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그동안 지역 내에서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찬반양론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 온 사업으로 자칫 또다시 해묵은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빚어질 조짐을 보여 왔다.
이와 관련, 최성 고양시장은 8일 오전 11시 40분께 고양시청 시민컨퍼런스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금정굴 역사평화공원 조례(안)을 제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특히 최 시장은 피해 유족들을 위해 국가유공자 수당지급 등 적극적 지원조례(안)도 병행 추진할 뜻을 강하게 내비췄다.
이날 최 시장은 “‘고양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고양 역사평화공원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시 집행부 발의로 제정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4월부터 4차례에 걸쳐 관련 조례를 발의했지만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의 찬반양론에 부딪혀 계류와 부결을 거듭하는 등의 논란 끝에 현재는 계류 중으로 희생자 유족과 시민사회의 요청에 따라 고양시가 자치단체의 책임으로 이번에 이 조례를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시장은 “‘고양시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관한 조례’도 개정해 기존에 68세 이상 참전유공자 4100명에게만 지급하던 보훈수당을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7900명에게 매월 3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조례에는 평화와 인권, 민족화해를 위한 역사교육 등 희생자 추모와 위령사업을 명시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고양지역 보훈단체의 한 관계자는 “6.25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서 부역을 한 사람들까지 민족적 영웅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직도 금정굴 희생자들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마당에 우선적 추모사업을 통해 신성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양 금정굴 사건’은 지난 1952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서울을 탈환한 후 부역 혐의자 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민간인 153명이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서 집단 총살당한 뒤 매장한 사건으로 지난 8월 법원은 금정굴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물어 그 유족들에게 모두 124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정문을 통해 “금정굴 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해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며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위령시설 설치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정부를 대표해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고양시는 지난해 16년간 서울대학교 병원에 보관 중이던 희생자 유골과 유품을 인도받아 임시로 관내 납골시설에 정중하게 안치한 상태이다.
한편, 고양시는 이번 조례(안)을 오는 11일 열리는 제172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한 뒤 통과되는 즉시 ‘고양 금정굴 사건’ 피해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위령사업을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고양 역사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지원과 협조도 적극 이끌어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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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취재본부 김원태 기자 kwt@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