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우리금융이 주택담보대출금으로 힘들어하는 일명 ‘하우스 푸어’를 위해 ‘트러스트 앤드 리스 백’(신탁 후 재임대) 개념을 활용한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우리금융그룹은 12일 가계부채로 고생하는 고객을 돕고자 신탁 후 재임대하는 시범사업을 확정해 이르면 9월 말에서 10월 중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주택 소유자는 최장 5년까지 대출이자만 내면 은행에 집을 맡기고도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된다.
대상자는 1주택을 가진 실 거주자로 일시상환 원금과 분할상환 원리금 연체자나 1개월 이상 이자 연체자 가운데 기한 이익을 상실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고객에 해당된다.
하지만 다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나 투기 목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구입한 자, 고가 주택 구입자, 회생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원리금 장기 연체자 등은 제외시켰다. 이중 수혜, 역차별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대출자는 주택 소유권을 맡기되 신탁기간(3~5년)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납부하면 된다. 신탁기간이 끝나거나 임대료를 여섯 달 이상 내지 않으면 대출자의 동의 없이 해당 주택은 매각된다. 매각 이후 대출자는 매각대금에서 선순위 수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에 내고 나머지를 갖게 된다.
이와 함께 대출자에게는 바이백콜옵션이 부여돼 신탁기간 만료 전에 대출자가 선순위 수익권 액면가를 은행에 지급하면 주택소유권은 바로 채무자에게 돌아간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깡통주택’이 은행 신탁자산으로 귀속되면서 채무자는 가압류 등 채권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출자가 주택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신탁함으로써 주택 매매로 인한 각종 세금과 제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값 하락으로 경매에 넘어가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은 전국에 18만 5000여 가구에 이른다.
우리금융 측은 그간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주택 매입가격 산출문제에 대해 주택 매입가격을 은행이 따로 정하지 않고 향후 매각대금에서 선순위 수익권의 액면가액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수취하도록 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즉 은행은 신탁 후 주택이 매각되는 경우 매각대금에서 기존 대출금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수취하고 채무자는 기존 대출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에 지급한 후 잔여 금액을 수취하는 구조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700여 가구에게 이 제도를 우선 적용키로 했다. 초기 대출규모도 900억 원으로 한정했다. 이번 방안을 시행한 후 계열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으로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진원 신한은행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연구하는 단계’라고 밝혔고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일부에서 도입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며 은행권 공동 출자 등의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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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