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대부’ 엄삼탁 뇌물수수 의혹사건
‘체육계 대부’ 엄삼탁 뇌물수수 의혹사건
  • 이석 
  • 입력 2005-07-07 09:00
  • 승인 2005.07.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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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지난 4월 콩고 유전개발 사업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곤욕을 치른 엄삼탁 국민생활체육협회장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선거법 위반자의 정치적 재기를 도와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엄씨를 상대로 추가 금품수수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그러면서도 엄씨가 받은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에 선을 대기 위해 일정액을 상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치권에도 한바탕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엄씨가 뇌물 제공자인 대구 K신협 전 이사장 김모씨를 만난 것은 지난 2002년 12월께. 엄씨는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모 호텔에서 김씨를 만났다. 당시 김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항소해놓은 상태.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는 시장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악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엄씨는 김씨로부터 대법원에 부탁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사면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당적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 엄씨는 이듬해 5월에도 김씨를 다시 만나 3,000만원을 수뢰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검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엄씨는 ‘재기하려면 우선 당적을 받은 후 사면복권을 받고 생활체육협회장 등 정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직함을 받아 비례대표 등에 도전하면 된다’면서 구체적인 조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로비 대상에는 엄씨의 최측근인 이모씨도 포함돼 있었다. 이씨의 경우 천안 모 직업학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김씨로부터 받았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25일 엄씨와 측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수감했다. 엄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김지현 대구지법 판사는 “청탁성 뇌물을 받은 정황이 뚜렷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영장을 발부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엄씨는 현재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엄씨의 측근인 이씨도 현재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수표로 받은 돈의 일부와 증인까지 확보한 상태. 때문에 김씨에게 받은 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현재 엄씨가 받은 돈이 일부 정치권으로 흘러갔을지 여부에 대해 추가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콩고 유전개발에 엄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월 조셉 카빌라 콩고 대통령의 특별보자관인 엄씨가 콩코 유전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당시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장관이 엄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콩고에 57억달러에 달하는 개발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이를 위해 NSC, 석유공사, 가스공사 직원 십여명이 지난해 말 콩고로 파견돼 현지조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이 과정에서 엄씨는 콩고 유전개발 정지작업 차원에서 크리스토퍼 그웨이(Christopher Ngwey) 주한 콩고대사에게 고가의 벤츠 승용차를 선물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의혹에 대해 엄씨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엄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콩고개발재단의 한 관계자는 “콩고 유전개발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업이 엉망이 됐다. (엄 이사장이) 요즘은 거의 오지 않는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엄씨의 수행비서인 이동준씨도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행사 때문에 지방을 자주 다닌다”면서 “이야기는 전달하겠지만 전화통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후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는 주한 콩고대사에게 엄씨가 벤츠 승용차를 선물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콩고 대사관의 태도다. 콩고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주한콩고대사가) 엄삼탁씨로부터 벤츠를 선물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며칠 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을 했다.이 관계자는 특히 “(주한콩고대사가) 지난 4월 출국한 이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지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 이메일이나 전화 접촉도 불가능하다”는 말만 두달째 되풀이하고 있어 의혹을 낳고 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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