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고서 작성자 김원사 교수 ‘돌연사’ 왜?

[홍준철 기자] =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광물개발업체인 씨앤케이마이닝에 대해 2차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 최영희 여성위원장은 대정부질문 당시 KMDC(대표 이영수) 미얀마 가스 광구 탐사개발권 취득과정에 박영준 전 차관 연루의혹을 제기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가스 탐사개발권에 이어 씨앤케이마이닝사의 아프리카 광산 개발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권의 실세인 이상득-박영준 두 인사가 그동안 자원외교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정권핵심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박영준 ‘정조준’ 박영준, ‘불쾌하다’
코코측, “자원 없는 나라, 어렵게 개발권 텄는데…”
현재 씨앤케이인터내셔널(2011년 4월 구 코코엔터프라이즈 변경)의 모회사 씨앤케이마이닝(대표이사겸회장 오덕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17일이었다.
이 회사가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금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외교부 발표가 있었다. 나아가 다이아몬드의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이라는 탐사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올해초 500원대의 주식이 폭등하는 계기가 됐다.
탐사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충남대 김원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2008년 뇌졸중으로 돌연사하기 전까지 1차, 2차 보고서를 작성한 장본인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카메룬, 대한민국 관계 당국에 전달됐고 내용에는 씨앤케이인터내셔널 자산을 500억 원대로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선 이 회사가 코스닥 상장시 몇 십조 가치가 되지 않겠느냐는 풍문까지 돌았다. 실제로 올해 2월말 한주당 650원까지 했던 주가가 1만8000원대까지 올랐고 오 회장의 처형인 정모 이사 10만 주, 박 모 이사 7만 8000주, 서 모 감사 5만 주, 회사가 20만 주를 매도해 최소 3억 8000만 원에서 최대 15억 원의 매도 차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리 하나,
부당한 주식내부 거래 없었나
이에 금융당국에선 지난 3월에 주가가 급등하기 전 사전 매수한 뒤 보유지분과 자기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내부자 거래 및 부당 차익을 실현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으로 1차조사에 이어 2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씨앤케이인터내셔널측은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들이 주식거래를 통해 사전에 내부 정보를 이용한 매매가 없다고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식관련 미심쩍은 부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코코 주식의 2%(약 100만주)를 소유하고 있는 P사(대표 정모씨)의 경우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P사 등기부등본에 적혀 있는 영등포 소재 주소를 찾아 갔지만 회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대표 정모씨 역시 오 회장을 비롯해 코코 관계자들은 인적사항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모르는 인물이라고 한결같이 답변했다. 단지 오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 전 대표가 유상증자하는 가운데 끌어들인 인사로 잘 알지 못한다”고 언급할 뿐이었다.
한편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이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및 금광 개발권을 따냈지만 실제로 보고서처럼 매장량이 대량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단 민주당에선 충남대 김원사 교수가 작성한 탐사보고서외에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정무위원실의 한 관계자는 “김 교수가 평소 ‘이용당했다’, ‘양심의 가책과 스트레스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결국 그로 인해 급사한 게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미망인 오모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립대 교수로서 학자의 양심을 지키려고 했다”면서 “남편의 죽음은 과로사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다이아몬드 매장량 관련 오씨는 생전 남편의 말을 빌면서 “‘몇 년후에 나올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킴벌라이트(다이아몬드 존재 여부 기준이 되는 광석, 팁 참조) 광물이 나오면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확실한데…’ 하지만 남편 생전에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유엔에서도 2차례 킴벌라이트를 찾기위해 노력했지만 안 나온 지역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씨는 “남편이 말하길 ‘다이아몬드카 조금씩은 나온다’며 ‘그러나 1t이 10t이 될지 10t이 1000t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평소에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세상을 떠난 뒤 후임으로 들어온 S 본부장 역시 다이아몬드 및 금 매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본지와 통화에서 “파봐야 한다”며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그는 올해 2월달 코코엔터프라이즈를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관둔 상황이었다. 또한 관련 주식은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스터리 둘,
다이아몬드 매장량
4억2000만 캐럿의 비밀
이에 대해 씨앤케이인터내셔널측은 “여의도 면적 28배에 해당하는 지역 5곳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9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카메룬 정부도 다이아몬드 존재를 인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 생산량도 9월부터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자신했다.
오 회장 역시 본지와 통화에서 다이아몬드 매장량의 시금석인 킴벌라이트는 찾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오 회장은 “김 교수의 경우 킴벌라이트를 직접 찾는 것이 요원해지자 ‘그럼 역암이 분포된 지역을 찾자’는 역발상을 했고 김 교수의 모델링은 딱 맞아 떨어졌다”며 “탐사를 시작한 지 1년만인 올해 초 모빌롱 지역의 역암층에서 비공식 추정 매장량 7억36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 이는 ‘가장 적을 경우’로 추정한 매장량이므로 개발 시작 후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현재 허가받은 908평방킬로미터의 개발권 중 14%정도만 진행된 상태로 탐사를 더 진행할 경우 또 다른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가 ‘양심의 가책에 따른 스트레스’로 돌연사한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은 “김 교수는 유전적으로 협심증을 앓고 있었다”며 “평소 지갑에도 비상시를 대비해 식구, 지인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붙이고 다닐정도로 조심했다”고 전했다.
씨앤케이인터내셔널을 둘러싼 의혹중 가장 하일라이트는 권력핵심층의 개입내지 연루 의혹이다. 특히 자원외교의 핵심 축을 담당했던 박영준 전 차관이 일차적으로 거론됐다. 박 전 차관관련 코코 주식 200만 주를 갖고 있는 SBS 고위간부인 김모씨와 친분설부터 오 회장과 박 전 차관 부인 친분설, 총리실 고위인사 개입 의혹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코코 전 본부장인 S씨 역시 “오 회장과 박 전 차관이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고했다.
박 전 차관이 공식적으로 개입한 것은 2010년 5월. 당시 총리실에 근무하던 박 전 차관은 김은석 외교안보정책관과 함께 아프리카 카메룬을 방문했다. 당시 오 회장도 현지에 함께 동행했다. 이후 2010년 12월 씨앤케이마이닝은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했고 외교부는 같은 시기에 ‘민간인이 선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자원개발협력의 성공 모델’제하의 보도 자료를 작성해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주무부처 차관이자 정권 핵심 실세인 박 전 차관이 나서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한 2008년 오 회장이 총리실 방문해 아프리카 카메룬 개발권 관련 브리핑을 하게 된 배경도 청와대 경호실 출신인 코코 서모 감사와 김 외교안보정책관의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 전 차관이 총리실에 출근하기 전 떠난 총리실 조중표 전 실장(장관급)이 코코 고문으로 몸담고 있으면서 ‘보이지 않게’ 정부측과 코코측을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코코 주식 200만 주 이상을 갖고 있는 SBS고위 간부로 있는 김모씨가 오 회장과 박 전 차관의 ‘가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 유력하게 퍼졌다. 실제로 친이계 외곽조직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박 전 차관과 김씨가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얘기는 안겠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미스터리 셋,
‘왕차관’ 차려진 밥상
‘숟가락’만 올렸나
하지만 김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박 차관은 개발권을 따낸 이후 알게된 사이”라며 “그전엔 전혀 친분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박 차관은 우리가 개발권에 사인을 받은 이후에 자원담당 차관으로 정부측의 확인차 카메룬을 방문한 것”이라며 “정부에서 개발권 따는 데 도움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아직 주식 한주도 매각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코코에 투자하게 된 배경으로 “오 회장을 아주 옛날부터 인간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라며 “내가 한국내에서 지인들에게 투자하라고 소개시키고 그랬는데 다이아몬드 개발권이 ‘사기성이 짙다’며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오 회장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만들어낸 얘기’라며 구체적으로 L 전 사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오 회장 역시 박 전 차관관련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고 카메룬에서 처음 알게됐다”며 “시골에서 자라 정치인을 알지도 못하고 제 부인이 박 전 차관 부인과 친분을 맺을 정도로 사교성이 높지 않다”고 소문을 부인했다. 금감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오 회장은 “1차 조사를 받았고 또 조사를 받고 있지만 뚜렷하게 나오는 게 없지 않느냐”며“이번에도 지질팀이 남아공을 방문한다”고 사업에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정부의 지원도 없이 개인이 ‘혈혈단신’ 아프리카 오지에서 개발권을 텄다”며 “오죽하면 카메룬 대통령이 담화문까지 발표했겠느냐”고 ‘흠’만 보려하지 말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한편 박영준 전 차관과의 인터뷰를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박 전 차관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박 전 차관은 친분이 깊은 한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답답한 심경’을 보내왔다. 박 전 차관은 “아직은 언론에 드러나는 게 부담스럽다”, “나중에 기회 되면 연락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6월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차관이 거론되면서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민주당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은 지난 7일 본회의장에서 ‘박 전 차관이 친여 성향의 단체 대표가 운영하는 신생사에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게이트’
창과 방패의 진검승부 가른다
이날 최 의원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작년 5월 설립된 자원개발업체 KMDC가 올해 1월 양해각서 단계를 건너뛴 채 미얀마 해상 유전광구 4곳에 대한 개발탐사권을 획득한 배경에는 박 전 차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박 전 차관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박 전 차관은 ‘억울함’도 전해왔다. 자원외교 주무부처의 수장으로 노력한 공은 보지 않고 과만 들춰내려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섭섭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자원외교에 대한 공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정국을 ‘4대강 청문회’와 함께 ‘자원 외교 청문회’를 개최해 ‘에너지 게이트’를 터트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MB 정권이 친형인 이상득 의원 그리고 정권내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 전 차관을 내세워 공을 들인 자원외교. 하지만 이를 둘러싼 불꽃튀는 창과 방패 대결이 이제 갓 시작된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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