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을 대하는 朴의 노림수
‘내곡동 특검’을 대하는 朴의 노림수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10-08 11:31
  • 승인 2012.10.08 11:31
  • 호수 9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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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靑, ‘특검 거부’에서 ‘특검 수용’으로 선회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지난 5일 청와대가 특검 ‘재추천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사건’ 특검 후보자(이광범 변호사)를 최종 임명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특검 후보자 임명 사실을 전한 뒤 “이 대통령은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특검을 임명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특검 후보자를 임명함에 따라 얼어붙었던 여야 간 대치정국도 일단 풀리게 됐다.

민주당의 ‘특검 추천’ 청와대의 ‘재추천’ 요구

민주통합당은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후보자로 김형태·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했다.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특검 인사는 진보적 성향이 짙은 인물로 김형태 변호사는 김대중 정부시절 의문사진상규명위원을 지냈으며, 이광범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대법원 개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청와대는 당초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를 거부했었다. 지난 3일 청와대는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내곡동 특검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여야가 당초 합의한 대로 특검 추천 문제를 재논의 해달라”며 특검 거부를 결정했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협의해서 특검을 추천키로 합의해놓고 민주통합당이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한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재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특검 임명 거부로 빚어질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이달곤 정무수석의 사의 카드를 제시했다.

민주통합당은 청와대가 특검을 피하고자 ‘꼼수’를 부린다며 맹비난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개원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내곡동 사저는 특검을 하고 특검 후보는 민주통합당이 추천하라고 해서 그렇게 합의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최종기한인 5일까지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시 실정법 위반이 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도 큰 부담을 갖게 될 것”라고 공세를 가했다.

청와대는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나 결국 5일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인사 가운데 이광범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청와대가 임명한 이 변호사는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지만 민주당이 함께 추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출신 김형태 변호사보다는 정치색이 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黨-靑, ‘내곡동 특검’ 사전교감?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특검 후보자 명단 발표 직후 새누리당은 “특검 임명을 반대한다”며 “대통령은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후보자를 특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특검 임명을 반대한 이유는 민주통합당이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청와대가 특검 재추천을 요구한 이유와 같다.

더욱이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는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을 가졌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선 ‘내곡동 특검’에 대한 두 사람의 사전 교감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특검 임명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청와대를 적극 옹호했다. 중앙선대위 선대본부장이자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이 여야 간 원만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합의를 무시한 채 내곡동 특검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민주통합당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특검마저 대선에 악용하려는 정략적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도 “대통령은 특정정당에서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행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생정치를 위해 과감하게 양보·수용했지만 모든 것에 대한 보답은 배신”이라며 청와대를 감싸면서도 그 책임을 민주통합당에 돌렸다.

靑 “악법도 지켜져야... 특검 수용”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검 임명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특검법이 매우 부당하고 추천 과정도 편파적이지만 민생안정과 원만한 대선관리를 위해 민주당이 단독 추천한 특검 후보들 가운데 한 분을 임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임명된 특별검사가 내곡동 특검법 제5조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해서 그 직무를 수행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한 뒤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국민 의혹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수석은 “이 대통령은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으로 특검법을 수용했다”면서 “그럼에도 민주통합당은 합의를 무시한 채 특검 후보를 일방적으로 추천했고 오늘 이 시간까지도 합의를 지켜달라는 청와대의 정당한 요구에 임하지 않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민주통합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이 순간에도 특검 추천이 원천무효라며 임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MB와 선 긋던 朴… ‘명분과 포용’ 두 마리 잡나

새누리당이 내곡동 특검법에 동의하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만 하더라도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권과 확실한 선 긋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박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던 중 박 후보의 과거사 발언이 문제가 됐고,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변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 적잖은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박 후보가 ‘MB 끌어안기’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은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남경필 의원이 지난 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친박계 2선 후퇴론’을 제기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같은 여권 인물이라는 식의 프레임이 짜여가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일 진행된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단독 회동에서 두 사람은 민생과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을 앞두고 당청이 관계회복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특검 인사를 최종 임명함에 따라 박 후보 측도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특검을 수용했다는 명분을 얻은 것은 물론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강조하는 박 후보의 이미지도 더욱 곤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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