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의 뷰티와 패션 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가고 있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Groom)가 빗질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자신의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러한 남성들을 ‘그루밍 족’이라고 한다. 한편으론 외모 지상주의(루키즘 :Lookism)가 만연하면서 이들 남성들을 부추기기도 하며 실제 자신의 연령보다 젊어지려는 '다운 에이징(Down-Aging)'이 소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이미 2004년 무렵 남성 화장품 광고에서 당시 50대 중반의 탤런트 백윤식이 모델로 나와 그는 얼굴에 팩을 하고 누워 자신이 조인성보다 더 잘 생겼다고 주장하여 웃음을 자아냈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까칠한 피부의 남성들도 아니거니와 남성들의 화장은 이제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출시된 피앤지(P&G)의 효모 화장품 브랜드‘SK-Ⅱ MEN’은 SKⅡ의 베스트셀러인‘SKⅡ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Facial TreatmentEssence)'의 남성 버전 제품으로 역시 ‘동일시’를 이용한 방식의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테스티모니얼(Testimonial : 증언)기법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증언 식 광고는 광고모델이 직접 체험한 것을 증언하는 기법이다. 광고에서 모델이 자신의 체험을 보여주게 되면 신뢰를 높이고 친근감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이 광고는 배우 겸 감독 유지태를 모델로 내세워 이 제품에 대한 증언을 한다. 우선 TV광고를 보면 “영화 스텝에서 배우, 감독까지 한 스텝 씩 성취한 것처럼 전 피부도 SK-Ⅱ MEN으로 한 단계씩 성취해왔죠.”그런 후‘피테라 90%이상 함유.’라는 자막이 나오고 “천연곡물 성분이 피부에 직접 영향을 미쳐 화학 팩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이어 “하루 만에 촉촉한 수분 감을 주며 3일 후에는 눈에 띄게 촉촉하게 되고 7일 후엔 번들거림을 한결 줄여주며 14일 만에 피부가 맑고 환해졌죠. SK-Ⅱ MEN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14일, 남자의 피부가 완성돼 갑니다”라고 한다. 모델의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해맑은 미소가 신뢰감을 주며 잘 정리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광고다.
하지만 이 광고의 증언 식 메시지는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있는 듯하다. “14일 만에 피부가 맑고 환해졌죠”하는 증언의 근거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모델 유지태의 얼굴 피부가 14일만에 완성된다는 실제 프로세스 과정의 시연이 없다. “영화 스텝에서 배우, 감독까지 한 스텝씩 성취한 것처럼 전 피부도 SK-Ⅱ MEN으로 한 단계씩 성취해왔죠.”라는 메시지로 이를 대체하고 있지만 이 제품을 실제 써 본 후에 그것에 대한 효과와 결과 등을 이야기하는 테스티모니얼 광고와는 거리가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닌텐도DS 광고에서는‘리듬세상'이라는 게임을 모델 고현정의 실제 시연 장면으로 친근감을 높였던 광고다.
대부분의 화장품 광고 속 모델들은 광고를 찍기 전 적어도 몇일 전부터 피부관리 등 사전 준비를 한다. 이 광고 속 유지태의 모습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광고의 증언은 과장된 비유일 수도 있다. 사실 화장품 광고의 모델들의 모습은 메이크업과 조명 그리고 카메라의 각도 등 영상기술에 의해 조작된다. 모델의 얼굴은 준수하지만 사진으로 찍으면 완벽할 수가 없어 누구라도 미세한 흠이 보이게 된다.
인쇄광고의 경우 사진으로 찍어 모니터에 해상도(解像度)로 비춰보면 모공 등 작은 단점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포토샵 브러시 작업 등 기술적 보정을 거쳐 탄생한 모델은 결국 만들어진 인물이다. ‘SK-Ⅱ MEN’영상과 인쇄 광고들 역시 ‘14일의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SK-Ⅱ 발효 화장품의 탄생 배경은 30여 년 전 일본의 술 ‘사케’ 주조장에서 일하는 늙은 장인의 손이 출발점이다. 그의 얼굴은 검었고 쪼글쪼글한 주름이 있었지만 손만큼은 유난히 희고 부드러운 것을 발견되었다. 그 비결이 ‘사케’의 원료인 효모라는 것을 알고 연구를 거듭하여 천연효모 발효 대사 액인 ‘피테라(Pitera)’가 만들어졌다.
‘SK-Ⅱ MEN’ 제품은 SK-Ⅱ에서 강조되었던 이 효능으로 크나 큰 인기를 모은 그 후광 효과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광고는 ‘14일 완성’이라는 과장된 메시지보다 이 제품의 비밀열쇠(SK : Secret Key)가 되는 ‘피테라’성분을 더 강조했어야 했다.
이 광고는 메시지 학습적 광고 기법도 활용하고 있다. 이 이론은 제품의 모델이 공신력으로 작용하는 경우와 제품 그 자체가 공신력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이 광고의 모델 유지태는 깔끔한 이미지로 공신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제품으로서의 공신력을 더 크게 확보하고 있다. 제품의 장점이되는 ‘피테라’효능이 그것이다.
‘SK-Ⅱ MEN’광고는 결국 테스티모니얼 기법을 살리지 못하면서 셀링포인트(Selling Point)가 되는 제품의 효익(效益: KeyBenefit) 전달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남성 화장품 광고에선 여성화장품 광고처럼 오직 아름다움만을 부추기며 여성들을 유혹하는 방식만으론 고객들을 잡을 수 없다. 차라리 남성의 화장은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임을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SK-Ⅱ MEN’광고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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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대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