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후보의 대선 출마로 12월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3자간 대결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여기에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까지 감안하면 대선판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는 장외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안정된 지지율을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과거 제3후보와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대선전에 들어서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리고 이는 과거 제3후보들이 독자 행보보다는 후보연대나 단일화를 택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안 원장과 문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안개’ 걷힌 안철수... 대선출마 본격화
안철수 후보가 18대 대선에 출마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며 출마를 공식화 했다.
그의 대선 출마로 1년 여간 이어오던 ‘안철수 안개’도 드디어 걷혔다. 지난해 10.26재보선 당시부터 안 후보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판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5년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꺾는 등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랬던 ‘안철수 현상’은 이제 그의 출마 선언과 함께 ‘안철수 대선 후보’라는 실체로 다가왔다.
그러나 유력 후보군으로 지목됐던 ‘안철수 원장’과 실제 대선 후보로서의 ‘안철수 후보’는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가 ‘안철수 현상’과 ‘국민적 기대감’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가가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던 제3의 후보들이 실제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을 지적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가 과거 유력주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리더십 형성이 중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선거 전략 및 정책 강화
안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 후 곧바로 대선 캠프를 가동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지난 10.26재보선 당시 박원순 캠프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전략가들을 전진 배치했다.
아울러 그간 안 후보의 멘토 역할을 했던 주요 인사들과 참모들이 중심이 되어 정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정당을 두지 않은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선거 전략과 정책 분야이다. 본인 스스로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여야 두 후보에게 정책 중심의 후보 경쟁을 주문했을 정도다.
정책이 미비할 경우 자칫 경험이나 준비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리더십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더욱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선거 전략과 정책 강화는 향후 그가 생각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선거는 조직”
선거는 조직이란 말이 있다. 단순히 ‘안철수 현상’ ‘안풍’ ‘안철수 신드롬’만으로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선판에서 무(無) 정당 후보는 기존 정치에 실망한 무당파나 중도파의 표심을 끌어올 순 있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역 조직이 탄탄히 하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또한 중앙 선대본부와 지역조직의 유기적 움직임이 절실하지만 정당이 없고 컨트롤 타워가 미비할 경우 이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의견 조율 과정에서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선을 앞두고 안 후보 측이 우려하는 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그리고 안철수 캠프 측에서 지역별(또는 출신) 멘토단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 제3후보로 바라본 안철수의 길
과거에도 제3의 후보들은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인물로 떠오르면서 높은 인기와 지지율을 기록하곤 했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의 경우 막상 대선에 출마하고 ‘뚜껑’을 열어보면 정책이나 리더십 부재 등이 거론되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기존 후보들과 달리 ‘안철수 현상’에 맞는 역할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낱 ‘미풍’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고건 전 총리는 제3의 후보로서 각광받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됐고, 민주당 역시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범여권 전체가 고 전 총리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안철수를 바라보는 현 야권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 전 총리는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해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지 세력이나 외곽조직만으로 현실정치를 실현하기는 어려웠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은 하락했고, 미비한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으며, 대북문제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대선을 앞둔 지금 초미의 관심사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다. 안 후보는 ‘쇄신’과 ‘국민적 호응’을 전제 조건으로 단일화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최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민주통합당 입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월드컵 4강 신화를 등에 업은 무소속 정몽준(당시 FIFA 부회장) 의원은 새천년민주당(현 민주통합당) 후보인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았고, 급기야 민주당내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이 구성되면서 노 후보를 압박했다.
정 의원은 대선을 위해 11월 ‘국민통합21’을 창당했고, 이후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노 후보가 최종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만약 안 후보가 단일화에 임할 경우 단일화 방식은 차치하더라도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노-정 단일화는 후단협 등 적극적인 압박과 개인별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면 문-안 단일화는 그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유한킴벌리 사장을 역임했던 문국현 후보는 창조한국당을 창당,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길을 택했다. 범여권 단일화의 손길을 거부한 그는 막판까지 대선을 완주했고,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는 지역구 1석과 전국구 2석을 얻었다. 그러나 문국현 1인 체제였던 창조한국당은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결국 와해됐다.
무소속·단일화·민주당 입당·신당창당… ‘첩첩산중’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장 민주통합당과 단일화하지 않더라도 추후 입당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정치 세력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한국당의 모델을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21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중도와 무당파층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민주통합당의 입당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 뒤 “정치를 계속한다는 그의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대선 후 아니면 그 전에라도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멘토로 알려진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무소속 완주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입당이 아니라면 대선 이후라도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안 후보에게 문 전 대표는 ‘타산지석’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안 후보가 출마 선언하는 그 순간부터 안철수 발(發) 정계개편은 시작됐다. 단일화 성사 여부에 따른 대선판이 그렇고,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대선 이후도 그렇다. 현재 안 후보에게 놓인 길은 무소속 완주와 문 후보와의 단일화 그리고 민주당 입당과 신당 창당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대선 첫 공식 행보로 국립현충원을 찾은 안 후보는 “역사에서 배우겠다”는 글귀를 남겼다. ‘귀감’과 ‘타산지석’의 경계에서 안 원장은 어떤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