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공정위, 4대 그룹 주시한다
‘경제검찰’ 공정위, 4대 그룹 주시한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9-18 10:21
  • 승인 2012.09.1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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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對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 대기업들, 공정위 우습나… 조사방해로 릴레이 펼쳤다
- 일감으로 그룹 내 핑퐁… ‘몰아주기’와 ‘몰아받기’ 겹쳐

- 기업들 “조사방해 과태료가 적발 시 과징금보다 훨씬 적어”
- 전문가들 “현행 공정거래법, 실효성 중심으로 개정 시급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와 대기업들의 기싸움이 심상찮다. 공정위의 잇따른 제재 계획 발표에도 대기업들은 아랑곳없이 제 몫을 챙기는 모습이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 그룹은 더욱 심각하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외부 담합과 공정위 조사방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이르기까지 공정위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어 주목된다.
 

공정위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주요 10개 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68.52%였다. 전년 66.38%에 비해 2.14%포인트가 높아진 수치다. 특히 현대엠코와 한컴의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9.04%포인트, 8.09%포인트로 크게 올랐다.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46개 기업집단 전체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186조3000억 원으로 전년 144조7000억 원보다 41조6000억 원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13.24%로 2010년 말 12.04%보다 1.2%포인트 올라갔다.

그룹별 내부거래 비중은 STX(27.6%), SK(22.1%), 현대차그룹(20.7%) 순이었으며 규모로는 삼성(35조 원), SK(34조 원), 현대차그룹(32조 원), LG(15조 원), 포스코(14조9000억 원) 순이었다.

특히 재벌 총수 자녀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경우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56.3%에 달해, 총수 자녀가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나 총수 자녀의 지분이 많을수록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4대 그룹의 악연

무엇보다도 공정위와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소위 4대 그룹은 최근 인연이 아닌 악연을 맺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공정위 조사방해 혐의로 역대 최고액이자 법정 최고한도액인 4억 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까지 최고 과태료를 기록한 CJ의 유명한 ‘화단 속 외장하드’ 사건을 누르고 1위로 등극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 유통관련 현장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조사방해 행위를 저질렀다.

먼저 삼성전자 보안직원들은 건물 출입구에서 공정위 조사공무원들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몸싸움을 벌이는 50분 동안 공정위의 신고를 받은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사이 현장조사 대상 부서 소속인 무선사업부원들은 관련 자료들을 책상과 서랍장 째로 폐기하고 대상 PC 3대를 통째로 교체해 버렸다.

해당 부서장인 상무는 출장을 핑계로 조사를 피했지만 실제로는 사업장 내에 조용히 숨어있었다. 상무는 조사공무원들이 철수한 후 사무실로 복귀해 감춰뒀던 PC에 저장돼 있던 관련 파일들을 모두 삭제하고 부사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특히 이러한 대응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것으로 삼성이 미리 자체적으로 수립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것임이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다.
 

삼성, 공정위 조사방해도 1위?

삼성의 공정위 조사방해는 처음이 아니다. 삼성토탈은 2005년 6월 소속 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 건으로 1억8500만 원, 삼성전자는 같은 해 12월과 2008년 4월 기업과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 건으로 각각 5000만 원과 4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이 3번째로 계열사들 중 최다 적발과 최고 과태료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와 외부 담합도 지지 않았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 3월 발표한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광고·시스템통합(SI)·건설·물류) 금액’에 따르면 삼성 그룹과 계열사인 제일기획,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전자로지텍의 해당 분야 내부거래 금액은 2010년 말 기준으로 6조2500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유원일 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창조한국당)이 배포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대기업이 참여한 총 146건의 담합 가운데 삼성 계열사가 총 21차례 가담해 외부 담합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은 11번의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혹은 반액 이상 감면받았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김정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미래희망연대)에게 제출한 ‘10대 대기업 및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삼성은 공정거래법 위반 1위로 80건의 과징금 혹은 시정명령을 받았다.

더불어 공정위의 ‘과거 주요 조사방해에 대한 조치 실적’에 따르면 삼성의 공정위 조사방해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은 물론 공정거래법 위반, 공정위 조사방해에 이르기까지 불명예 1위를 휩쓴 것이다.

 

현대차, 일감 몰아주기에서 독보적 행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 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고수익이 부각되면서 공정위의 예의주시 대상이 됐다.

앞서 경제개혁연구소는 같은 해 6월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회사기회유용을 통한 재벌총수 일가의 부의 증식은 물론 최근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의 증식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개인 중 가장 많은 부를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2조1837억 원의 이익을 얻었고 현대차그룹은 3조8020억 원의 부를 증식했으며 그중 글로비스가 3조3064억 원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회사기회유용이란 경영진·지배주주·이사 등이 장래 또는 현재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이며, 지원성거래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 간 부당지원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회사기회유용과 지원성거래를 통한 부의 증식 형태는 먼저 재벌총수 일가가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시키고 지배권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목적 하에 새 기업을 설립해 대량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계열사들이 수의계약 형태로 해당 기업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줘 매출을 급신장시키고 단기간에 엄청난 시가총액을 확보함으로써 오너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한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나 기아차의 지분 보유량이 적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무려 연평균 290%의 지분 투자수익을 거뒀으며 본텍으로부터는 연 148%, 이노션으로부터는 연 127%의 수익을 얻었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모든 계열사 지분을 고려하면 연 12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에 출자한 자금은 2001년 15억 원, 2002년 15억 원으로 총 30억 원이지만 2003년 출자금의 2배에 달하는 60억 원을 현금배당으로 받았다. 2004년에는 지분 매각으로 850억 원의 수입을 얻었으며 2005년 12월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크게 올라 2010년 말에는 1조7800억 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매년 투자액에 3배 가까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현대글로비스 총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기타 해외 자회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01년 93.58%, 2003년 86.71%, 2005년 85.34%, 2007년 86.12%, 2010년 89.33%로 평균 86.28%에 달한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엠코·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평균 83.87%, 91.63%에 이르렀다.
 

SKㆍLG, 줄줄이 과태료…삼성 뒤 이었다

SK는 공정위 조사방해로 삼성의 뒤를 이었다. SK C&C는 지난 7월 공정위 조사방해 혐의로 총 2억9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지난해 7월 공정위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SK C&C 임직원들은 이미 공정위가 확보한 주요 증거자료들을 기습적으로 반출한 후 이를 폐기하다가 적발됐다.

또한 SK그룹 계열사 7곳은 SK C&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로부터 346억6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업체별 과징금은 SK텔레콤 249억8700만 원, SK이노베이션 36억7800만 원, SK네트웍스 20억2000만 원, SK마케팅앤컴퍼니 13억4500만 원, SK건설 9억5500만 원, SK에너지 9억500만 원, SK증권 7억7100만 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산 시스템과 관련한 IT 서비스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수법을 썼다. SK C&C는 2008년부터 지난 6월까지 7개 계열사와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1조7714억 원을 지급받았는데 이중 인건비는 9756억 원에 이른다.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한 단가보다 9~72%가량 높은 수준이다.

같은 달 LG도 공정위 조사방해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LG전자가 소속 직원들을 통해 현장조사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조사를 방해한 임직원들과 법인에 대해 총 8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3월 공정위 조사관들이 현장조사를 벌이려고 하자 한국마케팅본부 소속 직원들이 부서 내 외부저장장치 8개를 임원실에 숨겨놓고 문을 걸어 잠갔다. 눈치를 챈 조사관이 임원실 개방을 요구하자 이들은 수거한 외부저장장치들과 기타 서류들을 다른 층으로 다시 옮기려다가 현장에서 덜미를 잡혔다.

게다가 한 직원은 외부저장장치에 보관된 자료를 전문프로그램을 사용해 삭제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조사관이 PC파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일들을 외부저장장치에 저장시킨 사실을 확인한 후 해당 파일들을 삭제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기업들로서는 조사방해를 통해 법위반 은폐에 성공할 경우 수천억,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제재 수준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난 6월 이후 발생한 중대한 조사방해에 대해서는 고발할 수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공정위가 나아가야 할 길은

한편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지난 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이 계열사에 부당지원행위를 할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은 지원행위를 한 기업만 제재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이득을 취한 기업에도 과징금 부과 등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규정상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려면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적극적인 법집행을 위해 공정거래법상 현저성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자율선언한 것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놓고 자료를 분석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정위는 단지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할 뿐 부당지원 행위만으로 지원받은 대상을 처벌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유일한 재벌 감독기관인 공정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공정위가 강력한 독립 감독기구가 돼 ‘재벌검찰’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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