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1960년대에 지어진 충무로 진양상가가 어둠에 빠졌다.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된 것이다. 2주 넘게 단전이 된 상태지만 단전의 이유를 두고 현재 진양상가 입주자들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현재 진양상가는 기존에 관리를 맡았던 대훈디앤시 측과 대운 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진양비대위 측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해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어 입주해 있는 상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 1000만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진양상가가 처한 문제는 무엇이고 언제쯤 다시 환한 불을 밝힐 수 있을지 대훈디앤시와 진양비대위의 입장을 들어본다.
자신들이 진양상가를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훈디앤시 측은 지난달 24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상인들이 내야할 관리비가 체납돼 단전 문제가 발생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는 전기료?
대훈디앤시에 따르면, 진양상가 내 단전 문제는 2010년부터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이들은 관리비를 고지하고 난 후 실제 거치는 금액이 고지액의 60~70%밖에 되지 않아 밀린 세금을 다음 달에 거둔 세금으로 메우게 됐고, 그러다 보니 세금 체납이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상인들이 소유 점포에서 사용한 전기세만 내겠다고 나선 후부터는 일반관리비 체납 문제가 더욱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대훈디앤시 관계자는 “일전에는 관리비 체납이 계속돼 지하주차장 상인을 상대로 소송까지 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간 우리가 관리 업무를 봐왔음에도 법률적 기준에 따라 청구가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1년 10월 개정 시행된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관리단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진양상가 구분소유자 256명)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2004년 6월부터 3층 꽃상가 구분소유자(173명)들이 분리를 요구, ‘세안텍스’라는 관리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게 되면서 의결권의 4분의 3을 얻지 못해 대훈디앤시는 진양상가의 적법한 관리단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법원의 판결문으로 인해 대훈디앤시 측은 기존에 제공하던 용역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대훈디앤시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은 관리비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라 유보라는 뜻이다. 이전 체불된 금액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진양비대위 측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들은 대훈디앤시를 관리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비를 낸 시점에서도 계속되던 단전 문제, 실제 고지서액과 청구액이 다른 문제 등을 들며 갖가지 의혹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훈디앤시가 2004년 7월 구성된 ‘진양상가 건물관리협의회(이하 건관협회)’로부터 관리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건관협회에 남아 있는 이사장이 대훈디앤시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관리단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불신하고 있다. 관리 위탁업체의 대표가 입주자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며 이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외 대훈디앤시가 관리단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전체 4분의 1 정도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만을 얻었기 때문에 관리비를 내야할 의무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양비대위 관계자는 “대훈디앤시가 만약 관리단이라고 주장한다면 소방·전기·노후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있어야하는데 대훈디앤시 측은 그에 대한 관리 업무조차 하지 않았다. 이 관리단이 상인들을 위한 관리단이라 할 수 있나”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자신들이 이미 진양상가 입주자의 4분의 3과 면적의 4분의 3이 넘는 입주자들에게 동의를 받아 지난해 9월 15일 총회를 통해 입주자대표회를 구성한 상태라면서 서류를 확인시켜줬다.
또한 현재 대훈디앤시가 갖고 있던 관리단 고유번호는 상인들의 민원에 따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로부터 폐기처분을 받았으며, 진양비대위는 서류상 문제로 인해 세무서로부터 관리단 고유번호만을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경찰 고소·고발로까지 번질 우려 높아
현재 진양비대위 측은 자신들이 진양상가 내 적법한 관리단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2010년 11월부터 대훈디앤시가 수납한 미납전기료를 오히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훈디앤시는 자신들이 ‘집합건물인 진양상가의 적법한 관리단이라고 인정될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인정하면서도 이전에 서비스했던 관리비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자신들이 세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라 관리비 일부가 항상 수납되지 않아 체납이 이어졌고, 당월 밀린 공과금을 다음 달 공과금으로 대체하다 보니 단전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그렇지만 자신들이 정당하게 관리를 한 부분에 대해선 관리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들의 팽팽한 갈등 속에서 진양비대위와 대훈디앤시 사태는 민사 고소·고발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진양비대위 소속 상인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대훈디앤시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문제는 양측 모두 관리비 납부 내역 및 사용 내역에 대한 대조 여부에 대해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직접적인 만남을 꺼리고 있는 것에 있다. 서로가 한자리에 모여 지금까지 발생했던 모든 일들에 대한 근거자료를 검토한다면 갈등은 쉽게 풀릴 수 있으나, 아직까지 서류 검토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양비대위 관계자는 “이제 갈 때까지 간 것 같다. 공권력이 개입되면 명명백백 누가 잘못한 건지 나오지 않겠나. 모든 관리비 내역을 조사해 보면 누가 관리비를 냈는지, 안 냈는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법한 관리단이 형성돼 죄를 지었거나 횡령한 사람에겐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우선 대훈디앤시 측은 관리비 체불과 함께 일부 상인들이 전기료를 내지 않아 단전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전에 체납된 관리비는 조정을 해서라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 문제만 정리된다면 진양상가의 관리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진양비대위 측은 대훈디앤시 관리단 구성이 법률적 요건에 충족치 못하므로 그들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으며, 관리비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
가장 우선적으로는 한전에서 부과된 공과금과 대훈디앤시 측에서 제시한 일반관리비의 정확한 대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반관리비가 발생하는 것을 양측 모두 인정하는 바, 금액 조정을 통해 사태가 쉽게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양측 모두는 단전으로 인해 진양상가 상인들이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대훈디앤시와 진양비대위 모두가 테이블에 앉아 상황 파악에 나서 모두에게 이로운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훈디앤시와 진양비대위 입장에 동의하는 각각의 상인들 모두 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은 상가 문제가 빨리 해결돼 하루 빨리 온전한 일터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오래 전부터 ‘충무로’ 하면 떠올랐던 대표적인 건물 진양상가는 스산해져가는 가을을 맞이하면서 더욱 스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b8110@ilyoseoul.co.kr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