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혼화제 시장 두고 중소기업과 ‘맞짱’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 두고 중소기업과 ‘맞짱’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9-25 09:37
  • 승인 2012.09.25 09:37
  • 호수 960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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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공공의 적’ 몰린 사연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LG화학(부회장 김반석)이 중소기업들과 분쟁을 이어가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LG그룹의 대표 계열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의 맏형 자리가 전자에서 화학으로 옮겨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LG화학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중소기업의 밥그릇까지 욕심내는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연간매출이 22조 원을 돌파한 LG화학이 시장규모가 1500억 원대에 불과한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혼화제협회 “LG화학의 PCA 시장 확대로 중소기업 고사” 호소
LG화학 “PCA는 완제품 아닌 원료” 주장…동반위 결과에 관심

한국콘크리트화학혼화제협회와 사법정의국민연대 등의 단체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LG화학의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LG화학이 혼화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 놓으면서 수십 곳의 중소기업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혼화제협회는 지난 4월부터 동반성장위원회에 콘크리트 혼화제와 관련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LG화학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LG화학은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LG화학과 중소기업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혼화제협회가 LG화학과 날선 공방을 벌이게 된 계기는 지난해 동반위가 에틸렌옥사이드(EO)를 주원료로 해서 생산하는 2차 원료인 유기계면활성제(EOA)의 생산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부터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동반위는 롯데그룹 계열의 호남석유화학에게 시장에서의 철수를 권고했다.

LG의 생산시설 증대가 반발 일으켜

그런데 LG화학은 EOA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됐지만 PCA(Poly Carboxylic Acid)는 선정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생산시설을 2배로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LG화학의 사업 확대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LG화학의 혼화제 시장 철수를 요구하고 나서게 된 것이다.

혼화제협회 측은 석유화학산업에서 1차 원료인 EO의 생산이 대기업 영위 업종이고, 2차 원료인 EOA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결정됐으면 이를 주원료로 해 생산하는 PCA도 당연히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고 주장했다. PCA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EOA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또 1970년대부터 중소기업들이 개척해 온 PCA를 활용한 콘크리트 혼화제 시장에 LG화학이 뒤늦게 진출해 업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콘크리트 혼화제란 콘크리트의 내구성과 강도를 높여주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로 주요 원료에 따라 리그닌계, 나프탈렌계, 폴리카본산(PCA)계가 있다. LG화학은 3세대 콘크리트 혼화제 반제품인 PCA의 원료를 90% 이상 생산·공급하고 있으며, 직접 PCA를 제조해 시장에서 약 20%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원료시장을 독점한 LG화학이 PCA 시장에서의 확장을 시도하면서 중소기업을 말살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LG화학은 지난 1~2월 1차 원료인 EO 가격을 인상한다고 관련업체에 통보하고도, 자신들이 직접 제조한 PCA 제품은 오히려 가격을 인하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원료가격 인상을 통한 PCA 제품 가격 상승을 유도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가격을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서도 LG화학은 최근 2~3년 사이 PCA 원료의 가격은 20~30%씩 올리고, PCA 제품 가격은 동결시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이 퇴출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혼화제협회는 LG화학이 PCA 시장을 완전 장악한 뒤에 가격을 올리게 되면 혼화제를 사용하는 건설사 및 레미콘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LG화학 압박 나서

혼화제협회의 어려움을 알게 된 사법정의국민연대도 LG화학 규탄에 가세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는 혼화제협회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지난 7월부터 LG화학의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LG화학의 정도경영은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꾸준하게 실력을 길러 정당하게 승부하자는 LG만의 행동방식”이라며 “혼화제 시장에서 LG는 진실로 정정당당 시합을 하는 것이고, 정정당당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LG화학이 PCA의 원료의 하나인 아크릴산을 국내에서 독점 생산하는 것을 악용하면서 동종업계의 중소기업들은 이에 대한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LG화학 측은 혼화제협회 등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LG화학이 생산하는 PCA는 혼화제를 만드는 원료로 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LG화학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PCA를 공급받아 혼화제를 만드는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의 빈자리를 외국계 회사들이 차지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LG화학의 PCA 생산시설 증대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것으로 국내시장 확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의 이 같은 입장에 혼화제협회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협회 관계자는 “LG화학의 주장은 커피믹스를 만드는 회사가 우리는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커피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꼬았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동반위의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동반위는 현재 PCA 및 콘크리트 혼화제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를 심사 중이며, 오는 11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동반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심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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