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거물급 잠못 이루는 밤
나 떨고 있니…거물급 잠못 이루는 밤
  • 홍성철,김정욱 
  • 입력 2005-06-21 09:00
  • 승인 2005.06.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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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및 관계 인사들이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김씨 귀국 이후 ‘김우중 리스트’ ‘김우중 X파일’ 등 온갖 괴담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김씨가 41조원대 분식회계, 10조원대 사기대출, 25조원대 해외 유출 등의 혐의를 두고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불법 조성한 막대한 비자금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김우중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 살생부 명단에는 ‘김우중 장학생’ ‘대우그룹 퇴출 저지 로비’ ‘귀국 로비’ 등 각종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사들이 총 망라돼 있다. 정치 지향적인 김씨는 그룹 회장시절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실세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김씨가 역대 대선 및 총선 과정에서 여야를 망라한 대권후보 및 유망한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때는 김씨가 제공한 정치자금 액수가 총 240억원(뇌물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김씨는 15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기도 했다. 또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에도 검찰은 대우 건설이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내고 그 배후 인물로 김씨를 지목하기도 했다.하지만 김씨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이른바 ‘김우중 리스트’는 지금까지도 말만 무성할 뿐이다.

현재까지 김씨와 대우그룹이 정치권에 전달한 비자금 액수와 대상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명으로 거론된 인사는 열린우리당 송영길(1억원) 의원과 이재명(3억원) 전 민주당 의원, 최기선(3억원) 전 인천시장이 전부. 이들에게 전달한 정치자금도 모두 7억원에 불과하다.그렇다고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과 대상자가 드러난 게 전부일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수천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로비대상자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는 ‘세계경영’이라는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비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로비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과거 정권 실세와 전현직 국회의원,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김씨에 대한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적용 법조항에 따라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DJ 정권 이후 인사들은 당분간 잠 못 이루는 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김우중 살생부’가 나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이다. 그동안 ‘김우중 리스트’에 오르내렸던 정·관계 인사 중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인사들이 그 대상. 하지만 이 살생부는 전적으로 김씨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당사자가 자료를 공개하거나 입을 열지 않으면 리스트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김씨도 그룹 회장시절 자신이 후원한 정치인들이 상당수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명단과 내역을 공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씨가 뭔가 특단의 결심을 하고 귀국한 만큼 비자금과 관련한 일부 리스트가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권 핵심부-김우중 밀약설’ 의혹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비교적 ‘김우중 리스트’로부터 자유로운 여권인사들이 현정권이 처한 총체적 위기상황을 돌파하고, 정국 반전을 꾀하기 위해 김씨와 모종의 밀약을 했을 것이란 게 밀약설의 골자다.

김씨가 입을 열 경우 DJ정권 당시 권력 실세들이 살생부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려진 대로 김씨는 DJ에게 야당 시절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DJ가 청와대에 입성하고 대우가 몰락하기 전까지 두 사람의 밀월은 지속됐지만 99년 대우그룹 해체가 추진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 해체를 결정한 핵심 당사자들도 DJ의 핵심 측근들이다.오랜 세월 DJ와 그 측근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지원했지만 결국 김씨가 한평생 쌓아온 대우와 자신의 명성은 그들에 의해 공중분해됐다. 김씨 입장에서는 DJ와 그 측근들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살생부 대상에 DJ와 그 측근들이 최우선 거론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DJ정부 시절 핵심 실세였던 K씨와 P씨, 고위 관료를 지낸 L씨와 K씨, 당시 여권 실세였던 H, K 의원과 L, K, L, 전 의원 등 10여명의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야당도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김씨, 혹은 대우그룹과 직간접적으로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한나라당 전현직 중진급 의원 상당수도 살생부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C, H,S, L, M 전의원, 중진급인 L, J, L, H, 의원 등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YS 정권시절 김씨의 도움으로 정관계에 진출한 386 운동권 출신들도 다수 거론된다. 당시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운동권 출신 200~300명 가량을 대거 특채해 정관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치적 후원자역을 담당해왔다. 김우중 재평가론 및 사면론 등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면에는 이들 386 출신들의 ‘보은’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하지만 이들 386 출신 중 김씨에게 등을 돌린 사람도 적지 않다. 정치권이나 정부 요직에 진출한 몇사람은 대우해체를 주도하거나 김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86 출신 중 살생부에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이기도 하다. 김씨의 과거 행보와 성향에 비춰볼 때 살생부로 돌변할 수 있는 비자금 리스트를 완전히 공개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 대우를 다시 회생시킬 수 있다는 조건부라면 리스트를 선별해서 폭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99년 출국 과정에 DJ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할 경우 그 파장은 그야말로 매가톤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위기에 처한 여권 핵심부가 민주당과의 합당 등 정계개편을 노리고 김씨 귀국을 종용했을 것이란 이른바 밀약설 실체 여부와도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정·관계 거물들의 밤 잠을 설치게 하고 있는 김씨. 온갖 추측과 의혹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장본인이기도 한 그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입을 열지 정·관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김우중 친인척 재산 얼마? 재벌은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

소문만 무성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현재 그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김 전회장과 그 가족들의 재산이다. 김 전회장의 재산은 공식적으로 한 푼도 없다고 하지만 가족들이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의 재산은 김 전회장의 은닉재산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999년 7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했다. 이때 김 전회장은 전재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해 공식적으로는 국내재산이 없다. 당시 그가 담보로 내놓은 재산은 교보생명, 대우중공업, 쌍용자동차, 대우개발, 대우증권 등 계열사 주식 5,142만주(당시 평가액 1조2,553억원)와 경남 거제도의 임야 12만 9,000여평(452억원)이었다.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내놓은 김 전회장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은 서울 방배동 자택이었다.

그러나 이 자택은 지난 2002년 4월 서울지법 경매에서 48억원에 낙찰됐다. 또 안산농장도 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힐튼호텔도 처분됐다. 안산농장은 김 전회장의 숨진 큰 아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공식적으로 김 전회장의 재산은 없지만 가족들의 재산이 상당히 남아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떠오르고 있다. 김 전회장의 부인 정씨의 재산은 알려진 것만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현재 정씨는 필코리아(구 대우개발) 지분 10%와 포천 아도니스골프장 등을 가지고 있다. 필코리아의 지분은 250억원, 아도니스골프장은 2,500억원 정도의 가치에 이른다. 김 전회장의 장녀와 아들 2명도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장녀는 이수화학 주식 22만5천주와 두 아들은 서울 방배동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김 전회장 자녀들의 재산은 총 5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회장 가족의 재산에 대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01년 11월 ‘김우중 은닉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아도니스골프장과 방배동 토지, 이수화학 주식 등은 김 전회장이 가족 앞으로 명의만 해둔 재산이 아니라 적법하게 증여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김 전회장의 은닉재산으로 명백하게 법적 결론이 난 것은 없는 셈이다.김 전회장 가족들의 재산과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BFC를 통한 비자금 조성 가능성이다. BFC는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이다. 김 전회장이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은 200억 달러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내역을 살펴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바로 송금된 해외 현지법인의 자동차 판매대금 14억달러, 해외법인 명의의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달러 등이다.

이중 해외공장 인수와 운용에 투입된 자금, 해외차입금, 이자를 제외한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체적이다. BFC 관리자금 200억달러에서 해외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차입금 157억 달러와 해외사업 투자액으로 추정되는 30억 달러를 제외하면 13억 달러가 남는다. 따라서 이 13억 달러에서 일정액을 해외 차입금 이자로 갚고 나머지는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에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측 관계자는 “BFC자금 사용처는 증빙자료가 모두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금감위 실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비자금 조성설을 일축했다.김 전회장과 가족들의 재산, 비자금 조성설과 정·관계 로비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성철,김정욱  anderia10@ilyoseoulco.kr,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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