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6일 이번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하는 한편, 국회의장에게 민주당 당대표실을 비롯한 국회 시설 전체에 대한 도청 여부 점검을 요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며 총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23일 민주당 국회 당대표실의 도청사건은 바로 KBS 수신료 문제를 논의한 자리였고 완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라며 "한나라당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을 입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본인이 'KBS 수신료를 논의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녹취록'이라고 공개 회의에서 의기양양하게 발언했다가, 녹취록의 출처를 밝히라고 하니 '민주당 인사로부터 메모가 나온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책임전가성 발언이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만약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어떤 형태로든 도청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은 이 도청사건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사안인만큼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KBS 수신료와 관련해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가 도청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불법적인 녹취자료가 유출된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도청은 있었지만 도청한 사람은 없다, 녹취록을 낭독한 사람은 있지만 제공한 사람은 없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이어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의 회의록를 담당하고 있는 당직자와 함께 이번 사안의 정황을 설명하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가 도청에 의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담당 당직자인 민주당 총무국 이주환 차장은 "녹음기는 단 한 대로 모든 당 주관 회의에 사용하고 있고 저 혼자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비공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다른 당직자는 거의 손을 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도 "당 대표실 도청사건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간인 불법사찰, 대포폰 사건에 이어 민주당 당 대표실 불법도청까지 이어졌다.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과 김재윤 의원은 이같은 기자회견 직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의뢰서를 접수했다.
반면, 녹취록 공개 당사자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저급한 정치공세를 하기 전에 민주당 내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며 도청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은 민주당 내부로부터 유출돼 시작된 사안"이라며 "자신들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여당 의원의 발언을 한나라당의 도청으로 몰고 가는 저급한 정치 공세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초 '민주당 당직자들의 배석조차 허용되지 않는 완전 비공개회의'라고 했다가, '당시 회의에 최고위원, 문방위원, 방송담당 전문위원, 대표 비서실 간부, 녹음기를 다루는 실무진밖에 없었다'고 했다"며 "도대체 참석자의 범위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녹취 여부에 대해서도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 스스로 녹취나 속기한 바 없었다'고 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회의내용을 녹음한 녹음기는 영등포 민주당사 금고에 보관돼있었다'고 했다"며 "녹취를 했는지 여부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 결과, 모든 것이 민주당의 저급한 정치공세로 밝혀질 경우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응당한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 민주당대표실 불법도청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천정배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박정규 박세준 기자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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