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눈물에도 혼자만 웃어?
직원 눈물에도 혼자만 웃어?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9-25 09:30
  • 승인 2012.09.25 09:30
  • 호수 960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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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구조조정 후폭풍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이 수차례 M&A를 실패하면서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쌍용건설은 지난 14일 32명의 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일반직원의 30%를 추가 감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경영의 총 책임자인 김석준 회장은 경질에서 제외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김 회장이 쌍용건설의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때 쌍용그룹의 총수였던 김 회장을 배려하기 위해 경제계가 채권단을 설득했다는 주장도 전해진다. 쌍용건설 노조는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일반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퇴진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결국 구조조정… 정규직 30% 감원
임원 사퇴에 김 회장만 제외… 창업주 핏줄 배려?

쌍용건설은 지난달 20일 인수협상대상자였던 이랜드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같은달 31일 만기가 돌아온 전자어음 52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자 부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결국 쌍용건설의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했다.

캠코는 쌍용건설에 긴급자금 700억 원을 투입했다. 산업·국민·우리·신한·하나 등 5개 채권은행도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다만 조건으로 임원의 50%와 정규직의 30%를 감원할 것을 요구했다. 임원 32명 가운데 전무급 이상 7명은 모두 퇴진하고 상무급 이하는 선별해 전체 임원의 50%인 16명만 남을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4일에 이미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본부장급(부사장·전무) 임원이 퇴진함에 따라 본부제도를 폐지해 애초 6본부 41부 6팀이었던 조직을 28개 팀으로 꾸릴 예정이다.

채권단은 또 임직원의 상여금을 200% 삭감하고, 각종 경비도 50%를 줄이도록 했다. 이 같은 자구노력이 진행되는 조건으로 채권단은 내년 8월까지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오는 28일 쌍용건설에 유동성지원자금 13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이 임원급을 총사퇴시키면서 자구노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석준 회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경질을 논의했다. 하지만 해외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김 회장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쌍용건설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올해 말 경영성과평가를 통해 김 회장의 경질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회장 퇴진 요구 나서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쌍용건설 노조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쌍용건설 노조는 지난 20일 국회의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조조정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쌍용건설 회생 책임을 맡은 정부에서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영진의 구조조정 계획이 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언론에 먼저 공개된 사실에 분개했다. 노조 측은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미분양 등은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쌍용건설의 PF 금액은 서울 우이동 콘도사업 2800억 원을 포함해 6088억 원에 이른다. 알려지지 않은 부실은 더욱 많다고 전했다.

쌍용건설의 현재 부실 규모를 고려하면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대가로 20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직원들에게만 무의미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향후 김 회장 퇴진 요구와 부실 경영·관리 규탄집회 등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M&A 실패

구조조정 논란으로 인해 노사갈등이 확산되면서 쌍용건설의 M&A 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쌍용건설은 2008년 이후 5차례에 걸친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0일에도 이랜드와의 매각작업이 중단된 바 있다. 이랜드와 협상 결렬로 예정된 신입사원 채용 과정도 중단해 구직자들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쌍용건설 M&A가 번번이 무산되는 것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의 부실이 예상보다 크다는 주장과 함께 김 회장의 존재가 부담이 된다는 설명도 전해졌다.

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 회장은 만 30세의 나이에 쌍용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국내 최장수 건설사 CEO로 꼽힌다. 또한 그는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공중분해 당시 총수 자리를 맡고 있기도 했다.

쌍용그룹 창업주의 핏줄인 김 회장이 유일하게 ‘쌍용’이라는 브랜드를 지키고 있는 곳이 쌍용건설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쌍용건설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읍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분이 1%에 불과한 CEO가 매각 이후에도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쌍용건설 직원들이 김 회장에게 적지 않은 신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쉽게 쌍용건설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고도 CEO인 선종구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결국 하이마트를 다시 팔아야 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김 회장의 존재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쌍용건설 매각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김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해외수주 능력을 인정받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랜드도 인수조건에 김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달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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