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故문선명 총재의 장례식을 계기로 잠잠했던 통일교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앞서 통일교는 가족들 간 헤게모니와 사업 분야 등에서 빚어진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한바탕 술렁인 바 있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후계구도를 갖춘 만큼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수장을 잃은 통일교호(號)가 한동안 형제간 갈등이라는 암초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문 총재가 세상을 뜨면서 ‘포스트 문선명 시대’를 맞이한 통일교의 앞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통일교에 따르면 4남 국진씨가 통일그룹 회장과 통일교 재단 이사장, 7남 형진씨가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아 각각 경제와 종교 영역을 책임지게 됐다. 통일교 총재직은 생전 문 총재의 언급에 따라 부인 한학자씨가 물려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과 차남이 별세해 문 총재의 사실상 장남인 현진씨는 비정부기구(NGO)를 관할하는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재단을 맡고 있다. 현진씨는 90년대 이후 문 총재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으나 형진씨가 통일교 세계회장을 맡아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통일교 공식 후계구도에서도 이탈한 상태다.
정확한 자산 규모는?
문 총재가 세상을 뜨면서 그가 일군 방대한 자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 총재는 종교지도자로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수완을 발휘했다. 통일그룹의 자산과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1조8840억 원과 6469억 원을 기록했다. 업종은 언론부터 식음료, 여행, 교육, 조선업, 스포츠, 레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요 계열사는 세계일보, 용평리조트, 선원건설, 일화, 일신석재 등이다.
문 총재가 1963년 세운 통일그룹은 1980~1990년대 방위산업·기계·자동차부품·화학 업종에 진출하며 재계 30위권을 오르내렸다. 1998년 외환위기 때 통일중공업·한국티타늄·일성종합건설·일신석재 등 4개 주력회사들이 부도나면서 사세가 약해졌다. 통일중공업 등과 같은 알짜회사는 법정관리를 거쳐 2003년 매각됐다.
현재 통일그룹의 대표기업은 용평리조트 등 리조트 회사로 리조트·레저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계열사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통일그룹 계열사인 ㈜일상해양산업은 전남 여수시 991만㎡(약 300만평) 부지에 1조5000억 원을 들여 국제해양관광레저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이른바 ‘여수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8년 이후 개발이 진행돼 현재 디오션리조트 등이 들어서있다. 통일그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추가 개발 계획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보령의 비체팰리스도 통일그룹 소속이다. 2004년에는 서울 강남센트럴시티 지분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일보, 워싱턴타임즈, 노티시아스델문도, UPI 통신 등 세계 각지에 언론사를 갖춘 언론재벌로 세계적인 언론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언론인연합도 창설했다. 이밖에도 선문대학교와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선화예술중·고등학교, 경복초등학교, 미국 통일신학대학원(UTS)과 브리지포트대 등 교육 사업에도 활발히 나섰다.
부동산 관련 사업도 활발하다. 국내에 보유한 부동산만 보더라도 규모가 막대하다. 여의도 22번지에 짓고 있는 초대형 업무상업 복합단지 파크원 부지 4만6000㎡(1만4055평)을 비롯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유엔빌리지 내 문 총재 공관, 통일그룹이 지원하는 선화예술중·고등학교와 선문대학교 부지, 세계일보 부지, 어린이예술단 부지 등이다. 이 뿐 아니라 브라질에 충청북도 크기의 대규모 땅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에서도 은행과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외에도 유니버설발레단, 리틀엔젤스예술단 등의 문화단체와 서울 능동의 유니버설아트센터, 지난 3월 경기도 가평에 개관한 청심평화월드센터, K리그의 명문구단인 성남일화축구단 등을 소유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는 헌금 규모까지 고려한다면 통일교의 자산은 천문학적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일교의 정확한 자산은 베일에 쌓여있다. 전 세계에 걸쳐 운영되는 통일교 관련 시설과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통일교대책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통일교 산하 기업·기관 수는 50곳을 넘는다. 이영선 통일교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집행되는 자금이 천문학적 수준”이라면서 “자금 집행을 극히 일부 인사들만이 관여해 정확한 규모는 추측 불가능”이라고 언급했다. 통일교에 따르면 통일그룹에 포함한 재산은 개별법인 소유로 돼 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문 총재 개인 명의로 된 재산은 없다”면서 “정확한 자산 규모는 알기 어렵지만 최소 20~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시아 논쟁이 갈등 원인
문 총재 사망 이후 잠복되어 있다가 수면 위로 부상한 형제 간 내분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여의도 금싸라기 4만6465㎡ 땅 건축을 둘러싼 소송전이 벌이고 있으며, 메시아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전개되고 있다. 문 총재 사후 통일교가 일간지에 발표한 성화위원회(장례위원회) 유족 명단에도 문 회장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2세들 간 갈등은 문 총재 업적 계승에 대한 방향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현진씨는 문 총재를 인류 평화에 기여한 세계평화 운동가로 바라본다. 반면 국진씨와 형진씨는 문 총재를 통일교 창시자이자 메시아임을 강조한다.
이는 곧 통일교에 대한 인식차이로 연결된다. 국진씨와 형진씨는 종교로서 통일교를 강화하고자 한다. 교회의 정식이름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서 통일교로 바꿨다. 현진씨는 입장을 달리한다. 그는 통일교 내부에 국한되지 않은 초종교, 초교파 운동을 전개한다. 현진씨의 초종교·초교파 운동은 통일교 내부의 반발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씨 측은 “문 총재는 모두가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국진·형진씨 측은 문 총재만을 메시아로 만들고 신격화해 통일교 신도들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 권위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문 총재가 시행해온 각종 평화운동을 위한 NGO를 축소하고 교권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통일교 측은 “15일 성화식 이후에 공식적 입장을 밝히겠다”며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진씨는 지난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재 타계 및 통일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장에는 문 회장을 대신해 서인택 대변인이 참석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통일교회 성화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제 가족을 포함한 통일교회의 지도자들은 선친의 생애활동과 가르침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총재 임종에 관한 어떠한 소식도 전하지 않았으며, 성화위원회의 유족명단에서조차 제명했다”며 “지난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문 총재께 참배하고자 청평 천정궁을 방문하려 했으나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진씨와 형진씨의 일방적인 공격이라며 “자신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행위를 비판하는 지도자들과 신도들까지 통일교에서 출교 조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교 측은 “법적대리인을 통해 문 총재의 건강과 관련한 사항을 수시로 전달해왔다”며 “조문도 막지 않았다” 반박했다.
한 통일교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며 “‘폭풍전야’와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