 시장 측은 우군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와의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시장은 반박그룹에 섰던 수도권지키기 투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원내 의원들과의 접촉 횟수도 늘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당 혁신안을 놓고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정면충돌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박근혜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의원 등 이 시장과 가까운 비주류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사실상 이 시장은 당내에서 박 대표의 영향력을 줄여야 당내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된다. ‘박근혜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당내에 깔려야 그 만큼 자신이 더욱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총재측과의 연대 가능성도 관심사다. 비록 정치일선에서 떠나있지만 여전히 당내에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이 전총재측과 연대할 경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박 대표에 비해 당 지지기반에서 밀리는 형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된다.

현재까지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전면전은 피하고 있다. 자칫 당내 주자끼리의 대결에 집중할 경우 성과보다는 출혈만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내년 지자체 선거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내 한 핵심당직자는 “내년 지자체 선거는 차기 대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벌써부터 당내 차기대권주자 진영에서는 자기 사람심기 경쟁과 경쟁력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고 전했다. 당의 지지기반인 TK가 고향으로 정치적 기반마저 같은 박 대표와 이 시장.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두 사람의 경쟁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 고건·정동영 호남맹주 격돌

‘호남의 맹주는 바로 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고건 전총리가 호남 맹주자리를 두고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다. 호남민심은 노무현 정부 탄생과 4·15총선을 거치면서 정 장관에게 향했다. 정 장관도 사실상 자신이 ‘호남의 적자’임을 자임했다. 그러나 고 전총리가 각종 대권 관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차기 대권지형을 바꾸자 호남 민심도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고 전총리가 호남을 접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전남권의 경우 고 전총리에 기울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고 전총리는 전남도지사출신으로 이 지역과 연이 많은 인물”이라며 “고 전총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호남권의 확실한 대권 주자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고 전총리가 박준영 전남지사의 초정으로 광주를 방문했을 당시 지역 분위기에서도 감지된다. 고 전총리의 5·18묘역참배에는 최인기 민주당 의원과 강운태, 김영진 전 의원 등 민주당 당직자와 지지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그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고 전총리도 호남에 대해 애정을 쏟고 있는 눈치다. 고향인 군산에 장학재단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고 광주 방문에서는 전남도지사 출신임을 강조하고 97년 문민정부 국무총리시절 5·18의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호남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전총리가 호남에서 급부상하자 다급해진 사람은 정 장관이다. 호남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됐던 정 장관이 지역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 진영은 고 전총리가 호남발 정계개편의 ‘키’로 등장한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특히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호남권 의원들조차 고 전총리에 대해 호감을 드러내며 정계개편이 있을 경우 참여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가 당내부에서 나오자 정 장관 진영은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호남의 맹주자리는 절대 내줄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정 장관은 전북 순창, 고 전총리는 전북 군산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호남을 대표하는 차기주자로 ‘호남의 맹주’자리를 놓고 한판 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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