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앨빈 토플러’ 등장시켜 금융혁신 말하며 호평받는 현대증권 ‘Able’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앨빈 토플러’ 등장시켜 금융혁신 말하며 호평받는 현대증권 ‘Able’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 입력 2012-09-17 15:55
  • 승인 2012.09.17 15:55
  • 호수 959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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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BGM 멜로디로 주목 끌지만 어두운 원곡 가사(歌詞) 거슬리네

현대증권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5월부터 ‘에이블(Able)' 캠페인 TV광고를 하고 있다. ‘Able’은 ‘할 수 있는, 능력 있는’의 뜻으로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회사가 말하는 ‘able’이란 뜻은 ‘고객의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증권회사로서 미래지향적인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광고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부의 미래’ 저자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등의 저명인사를 등장시키며 경제가 어려워도 고객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의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앨빈 토플러' 편을 보면 ‘2012년의 앨빈 토플러가 2015년의 앨빈 토플러에게. 미래?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만들지 못한 것뿐이지, 당신의 금융에서는 무엇이 더 가능해질까요? 현대증권 에이블(able)’이라는 스토리로 꾸며져 있다.

▲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등장하는 현대증권 광고 장면>
증권회사를 비롯한 금융업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이고 신뢰는 곧 브랜드 로열티로 이어진다. 그러나 취급상품이 별 차이가 없어 경쟁기업들 간에 특유한 차별화를 기하기 어려워 효과적인 기업이미지 확립이 쉽지 않다. 더욱이 빅 모델 등을 등장시킨 추상적인 ‘Better’의 개념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신뢰성에 더욱 역점을 두고 투자 철학 등을 내세우는 정서적 소구 광고를 많이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현대증권의 광고는 금융업계의 전형적인 광고 유형에서 탈피하여 금융기업의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금융 서비스는 무형의 특성을 갖고 있어 상품이 지각되어 보여 지고 느껴질 수 없다. 때문에 광고에서의 메시지나 시각화는 고객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얼마만큼 형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현대증권 광고는 ‘미래’를 우리들 눈앞으로 직접 끌어내면서 이심전심의 느낌을 사람들의 마음에 심는 것으로 금융의 더 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고객들과의 정신적 유대를 얻으려 한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Creative)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시의적절한 광고 캠페인이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 한두 가지 오류가 발견되는 것이 아쉽다. 그 첫째는 이 광고의 콘셉트가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피트(Happy Feet)2’에서 차용해 온 것은 아닌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점이다. 이 영화는 펭귄들의 세계를 통해 ‘모두가 합심하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현대증권 ‘Able'의 의미와 상통하고 있다. 하필 광고의 배경음악인 BGM(Back Ground Music)도 이 영화의 OST 중 한곡에서 따와 편곡한 것이다. 이 밖에도 장애인들의 희망을 북돋워주는 매체인 ‘Able News’ 및 장애인의 가능성의 예술을 통해 가슴 벅찬 감동의 무대를 꾸미는 경기방송 프로그램 ‘Able Time' 등도 ‘Able'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또한 현대증권의 ‘Able'이 새롭고도 독창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오해의 여지를 남긴다. 더욱이 비록 지금은 양 사가 원만하게 문제를 풀긴 했지만 현대증권은 하나대투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인 ‘able’브랜드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양사가 신경전을 벌인 일도 있다.

이런 몇 가지 사례들이 모두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광고에서의 독창성 확보란 그만큼 쉽지 않는 일이기에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점은 사전에 미리 철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을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다.

▲ <현대증권 Able 티저광고 장면>
또 하나는 ‘딴다라란~딴다라란’로 시작되는 광고의 BGM에 대한 문제이다. 이 곡은 매우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도전과 도약 등의 단어와 잘 어울리는 경쾌함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여 광고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원곡은 세계적인 ‘글램 록(Glam Rock)’ 밴드 그룹인 퀸(Queen)과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1981년 내놓은 ‘Under Pressure’(억압 속에서)’란 합작곡이다. 그러나 가사는 곡명처럼 어둡기만 한 내용이다. ‘억압이 나를 옥죄어오네/말할 필요도 없이 그대도 옥죄어오고/중략~/사람들은 길거리로 내 몰리네/이 세상이 어떤 줄 안다는 것은 정말 재앙과도 같지/중략~/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몸부림이야/이것이 우리의 모습이지/억압 속에서/억압 속에서/억압’으로 표현되어 있다. 현대증권이 말하려는 ‘미래의 가능성’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인 것이다. 더욱이 ‘글램 록’은 남성 뮤지션들이 여성스러운 화장과 반짝거리는 여성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서는 등 음악적 핵심은 사회와 록 문화의 변방에서의 반항적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긴 했으나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현대증권 광고를 통해 듣는 멜로디만의 경쾌함과 생동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듯 보이는 것이다. 광고 BGM으로 선정된 곡 중에 해당 광고의 메시지를 뒷받침하기는커녕 가사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 하게 사례는 많다.

2007년 무렵 S은행 광고인 ‘고객을 위해 뛰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는 달리 배경음악은 ‘네토라레(Netorare)’를 당한 남자가 울부짖는 내용이었다. ‘네토라레’는 자신의 아내나 애인, 누나 등이 타인에 의해 강간 추행 등을 당하는 것을 보고 흥분을 느끼는 성적심리를 말한다. 현대증권의 BGM은 이러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사 광고 음악의 기본 정보마저 알 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광고기획자들은 소비자의 구매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정을 유도해 내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음악을 찾아야 한다. 특히 현대증권처럼 좋은 평가를 광고일수록 메시지나 비주얼, 음악 등의 모든 요소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실체가 벗겨지기 마련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광고소비자의 지식이나 상식은 SNS 등과 함께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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