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간송미술관의 문화재 상태가 매우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74주년을 맞은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국보 12점, 보물 8점을 포함, 유물 5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소유 미술관 중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노후하고 좁은 관람시설로 인해 지난 1971년부터 1년에 두 차례 정기전만 개최하고 있으며 수장고는 철저히 비공개로 관리 중이다.
신 의원은 10여 년 전에 수장고에 들어가 봤던 故 신중섭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이 제자들에게 “큰일이야! 큰일! 다 썩었어”라며 “간송 측에 전적, 회화 관리 상태가 열악해 손질, 소독을 제안했으나 간송에서 거부했다”는 목격 증언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2008년 70주년 기념전을 관람한 한 언론인은 다산 정약용의 ‘다산심획’첩 중간 부분이 너덜너덜 벗겨지고 심한 얼룩자국이 있었다고 언론에 기고를 했으며, 2009년 겸재 서거 250주년전을 관람한 한 한국화가는 “겸재 정선의 ‘필운대’ 진열관 내부에 살아있는 벌레가 들어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이 어떤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으며, 지난 2008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간송미술관이 이를 거부하자 문화재 실태 조사를 오히려 간송미술관에 위탁하는 코메디를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2008년 실태조사를 하려다가 간송 측에서 거부한 바 있는 국보 71호 ‘동국정운’을 재조사하면서 ‘향후 간송미술관이 자체 위탁하는 조건’으로 위탁 조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간송 측의 ‘동국정운’ 자체 조사와 사진을 통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조사자는 “군데군데 찢기고 뒤표지 낡음. 표지는 본래의 것이나 책사는 새로 함. 오동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듯하나 수장시설 등 보관시설은 공개하지 않음. 수장고 항온항습은 하고 있다고 함”이라고 의견을 적어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동국정운’은 현재까지 간송미술관의 모든 국보, 보물은 간송 측의 자체조사로 이뤄지고 있으며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조사서에 기재됐다.
그러나 자체조사인 만큼 조사 결과 조작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신경민 의원은 “간송미술관은 현재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다. 수장고도 비밀에다가 전체 문화재 도록조차 문화재가 얼마든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시중에 간송 컬렉션이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하고 “문화재청 또한 간송미술관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 문화재 조사와 관련하여 문화재보호법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찬 문화재청장은 신 의원의 질문에 “간송미술관 수장고에 가본 적이 없으며, 간송 측과 협의하여 문화재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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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