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 총장 “모든 짐 내가 짊어지겠다”

[윤지환 기자] = 폭발 - 사법부 개혁이라 쓰고 시한폭탄이라 부르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마침내 폭발했다. 폭음의 진원지는 검찰이었다. 국회 본회의는 지난달 30일 이 안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본회의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임기가 오는 8월에 끝나는 김준규 검찰총장은 내부 검사들이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책임론을 거론하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김 총장의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검찰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뒤숭숭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김 총장의 사의표명과 더불어 불과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차기 총장 인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총장 후보들을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 MB의 남자 총장자리 올라도 조직 장악 불안
“지금 검찰총장 되면 반쪽짜리 수장이 될 것” 우려 증폭
청와대는 김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장 교체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또 김 총장이 이대로 사퇴하고 친 MB 성향의 인물이 총장 자리에 오른다면 검찰 내부에서 신임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만료가 가까워지면서 검찰총장 인선을 놓고 여러 말들이 분분하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총장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 MB의 남자
검찰총장 인선작업 중이던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은 최근 검찰 반발 사태가 불거지자 인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은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13기)를 비롯해 차동민(13기 서울고검장), 박용석(13기 대검차장), 황교안(13기 대구고검장), 조근호(13기 법무연수원장), 황희철(13기 법무부차관), 노환균(14기 대구고검장), 채동욱(14기 대전고검장), 안창호(14기 광주고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한상대 중앙지검장이다. 한 지검장은 고려대 법대,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법무부 인권과장,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지검 형사1부장, 부산지검 1차장, 인천지검 1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거쳤다.
한 지검장은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출신으로 검찰 내 국제통으로 국제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핵심 부서로 꼽히는 ‘특수통’ 경력이 전무해 굵직한 사건 처리 감각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들린다. 한 지검장에 대한 검찰 직원들의 평가도 다소 아쉽다. 법조인으로서 엄정한 중립성을 지키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 지검장은 유연하면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외유내강형 검사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친 여권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부인 박○○씨가 김윤옥 여사와 매우 친분이 두텁다는 말도 나오고 있고, 뉴욕한인방송 사장인 한 지검장의 형 한상기씨는 MB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지검장은 검사위주의 검찰개혁을 밀어붙여 검찰을 아우르기에 부족하다는 비판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또 한명의 군 미필 수장
결정적으로 한 지검장은 군 미필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청와대 핵심인사들 대부분이 군 미필이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 있다. 또 최근 검찰은 떡값검사,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으로 인해 국민적 비난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군 미필인사를 중요 사정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게 될 경우 임기 말 정부의 무리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지검장은 고대 미식축구팀에서 활동하다 허리를 다쳐 군법무관 입대 한 달을 앞두고 서울대 병원에서 허리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군 면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 지검장이 군 미필로 인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경우 노 고검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시에 권재진 민정수석은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가 박 차장과 차 고검장 중 한명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해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검찰 직원들 사이에서는 “박 차장은 카리스마도 없고 부하직원도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검찰총장 감으로는 부적격하다”는 평가도 들린다.
차 고검장의 경우, 지역 색깔이 없고 기획 공안 특수 등 두루 검찰을 거친 인물로 합리적이고 신중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졌고 치밀한 업무처리로 빈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 직원들 사이에서는 차 고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에 가장 무난한 인물로 꼽힌다. 만약 차 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경우 노 고검장을 대검차장(검찰 실세로)에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청와대 주변에서 무성하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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