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내민 손학규 영수회담 제안 이유는?
손내민 손학규 영수회담 제안 이유는?
  • 박정규 기자
  • 입력 2011-06-14 10:22
  • 승인 2011.06.14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민생경제를 논의하기 우한 긴급 영수회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청와대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손 대표가 전격적으로 회담 제의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값등록금 등 민생현안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 국회 안팎의 상황 등을 봤을 때 회담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다. 민생을 돌보라고 외치고 있다"며 "대통령께 민생경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담을 제의한다"고 전격 제안했다.

또 회담을 통해 논의할 안건으로 반값등록금과 물가·일자리·전월세 등 민생경제 현안 및 저축은행 부실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 등을 제시했다.

손 대표는 이같은 회담을 제안하면서 "민생에 이념이 어디 있나. 여야가 어디 있느냐"며, 여야를 떠나 민생을 논의하기 위한 제안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영수회담 문제는 이미 지난 2∼3월에 한두 차례 관심을 증폭시킨 바 있다. 지난 2월 1일에는 이 대통령이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한 번 만나야겠다"고 언급하고, 손 대표도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거부할 리 없다"고 밝혔지만 2월 국회 등원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무산된 바 있다.

또 3·1절 기념식장에서 마주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언제 한 번 보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손 대표의 입장을 두고 양 측이 신경전만 벌인 채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손 대표 측에서 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나섬에 따라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청와대도 이날 곧바로 "늘 청와대는 정치권에 대해 열려있다"는 김두우 홍보수석의 말을 통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손 대표가 회담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우선 물가·일자리 문제 등 총체적인 서민경제 위기 속에서 반값등록금 문제가 대학생 차원을 넘어선 전반적인 국정 현안으로 불거지는 등 민생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은 정치적인 수사인 '영수회담'이 아닌 '민생문제 논의를 위한 긴급 회담'이라는 게 손 대표 측의 입장이다.

손 대표의 측근 인사는 "영수회담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기로 했다. 양 당 대표와의 회담이라고 써달라"며 "민생이 너무 어려우니까 만나서 이 문제를 풀어야 되겠다는 것이고 성과를 내는 만남을 갖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손 대표도 직접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나서면서 직접 체감한 민심을 통해 원내에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이를 등에 업고 제1야당 대표로서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다는 동력을 얻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중수부 폐지 및 감세철회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조차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일일이 마찰을 겪기보다는 직접 이 대통령과 회담에 나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도 읽힌다.

더욱이 반값등록금과 한·미 FTA,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 등으로 국회가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 내에서 또다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야당에도 유탄이 날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회 등원을 전제로 쫓기듯 영수회담 여부를 판단해야 했던 올 초와는 달리, 지금은 지난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과 청와대 간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손 대표가 회담의 주도권을 갖고 임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손 대표 역시 부담이 없진 않다.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여야 간 간극이 더 커져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공세에만 열을 올리는 무능한 야당이라는 민심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울러 당내에서도 논란이 여전한 현안들에 대해 철저한 전략 없이 회담에 나섰다가는 섣불리 카드를 청와대에 넘겨줬다는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어 대선주자로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주변의 요구 때문에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에서도 진지하게 반응한 만큼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