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사학 밀월관계…“감사원이 밝히나”
[전성무 기자] =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시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른지 두 달이 가까워 지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용 ‘선심정책’만 내놓는데 혈안이 돼 있다. 정부는 반값등록금 실현이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이 개원 이후 최대 규모로 감사관을 투입해 사학재단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하기로 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감사원이 반값등록금 논란의 중심에 뛰어든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1일 최근 고조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논란과 관련, 전국 200여개 국공립 및 사립대학교 등록금 산정 기준의 적절성과 재정 운영 상황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대학등록금이 상식 밖의 방식으로 산정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사학재단에 대한 등록금인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대학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감사원이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배경은 사립대 재정의 절반 이상이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충당되고 있음에도 예산 부풀리기 등 부적절한 등록금산정 관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는 양건 감사원장의 의지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평소 교육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와 여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등록금인하방안은 국고 지원, 대학경영 합리화 및 대학 적립금 활용, 부실 대학 통폐합등 구조조정 등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대학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부당지출등을 적발해 등록금 인하 압박용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우수 대학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질 수 있다”면서 “분석 자료 등 감사 결과는 등록금 대안 마련 및 부실대학 구조조정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1인당 교육비 및 등록금 산정내역, 그리고 적립금 책정 및 운용실태, 인건비 등 경비집행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특히 이번 감사는 TF에만 20여명이, 본 감사에는 전체 감사인력의 3분의 1 이상인 200여명이 참가하는 등 사실상 감사원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개원 이래 최대 감사는 1993년 이회창 원장 시절에 이뤄졌던 율곡비리 감사였다. 이처럼 감사원이 부당한 대학등록금 산정 방식을 파헤치겠다며 뛰어들었지만 정작 정부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반값 등록금 이슈는 정론이 아니다”며 “정론(正論)이 중론(衆論)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에서 “가담항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정론은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하고 정부 재정만으로 모든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 논의가 “이성 구조로 바뀌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국민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책임진다는 자세에서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조언을 듣고 교과서론적 정론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하지만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한 나라가 사학재단 하나 통제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전시성 사업만 줄여도 반값등록금 실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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