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대통령과 대통령부인이 만찬을 열기까지 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국립박물관 12곳 중 6곳에서만 실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이 8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12개의 국립박물관 중 실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는 곳은 6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시락 먹을 곳을 만들어달라’는 한 어린이의 편지가 경향신문(2012년 9월 10일)에 보도되자 10월부터 어린이박물관 교실과 교육동 1층 제3실기실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애당초 중앙박물관 측은 ‘전시품 관람규칙’을 들어 박물관의 쾌적한 전시환경과 유물의 보존 때문에 실내에서 도시락을 먹을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만찬이 열린 것은 지금까지 딱 2번이었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일어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1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G20 만찬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시 정상회의를 위해 25만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반가사유상 등 박물관을 대표하는 명품 20건을 선정해 만찬장과 으뜸홀에 특별전시했다.
두 번째 만찬은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열었다. 2012년 3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만찬을 했다. 이날 만찬에는 신라 금제귀걸이, 청자 사자향로, 청자 상감 매병 등 국보와 보물 8건이 끌어내려졌다.
이들 전시실은 음식물 반입 자체가 금지되는 곳이다. 일반 시민에게는 음식물 반입조차 못하게 하면서 국내외 정상들에게는 유물을 끌어내려 만찬장과 만찬장으로 향하는 통로에 비치하기까지 했다.
중앙박물관은 “‘전시품 관람규칙’은 평상시 관람객이 전시품을 관람할 때 전시품의 안전과 쾌적한 관람환경 조성 및 관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칙”이라며 “G20 정상회의나 핵안보정상회의 관련 행사의 경우, 중요한 국제행사를 계기로 우수한 우리 문화재를 세계의 주요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유산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여 달라.”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국립박물관 전시실을 만찬장으로 사용하고 유물을 소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이 정부가 말하는 국격”이라며 “신분과 경제력에 의해 문화 향유권이 제한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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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기자 6352seou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