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핵심 키워드는 ‘수도권 공천’…
전대 핵심 키워드는 ‘수도권 공천’…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6-28 10:44
  • 승인 2011.06.28 10:44
  • 호수 89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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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의원들은 개혁공천에 덜덜”
상단 좌측서부터 원희룡 권영세 홍준표 남경필 박진 유승민 나경원

7·4 전당대회 수도권의 대반란
공천서 ‘물갈이’ 한다니…“지지할 수도 없네”
한나라당, 내년 총선 앞두고 ‘적전분열’ 될수도


[전성무 기자] = 7·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주자들이 후보등록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당권레이스가 시작됐다. 전대 출마자는 홍준표(서울 동대문구을) 원희룡(서울 양천구갑) 나경원(서울 중구) 남경필(수원 팔달구) 박진(서울 종로구) 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 등 7명이다. 이번 전대에서는 유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이 특이 할만하다. 이 때문에 수도권 출신들 간 피 튀기는 혈전이 예고되는 상황. 여기에는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공천보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한나라당 7월 전대에서 수도권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봤다.

7·4 전대에 출마를 공식 선언한 7명의 후보자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7월 전대를 치르면서 도움을 줬던 기존 인사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홍 의원 측은 ‘홍준표 대세론’을 강조하고 있다.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범래 김정권 이종혁 의원 등이 꼽힌다. 홍 의원측은 자신에 대한 지지세가 친박계 및 소장파 등을 중심으로 확장됐다고 주장한다.

2007년 대선 당시 친이계 외곽조직이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의 후신인 ‘뉴 한국의 힘’과 친이계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의 후속 ‘동맹 대한민국’의 서울위원회도 홍 의원을 밀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 이후 결성된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새한나라)’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이 모임 핵심 멤버인 정두언 정태근 구상찬 의원 등이 남 의원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 밖에 새한나라 이전의 쇄신 모임으로 꼽히는 ‘민본21’의 상당수 의원들도 남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후보 캠프 물밑 선거전 가동

남 의원은 특히 경기지역 한 지역일간지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 언론도 남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의원은 여의도 호성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박 의원 캠프는 친박계 이경재 의원,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각각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 외 김기현 이한성 정양석 의원 등이 박 의원을 지지하며 물밑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경재 의원은 박 의원이 김영삼 정부 시절 직속 상관이었고, 이병석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러닝메이트로 나선 인연이 있다.

권 의원은 여의도 금산빌딩에 선거 캠프를 꾸렸다. 권 의원이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함께 했던 전·현직 시의원 등 함께 일을 했던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 그룹의 일부 의원들도 권 의원을 지지하고 있고, 지난 2006년에 전대에 출마했을 당시 도움을 줬던 지지자들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권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의 지지기반은 친이계에 두고 있다. 조해진 원희목 의원 등 친이계 성향을 보이는 의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원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가 사용하려던 사무실을 넘겨받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내심 원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을 돕는 외곽조직으로는 청·장년 층이 주축인 ‘코리아 비전 포럼’이 꼽힌다. 2007년 대선 당시 원 후보가 16개 시·도 청년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아 전국을 돌아다닐 당시 결성된 조직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여의도 삼보빌딩에 거처를 마련했다. 친박계인 유 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지그룹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조직인 희망포럼과 비전포럼에 이어 박 전 대표의 팬클럽도 유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의 경선 출마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 소식을 반갑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은 공식 선거 캠프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나 의원의 팬클럽 사무실이 여의도 용산빌딩에 위치하고 있어 이를 주축으로 한 팬클럽 회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 신지호 이두아 강승규 의원 등이 나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 강재섭계로 분류되는 나 의원은 강재섭 전 대표의 모임인 ‘동행’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번 전대는 출마자 7명 가운데 6명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한 인구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대의 핵심 키워드가 ‘수도권’이라는 수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19대 총선 공천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맞물려 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을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내준 뒤 수도권 의원들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최근 공성진(강남구을) 현경병(노원갑)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인해 수도권 2개 의석이 공석이 되면서 수도권의 불안감이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의석수는 2곳이 공석이 되면서 전체 111석 가운데 80석이다.

수도권 딜레마 확산 이유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석수가 민주당에게 역전 당할 수도 있다는 ‘큰 그림’도 조심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공천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수도권 출신 대표가 나올 경우 ‘공천보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자칫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 개혁은 당내 공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나 의원이 전면에 위치해 있다. 나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의 공천 방식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상향식 공천’이라고도 불리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이 도입되면 총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 당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참여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넘긴다는 뜻이다.

당권 주자 7명 가운데 홍 의원을 제외한 후보들이 모두 나 의원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지지하고 있다. 홍 의원은 “대표가 되면 도덕성 등을 기준으로 국민의 신망을 받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면서 현행 당헌·당규가 규정한 대로 공천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추후 65세 이상의 고령 다선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없는 인물의 경우 과감한 수혈을 통해 물갈이를 하겠다는 작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후보 지지에
‘쉬쉬’ 왜?


전대 결과에 따라 공천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고되자 수도권 의원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당을 개혁하겠다며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대거 전대에 출마했지만 정작 수도권 의원들에게는 이들이 ‘양날의 칼’로 다가오는 형국이다.

고흥길 의원(성남 분당구갑)측 관계자는 “어느 정도 검증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당 대표 한 사람이 (공천문제를)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 두 사람은 챙길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수원 권선구) 측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위기감때문인지 아무래도 수도권 의원들이 지역구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면서 “하지만 수도권 출신 후보들을 여기서 조직적으로 미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천으로 대변되는 당권주자들의 ‘개혁’과 수도권 기득권 그룹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면서 내년 4월 총선 직전 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수도권에서 같은 지역 출신 당대표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라며 “예를 들어 홍 의원이 대표가 됐을 경우 과거 자신에게 불이익을 준 친이계를 공천을 통해 전멸시킬 것이 뻔하고 나 의원을 지지하자니 친박계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것이다. 사실은 수도권 출신들이 수도권 밀어줘야 하는데 복잡한 계산이 얽혀 있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만약 공천개혁을 통해서 기존 기득권에게 불이익이 주어진다면 당은 적전분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6월 23일 후보등록에 이어 24일부터 열흘간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비전발표회와 TV토론 등을 벌인 뒤 7월 4일 당 대표를 비롯해 여성몫 1명을 포함한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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