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고문은 지난 4.11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7월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 백의종군의 뜻을 밝힌 바 있다. 4월 공천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낙천되면서 사실상 조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선 대선 불출마를 통해 한숨 돌린 뒤 연말께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쇄신 의총’ 이후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에 대한 경질론이 조금은 잦아든 상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여전히 이해찬 지도부의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선대위 구성 및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추진 과정에서 지도부의 책임론이 다시 한번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며, 만약 민주통합당 후보가 선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선대위 구성 및 쇄신 과정에서 담합 논쟁이 또 다시 불거질 경우 지도부 사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해찬 지도부의 자진사퇴 문제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지도부의 구성 여부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나 추측들이 떠돌고 있다. 하나의 안으로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들이 또다시 당권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선거를 연달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과 국민적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그간 정치권에서 벗어났던 원외의 주요 인사들이 지도부 사퇴론과 맞물려 정치권에 다시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선 정국을 앞두고 이들이 자연스레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러한 추측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주요 인물로 지목된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정 고문의 진로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두관 후보를 지지한다는 얘기부터 안철수 원장을 지지한다는 말까지 여러 ‘설’도 다양했다. 그러나 정중동을 지키면서 그의 정귀복귀는 자연스레 경선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모집 직후인 지난달 9일 정 고문은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오로지 정권교체에만 눈 먼 야당이 아니다. 나와 내 주변만을 위한, 혹은 타성에 젖은 정치공학적 판단, 또는 정치놀이로 개인과 작은집단의 목표만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고 경고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정 고문은 시민과의 스킨십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계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최근 부쩍 늘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정 고문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SJM 농성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함세웅 신부의 영명축일 및 이임 감사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근 급박해진 당의 상황만큼이나 그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정 고문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박영선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당 쇄신과 관련,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2선 후퇴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박 의원은 “후보 중심의 당을 위해 지도부가 모범적으로 정치적 결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도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지도부가 어떤 것이 가장 좋은지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이해찬 대표를 압박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당내 모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선대위에서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해찬 지도부의 책임은 비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또 다시 ‘이-문 담합’ 의혹이 불거진다면 이 대표는 또다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동영계 의원은 “지도부가 스스로 사퇴해야지 선거로 선출된 대표를 어떻게 사퇴하라 마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도부 사퇴와 맞물려 정 고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당 대표가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이를 경계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