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미션 “북한카드를 잡아라!”

꼬인 북한해법 제시할 MB 대북특사 ‘실리 또는 명분’의 딜레마
[윤지환 기자] = 최근 대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대북 특사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요청한다면 수락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남북이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통일의 길”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지 10일 뒤인 26일에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후보인 원희룡 대표도 KBS 주관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 녹화에 참여해 “필요하다면 당 대표로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언 시점이 미묘하다. 북한은 “남한과 해외에서 비밀접촉을 했다”고 밝힌 데 이어 “남한이 정상회담을 요구하며 돈 봉투를 건넸다”고 폭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달 2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은 한밤중 도둑과 같이 올 것”이라는 뜻밖의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손 대표와 원 대표의 특사 관련 발언이 이 시점에 나온 것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북특사 선거 앞두고 정치권 중요 변수 작용 정치권 촉각
다양한 물밑접촉 카드 이용한 대북접촉 사실상 모두 실패 이유는?
정치권 “선거 앞둔 대북특사 방북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경고
원 대표는 특사를 자청한 이날 당 지도부의 남북관계 기조에 대해 “현재 복잡한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가장 중요하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얘기해야 지금의 어려움을 풀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원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북한에)정확하게 알리고 자기희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어렵지만 풀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손 대표가 특사 암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일부 언론이 “손 대표가 사실상 특사를 허용했다”고 보도하자 지난달 16일 이를 “잘못된 보도”라고 밝혔다.
대북특사 경쟁=대권 경쟁
민주당은 손 대표가 “남북 대립관계 해소와 단절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야당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떠한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 대북 특사에 대해 언급한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손학규 대북특사론’은 손 대표 발언 전날인 15일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의 정부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대화를 거부당하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야당 대표에게 대북 대화를 중재하는 특사 역할을 요청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손 대표가 특사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 특사론을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 이사장은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종종 야권통합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손 대표와 원 대표가 특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까닭은 국민적 이슈를 만들어 입지를 굳히는데 북한 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바닥을 쳤지만 관계개선이 되지 않아 추가도발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 북한과 관련해 6자회담과 더불어 지하자원개발, 추가 핵실험 등 해결해야 할 여러 숙제들이 남아 있다. 이 시점에 특사 파견으로 성과를 일궈내면 지지도는 급상승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손 대표와 원 대표가 대북특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두 정치인이 대북특사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박 전 대표의 특사 활동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네덜란드 특사로 수차례 파견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네덜란드 특사로 나가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해외 모처에서 북한 지도부의 핵심 인사를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협의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이 배후에 박 전 대표의 특사 활약이 있었다고 드러나게 되면 박 전 대표 입지는 더 확고해 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대북 특사 활동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대북특사 치명적 독약 위험
정치권에서는 대북특사를 두고 ‘양날의 칼’이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자칫 자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대북 특사 사실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특사 활동이 성공하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무능’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손 대표의 특사 파견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북한이 여권 뿐 아니라 야권도 불신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손 대표가 특사로 38선을 넘어도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는 부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때는 대북관계를 악화시킨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특사 파견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에 박 전 대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만큼 판세를 뒤집을 빅 이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사라는 기회를 활용하지 않으면 박 전 대표 대세 현상을 막기 힘들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박 전 대표, 손 대표, 원 대표 중 누구의 손에 평양행 마패를 쥐어줄 것인가에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손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보수성향의 한나라당 인사보다 특사 활동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도박에 비유된다. 특사로 손 대표를 보낸 청와대의 용병술이 주목 받을 수도 있지만 성과에 따라 손 대표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은 역시 박 전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과거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경험도 있을 뿐 아니라 남측 정치인 가운데 북한이 가장 호의를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치권 대세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청와대를 위해 특사로 나설지 의문이다. 비밀특사로 방북한다 해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특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사 제안을 박 전 대표 측에서 고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오후 2시 KBS 1TV에서 방영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토론’에서 7명의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은 당 쇄신방안, 감세 정책, 대북정책 등에 대한 이슈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은 원 대표의 “정상회담 위한 특사 하겠다”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유승민 의원는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고, 박진 의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후보로 나선 권영세 국회 정보위원장 또한 “정상회담은 이 정부 내에서는 비관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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