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성한 대표 자생능력 검증론 확산… 부영이미지 하락
자본잠식 계열사 통한 지원…회사 악영할 미칠까 ‘예의주시’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관련된 그릇된 부정(父情)(?)이 최근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아들이 운영하는 부실기업을 아버지가 운영하는 그룹 계열사를 통해 지원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부영 주변에선 “아버지의 잘못된 부정이 아들의 빚까지 갚는 꼴이 되고 말았다”라며 막내아들의 자생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중근 회장의 막내아들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유명 영화인이다. 영화 ‘히트’와 ‘바람’ 및 ‘스페어’ 등의 연출 제작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대표는 부영엔터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히트’의 흥행참패로 부영엔터도 함께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부영엔터 운영자금 30억 원을 연 5.5% 수준에 차입해 준 것과 관련해서도, 금융권에서는 부영엔터의 회사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낮은 저리로 돈을 빌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상당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룹 측에서 부영엔터의 모든 채무를 떠안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부영그룹이 특정계열사를 부당지원하려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이성한 대표가 100% 보유 중인 주식 2만 주를 부영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대화기건에 무상양도하면서 최대주주가 이 대표에서 대화기건으로 변경됐다.
더욱이 부영엔터는 이번 양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식평가액은 ‘0원’으로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부영엔터가 지난 2년간 영업 손실을 기록한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매출 6억3200만 원을 기록한 부영엔터의 영업 손실액은 매출액의 3배 이상인 20억6200만 원에 이른다. 2010년에도 영업 손실을 냈다. 전체 부채는 69억 원 규모로 모두가 유동부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계열사 도 넘은 사랑 이유 왜? 막내아들 때문
그야말로 이 회장이 지속적인 자금 지원에도 부영엔터의 경영악화가 해결 국면을 보이지 않자 또 다른 계열사를 통해 지원 한 꼴이다. 대화기건은 지난해 매출액 137억 원에 영업이익 20억 원 규모의 알짜 회사로 부영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이 회장이 부영엔터를 그룹 계열사인 대화기건에 넘김에 따라 아들 이 대표는 부영엔터 최대주주 자리를 박탈당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 됐고, 오히려 대화기건은 이 대표의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이 회사의 모든 부채까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이중근 회장이 그동안 아끼던 막내아들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해주더니, 결국 아들 회사의 빚까지 떠안아 줬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영엔터의 지분을 재무구조가 양호한 대화기건에 넘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영엔터가 이 대표의 개인회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부채가 사실상 개인적인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 관계자는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부영그룹은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주업으로 하는 재계서열 20위(공기업제외, 2012년 기준)에 계열사 17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그룹이지만 계열사 전부가 비상장사라는 특이점을 지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일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부영은 기업공개비율이 낮은 집단 1위를 차지해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나. 일반적으로 기업공개는 상장하기 전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며 “그룹의 재무구조가 탄탄해 별도의 추가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총수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룹 전체가 총수의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등 문제의 여지가 있다”면서 “기업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다수의 계열사 중에서 단 한 곳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